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살갗 스치는 바람에 가을이…

▲ 중국 상글릴라 쑹체린 사원 / 사진=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북풍이 붑니다.
아직 한낮에는 지난여름 햇살의 온기가 남아 있지만
살갗에 스치는 바람에는
가을이 묻어납니다.

이 바람이 더욱 차가워지면
당신은, 잃어버린 지평선 넘어
저 북풍 속으로 떠나갈 것입니다.
당신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하얗게 쓸어
누구의 방문도 허용하지 않는 신비의 설산왕국을 건설할 것입니다.
성벽에 하얀빛이 더욱 깊어져 푸르스름해지면
그 왕국은
고난하기에 더욱 행복하고
시리기에 더욱 따사로워질 것입니다.

▲ 다리고성의 삼탑 / 사진=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이렇게 가을 깊어가는 달 밝은 밤에
나는 당신을 떠나보낼 준비를 합니다.
미련의 끈이 길어질수록 가시는 길이 더욱 험난함을 알기에
온기를 넣어 잡은 손을 놓습니다.
그리고 봄이 되면
찬바람이 불어온 떠난 그 길을
훈풍으로 불어갈 것입니다.

▲ 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DB
당신은 바람이고
나는 탑입니다.
바람이 스치는 길목에 망부의 탑을 쌓았습니다.
떠나실 때 숨이 차면 돌아보고
나 여기 있음을 아시고
돌아오실 때 산 고개 넘으면
나 여기 그대로
나 여기 그대로
다리고성의 삼탑으로
당신의 안녕을 빌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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