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 책임 떠넘기는 행태 없어져야

  제주도에서는 오랫동안 행정과 주민 간, 기업과 주민 간, 지역과 지역 간 심지어는 주민 간 갈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과거에 발생한 대표적인 집단 민원은 제주시 탑동 공유수면 매립,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중산간 지역 골프장 건설, 관광지 개발 사업, 풍력 발전 사업, 양식장 설치, 대형 건축물 건립, 인공위성 발사기지 건설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로 인하여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군, 주민, 사회단체, 종교계까지 포함된 갈등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지역 발전에 크나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으며 상부상조하는  아름다운 전통 문화가 파괴되고 심지어는 ‘제주도민들은 배타성이 강하다’, ‘개발사업자에게 집단 민원을 통하여 금전적 요구를 한다’, ‘일단 반대를 한 다음 요구 사항을 들어 주면 동의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등 우리 제주의 이미지가 잘못 비쳐지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집단 민원과 분쟁은 왜 발생 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원천적 해결 방안은 없었는지?
 그 원인을 몇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발생 원인으로 첫째는 경제적 요인에서 발생한다.
 1) 개인 재산을 침해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보상관련 문제(본인이 원하지 않는 토지 수용이나 보상 과정에서 현실 가격 보다 적다고 판단하는 경우)
 2) 각종 법령이나 계획으로 자기소유 토지 이용에 제한을 받는 문제 (자기 소유 토지가 보존 지역이나 공원지역 등으로 불합리하게 지정 되었다 하는 경우 등)
 3) 지역적으로 원치 않는 토지 이용 문제 (골프장 건설, 풍력발전사업 등 외부 사업자가 자기 지역에서 사업을 하지만 주민에게 이익이 되거나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등)
 4) 비용보다 편익이 높은 시설의 입지와 관련된 분쟁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관이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경우)

둘째로는 기술적 요인에서 발생 한다
 1) 기술 수준이 낮거나 기술적 결함에 의한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한 분쟁 (잘못된 기술이나 부실한 관리로 인하여 피해를 보는 경우)
 2) 기술적 조치를 사업 시행자가 회피하거나 저감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신뢰성이 결여된 분쟁 (각종 영향 평가에서 제시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

셋째로는 정치적 또는 행정적 요인에서 발생 한다.
 1) 계획과정에서 이해 당사자 참여가 배제되는 경우 (계획의 비공개 수립으로 이해 당사자들이 배제되는 경우)
 2) 의사 결정과정에서 합리성 투명성이 결여되는 경우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외형적 의견 수렴은 하지만 단순히 통과 의례 수준으로 처리 하는 경우)
 3)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는 타협적인 자세 결여 (방침이나 계획을 사전에 확정지어 놓고 제시한 의견을 반영 하지 아니하는 경우)

넷째로는 제도적 잘못에서 발생한다.
 1) 분쟁이나 갈등을 조정할 제도나 수단이 결여 된 경우 (재정적, 법률적 제도가 부족한 경우)
 2) 국가 지방 간 자치단체 간 기능 분담이나 역할체계가 미흡한 경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

다섯째로는 심리적 요인을 들 수 있다.
 1) 막연한 거부감, 비합리적인 요구나 주장을 하는 경우(특별한 이유 없이 우리지역은 안 된다. 일정 금액을 보상 하여라 하는 경우)
 2) 국가 전체 이익이나 공동의 이익 보다는 자기 지역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경우 (국가나 지역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우리 지역은 안된다고 하는 경우)
 3) 지역 이기주의로 자기 지역 내 혐오시설 등 유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경우 (화장장, 쓰레기 매립장 등)

이러한 요인들은 한 가지 또는 여럿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하고 상호 불신에 의하여 집단 민원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아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까지 발생한 집단 민원이나 분쟁을 보면 대부분 앞서 설명한 어느 부분에서는 반드시 해당될 것으로 생각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과거에도 발생하였고 현재도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생 할 것이다.
 따라서 각종 집단민원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첫째로 왜 발생하였는지 그 원인을 먼저 찾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둘째는 개발 사업으로 인한 공동체의 파괴, 사유 재산권이 침해, 환경파괴는 주민들 생명과 직결되므로 당사자들의 이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셋째는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 그리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요구 된다. 주민의 의견을 들어 한다는 명분하에 주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 등은 반드시 없어야 한다.

 지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계획 수립이나 추진과정에서 주민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 하여야 하며 재산권의 침해 등을 최소화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권한이 부여되지 아니한 참여는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 김한욱 전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최근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행정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아직도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개발이나 제도 개선 등에 권한 없는 참여가 과연 필요한가라고 묻지 아니할 수 없다. 제도 개선에 행정을 배제하고 대부분 관련 업계나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문제를 풀어 나가는 싱가폴이 경우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갈등이나 분쟁이 없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다고 보지만 그것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치로 갈등을 최소화 하여야 한다.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비판만 하는 지도계층도 책임감을 갖고 진정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 김한욱 전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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