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이 돼 버린 정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인류가 출현한 것이 약 120만 년 전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수렵생활을 하다 농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곳에 정착하게 되고 생산된 농산물로 부를 축적하거나 축적한 부를 지키기 위한 무사 계급이 등장하면서 왕을 중심으로 한 고대 국가가 탄생하게 된다.  그 후 인류 사회는 권력과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였다.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절대 왕정 국가에서는 권력이 모든 것을 소유 하였다.  한때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기업들이 국가 권력을 이용해 식민지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였으나 권력은 여전히 돈보다 앞서고 있으며 아직도 일부 독재국가의 권력은 절대 왕정시대를 능가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 리비아 등 아프리카 사태를 보면서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 하였는지 국민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주화가 되기 전에는 다른 독재 개도국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80년대 대통령 말 한마디가 대기업을 공중분해 시키기도 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았던 것을 보면 짐작 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권력의 상징인 대통령 지시를 법보다 우선하고 더 무서워하는데서 발생하였다. 지방토호세력,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대대적 사정, 암행 감찰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공직 사회,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까지 숨을 죽이고 벌벌 떤다.  오죽하면 동장군보다 더 무서운 사정 한파라고 할까?

그렇지만 아무리 무서운 칼날 사정도 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대상이 되고 처벌을 받는데 일반 서민들도 웬일인지 겨울 감기처럼 으스스한 것을 보면 뇌물, 부정축재, 위장 전입은 꿈도 못 꿀 착한 서민들도 법을 어기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90년대 이후 지방자치가 본격 실시되면서 기업, 토호세력과 자치단체장 간 유착 관계는 더욱 두드러졌다. 당선에 필요한 돈과 표는 기업과 후보 사이에 불가분의 관계다. 이로 인하여 도움을 받은 기업에 대한 특혜성 인허가, 토지용도 변경을 통한 엄청난 땅값 상승 혜택 제공, 공사 수주 등 많은 부패가 발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단체장의 지시를 어기지 못하여  불행을 당한 공무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실시한 지방선거시 어느 지인이 한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선거는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사람을 뽑는 것인데 자기 생각이나 신념과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생활 정치, 아니 생계정치 참여라 하고 싶다. 오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자리를 얻기 위해 또는 조그마한 이권이라도 챙기기 위해 당선될만한 후보로 줄을 서는 것을 빗댄 말이다.

  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권력과 돈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권력을 더 좋아했다. 권력이 있으면 돈은 자연히 따라 오고 법도 마음대로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잡기 위하여, 잡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하여 권력이 필요한 공생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사회를 병들게 하고 우리는 돈과 권력을 잡기 위한 아수라장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 김한욱 전 제주도행정부지사
내년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새로운 권력과 부를 잡기 위하여, 잡은 권력과 부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벌써부터 온갖 술수가 난무하고 있다.

율곡 선생은 “전하에게 충성하는 사람은 배신하고, 일에 충실 하는 사람은 배신하지 아니한다. 심복이 있으면 견제 세력이 있고, 견제 세력은 음지에서 또 다른 배신을 불러 온다”고 하였다.
다가오는 정치 계절에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김한욱 전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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