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방자했던 인류는 너무나 무기력해…

▲ 노을도 통곡합니다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봄의 꽃 축제가 시작되는 날에
큰 바다 태평양이 통곡합니다.
눈물이 남아있어도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망망한 눈빛으로 그저 바라볼 뿐
가슴이 쓰라려 피멍 맺혀도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숨이 턱밑에 차서 그저 침묵할 뿐

                             저 지구별이야 큰 기침 한 번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인생사 허망타지만
우주시대를 열었다고
초과학의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방자했던 인류는 너무나 무기력하였습니다.

▲ 봄 꽃을 피운 날 태평양이 통곡하였습니다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그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밤을 낮으로 만들고
빨래며 청소까지 알아서 해주는
편리함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던 핵원자로에
우리는 더욱 불안해 떨고 있습니다.
이 재앙이 어떤 형태와 규모로
얼마만한 공간에
얼마만한 시간에
내게로 다가올지 다가올지

그 끝에서 우리 인류는 무엇을 배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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