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 칼럼] "건물 아닌 '사람장사'에 투자해야"

오사카에서 헌책방으로 유명한 '히노데(日出)서점' 이라고 있다. 지점이 4곳 있을 정도로 성공했다. 특히 한국 및 일본 중국에 관한 책으로 유명하다. 새책방에는 절판이 된 책들이 이 서점에 가면 만날수 있다. 가끔 이름만 들어온, 지금은 구할 수없는 유명한 책을 대면할 때는 짜릿한 전율까지 느껴진다.

사장은 곽일출씨,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이다. 어느날 그 책방에 갔더니 사장이 나에게 보일 것이 있다면서 창고로 데리고 간다. 박스에 헌책들을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남가주 대학이 동아시아 연구소를 만들면서 일본에서 좋은 책들을 보내라는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좋은 책들이 저 상자속에 들어가, 미국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 곽일출 사장이 푸념에 섞인 한마디를 한다. 앞으로 동아시아에 관한 연구를 하려면 아시아가 아니라 미국을 가야 된다는 것이다. 본인은 비지니스이니 돈이 되는 주문을 받았기에 그쪽으로 갈 수 밖에 없지만, 그 좋은 책들이 미국으로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것이다.

역시 미국이다. 하는 짓이 그렇고, 또 키퍼슨(Key Person)를 정확히 파악해서 일을 하게 한다. 일본에서 동북아시아 관계의 서적에는 곽일출 사장이 키퍼슨이다. 하와이대학도 1년에 한번씩 담당자가 직접 한국을 돌면서 논문및 서적을 구입해서 가져간다고 들었다.

요즘 제주대학교 총장이 직선제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선거에 나온 총장 후보의 선거공약에는, 총장이 된 사람도 총장에 떨어진 사람도 다들 '동북아 거점 대학'을 외친다.

'동북아 거점 대학'

동북아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하려면 서울에서도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제주대학으로 오게 하겠다는 것이 거점대학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공부와 연구의 거점이 될려면, 하드(Hard)와 소프트(Soft)가 있어야 한다. 하드는 1년에 만들수가 있다. 좋은 건물은 1년에 몇채라도 짓는다.

문제는 '소프트'이다. 좋은 두뇌와 좋은 책및 자료가 있어야 된다. 좋은 소프트를 만들려면 돈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필요하다. 돈 왕창 들여서 1년간 일본에서 나온 책 전부 사 올 수도 있다. 이런 작업을 10년 20년 한다면 성과를 볼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으로 끝나 버리고 만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한 번쯤도 없는 것 같다.

1년에 1억원이 되든 1천만원이 되든, 새책이든 헌책이든 좋다고 평가되는 좋은 책들을 10년 20년 꾸준히 모아 놓아도, 그 속에는 옥도 있고 돌도 있다. 그러나 매년 꾸준히 몇십년이란 작업을 해야 옥도 모이고 돌도 모인다. 연구자료란 나에게는 돌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옥이 될 수 있고, 지금은 돌이지만 내년에는 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대학은 방대한 자료를 비치하고 있다.

지금 제주대학은 어떠한가?

총장이 된 사람도 총장에 떨어진 사람도 '동북아 거점대학'이지만, 좋은 소프트를 만들려는 작업을 일본에서는 볼 수가 없다. 말만 있고 행동이 없는 국립대학이 제주대학인지, 일본에 있기에 보이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20여년 전 필자가 처음으로 일본 대학에서 전임강사 발령을 받았을 때, 어느 나이 드신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사람 장사는 최소한 10년을 해야 결과가 보이네. 4년간 교육해서 좋은 인재를 만들고 계 속 배출 시켜야 되고, 그것이 좋다고 평가를 받을려면 최소한 10년이상이란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사람 장사를 할려면 좋은 방향으로 몇십년간을 투자를 해도 될까말까 한 것이다. 1회성 혹은 1∼2년으로 좋은 대학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총장 직선제가 되고 보니 성질이 급해진 것같다. 단기성 투자만으로 효력만 보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 걱정해 본다.

사람 장사의 원점에서 생각해 보고 싶다.

 

 

▲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필자 신재경 교수는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오사카 제주도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한 신 교수는 재일동포, 그 중에서도 재일제주인들의 삶에 대해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재일동포들의 '밀항'을 밀도 있게 조사하면서 <제주의소리>에 '어떤 밀항이야기'를 연재해 왔다. 또 일본 프로야구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발휘 '신재경의 일본야구'를 써 왔다.    jejudo@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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