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간과 내용 전반적 재검토 필요성 제기

▲ 추위보다 더 차가웠던 도민의 무관심.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제주4.3 제62주년 전야제가 지난 2일 저녁 도문예회관 광장에서 거행됐다. 시 음악 춤 연극 영상 등 각종 장르가 어우러진 전야제는 4.3추모행사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화려한 행사다. 이를 '도심 속 축제'로 키우겠다는 것이 주관단체인 제주민예총을 비롯한 4.3 단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세대공감을 이루며 도민축제로 치러져야 할 전야제가 정작 도민들의 무관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전야제의 공간 문제가 제기된다. 기온이 10도 이하로 크게 떨어지는 4월의 밤에 '야외'를 고집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지난 2일 전야제 객석은 행사가 시작된 오후 7시경에는 절반이상 차 있었지만 시간별로 비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 20대 참가자는 “보고 싶긴 한데 더이상 추워서 못 있겠다”며 자리를 떴다. 유족회 쪽 역시 “유족들이 대부분 연로해서 실내 공연을 바라고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 재일교포 가수 이정미씨는 '아리랑'과 '임진강' 등의 노래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참여율 저조로 좋은 공연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공간을 옮기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반론도 펼쳐진다. 이번 전야제를 준비한 한 핵심 관계자는 “실내로 옮겼다고 해서 당장 참가자가 많아진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전야제에 대한 공감대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전야제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공감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도심 축제’로 가겠다며 유명가수에 의존하는 형식이 옳으냐하면, 이것도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전야제를 주관한 제주민예총의 또다른 관계자는 “무대 공연 위주로 이뤄진 전야제의 형식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야외공연 자체가 공연자 입장에서는 멋지고 근사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관객 입장에서 참여를 이끌 수 있는 공연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전야제의 시작은 올해도 어김없이 꽃을 든 유족들의 행렬로 시작됐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이들은 공통적으로 전야제의 공간부터 내용과 형식까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단체 차원에서는 공통된 의견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워낙 많은 단체들이 관여 하다보니 제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상충된다.

그러다보니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사월의 위기'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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