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머리로 사는 삶을 내려놓고

하늘이 내려와
미소를 짓습니다.
집 뒤뜰 오가는 귀퉁이에
국화가 피었습니다.

   
▲ 사진=오성스님 ⓒ제주의소리

지난 늦은 봄
소쩍새 많이도 울던 날
지인 한분이 생애 첫 묘종을 발아시켰다며
갖고 온 작고 여린 국화
쌘 바람 피해 햇볕 잘 드는 곳에다 함께 심었는데
때가되니 그 마음 저버리지 않고 저렇게 피어
가을 정취를 더 합니다.

저와 미소를 나누며 행복해 하던 날
그분은, 도시의 삶을 떠나 귀향하겠다고  합니다.
머리로 사는 삶을 내려놓고
몸으로 생명의 가치를 느껴보겠답니다.
영혼을 살리는데 농사가 제일인 것 같다며
항상 진지하고 신중한 분이기에......
아마, 국화를 심기 훨씬 이전부터
고민 또 고민, 생각의 바닥으로 내려가
국화를 키우고 그 하늘미소를 보며
결정인決定印을 고향땅에 눌렀을 것입니다.

▲ 사진=오성스님 ⓒ제주의소리

다시 사는 삶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이제 넘어져도 일으켜 세워주는 부모님도 계시지 않으니
손은 흙이 되고
얼굴에는 햇살의 골이 생길 즈음
국화를 닮은 미소를 지으며
더욱 소중해진 가족과 함께
영혼은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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