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인연을 감사하며 떠나보냅니다

▲ 먼 길 떠납니다.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먼 길 떠나는
까마귀들이 인사를 왔습니다.
백년 만에 폭설이라는 지난겨울
그 시련의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래봐야 지척에서도 꺼리지 않는
체온 감을 나눴을 뿐입니다.

수백 킬로를 날아 시베리아로 가야 한다는데
대장 놈은
많은 식구를 거느린 탓에
애를 참 많이도 써서
힘에 부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 이별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이제 익숙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가슴 한편이 짠한 것이
작은 정도 무게가 느껴지는 산간의 인연이가 봅니다.
몇 생을 두고 나눠온 인사이거늘
이별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지금의 만남 하나하나가 소중합니다.
별다른 뜻 없이
내 눈 길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 저들이 떠난 자리엔…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저들이 떠난 자리엔
또 다른 인연이 들어서겠지만
다시 올 수 없는 그 시간을
나와 함께 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인연을 감사하며 떠나보냅니다.
지금 이 순간, 다가올 인연을 감사하며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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