[강충민의 제주맛집] 제주시 노형동 하르방 밀면

▲ 보말칼국수.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그 많던 고매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어릴 적 제 고향 서귀포 신효마을에서는 바다로 가려면 한참이나 걸어야 했습니다.

가끔 온 가족이 바다가 있는 보목리까지 두 시간 넘게 걸어갔습니다. 도착할 즈음이면 웅장한 섭섬이 저만치 모습을 드러냈고 소금기 머금은 비릿한 바다냄새가 코를 덮쳤습니다.

텀벙텀벙 바다에 들었습니다. 고매기는 몸을 반쯤 적신 갯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거나, 그보다 작은 것들은 들춰진 돌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놀이 반, 잡기 반을 하다 보면 어느 새 물이 조금씩 무릎 위까지 차 올라왔고, 어머니의 재촉에 모두를 바다를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등짐 진 구덕엔 고매기가 가득 찼고, 미역도 한 무더기 올려 져 있었습니다.

재잘재잘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 집에 도착한 저녁엔  고매기가 모락모락 김을 내뿜으며 삶아져 나왔습니다. 마루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머리핀으로 고소한 살을 쏙쏙 빼먹었습니다.

알 굵은 것으로는 간장에 참기름을 넣고 조렸고, 내장까지 깨끗하게 깐 것은 곱게 물에 으깨고 채로 걸러 고소한 죽까지...

바다에 한 번 나가면 어머니의 대 구덕이 가득 찼던 고매기는 참 맛나고 고마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주바다에 그 많던 고매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 하르방 밀면 내부 모습.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소박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노형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근처에 있는 하르방밀면은 보말칼국수가 참 맛있는 집입니다.
 
찬바람 불어 이제 거리에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의 낙엽들이 쌓이는 요즘 제격입니다.

제주 말로 “고슬든다.”고 하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 뜨끈한 국물이 그리울 테니까요.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하르방 밀면의 보말칼국수는 면발도 특이하다. 평범한 하얀색 면과 제주산 톳이 첨가된 초콜릿색 면이 같이 나온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이 집의 보말칼국수는 면발도 참 특이합니다. 보말칼국수 한 그릇에 면발이 두 종류로 나옵니다. 그냥 평범한 면발과 초콜릿색을 띄는 면발이 그것입니다. 초콜릿색을 띄는 면발은 제주산 톳으로 즙을 내서 반죽한 것입니다.

삶은 보말을 내장을 따로 분리하여 곱게 으깨고 국물을 내고 직접 이 집에서 반죽한 면과 삶아서 낸 보말칼국수가 참 고소합니다. 그리고 국물의 농도가 참 진하고 걸쭉합니다. 국물에 같이 넣은 파란 미역이 시원한 바다향을 느끼게 해 줍니다. 쫄깃한 면발에 고소하게 착착 입에 감기는 맛에 그만 젓가락을 포기하고 숟가락으로 바꾸게 만듭니다.

이 국물에다 면을 빼고 불린 쌀이나 밥을 넣고 끓이면  고소한 보말죽이 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보말죽을 추가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고 이 집 사장 김정헌씨가 알려줍니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밀면으로 정했는데 영업을 시작하면서 좀 더 제주다운 메뉴가 없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1년 정도 생각하고 연구한 끝에 만든 메뉴라는데 참 탁월한 선택입니다.

▲ 고기만두.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고기 만두.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모든 음식을 다 시켜도 일만 팔천원...

이 집의 또 다른 메뉴인 왕만두는 속이 참 알찹니다.

보통 고기만두에서 씹히는 맛이 다 다진 고기가 아니고 무말랭이를 많이 넣는데 이 집은 무말랭이가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얇은 만두피에 다진 돼지고기에 부추 양배추, 양파가 한데 어우러져 쫄깃하게 씹는 감촉이 좋습니다. 갈은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갔는데 같이 들어간 야채와 참 어울립니다. 느끼한 맛도 전혀 나지 않고요.  뒷맛도 참 깔끔합니다. 게다가 크기도 참 실하고요. 당면도 안 들어갔다고 했더니 짧게 한 마디 합니다.

 “고기만두라서요.”

고기만두도 일일이 이 집에서 손으로 빚고 쪄낸 것입니다. 

▲ 밀면.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보말칼국수와 만두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정작 이 집 상호에도 나와 있는 대표선수인 밀면을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면발이 참 얇습니다. 국수로 얘기하면 소면 같습니다. 이 면발도 이 집에서 직접 반죽하고 뽑아낸 것입니다. 돼지사골을 오랜 시간 가마솥에 우려내어 맑게 몇 번을 걸러내고, 한약재를 첨가해 만들었다는 시원한 육수에 이 면발이 오히려 맞구나 끄덕여 집니다.

굵은 면에 비해 찬 육수와 더불어 부드럽게 잘 넘어갑니다. 육수가 진하면서도 깔끔합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김정헌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그리고 이 집 밀면엔 얇게 썰어 저민 편육이 없습니다. 대신 국물에 잘게 찢어 놓았습니다. 먹기 좋으라고 일부러 가늘게 찢어 놓은 이 집의 배려입니다.

하나씩 맛을 보다 보니 배는 어느새 불러오고 비빔밀면을 못 먹어 봤습니다. 다음기회로 미뤄야 하겠습니다. 이 집에서 모든 음식을 맛보는데 필요한 돈은 일만 팔천원입니다.

일 년에 다섯 번도 하지 않는 우리 가족 외식에 2만원 들고 이집에 가야겠습니다. 그래도 이천원이 남습니다.

이제  4대강 삽질이 시작 되었습니다. 제주엔 해군기지를 건설하려 합니다.
 
참 궁금하고 안타깝네요.

그 많던 보말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이제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 부엌이 훤히 오픈돼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하르방밀면 안내
전화번호: 064-712-5000
위치: 제주시 노형동 방송통신대 서쪽 200미터 세기7차 아파트 맞은편
영업시간: 11:00- 20:00
주차장:식당앞 무료주차장
휴일: 추석,설날연휴 각 2일빼고 연중 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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