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아픔 겪은 제주, 해군기지 방치는 또 다른 '비극' 재연 예고
4.3 아픔 겪은 제주, 해군기지 방치는 또 다른 '비극' 재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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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과 해군기지 건설 문제
얼마전 생명평화 100일 순례를 위해 제주를 찾은 도법스님은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야말로 “4.3영령들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를 위해 도민들이 스스로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적어도 4.3의 아픔을 겪은 제주도라면 이런 아픔이 재연될 수 있는 일들은 도민의 힘과 도민의 명령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며, 해군기지 문제가 60여년전 기억이지만 여전히 제주의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있는 4.3이라는 비극이 또다른 형태로 재연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4.3영령, 그 분들의 사무친 절규가 강정마을에서 불씨가 되어 피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4.3영령들의 염원인 생명평화의 불씨가 주민들의 눈빛으로 숨결로 몸짓으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라며 간절함을 표현한 편지를 세상에 띄우기도 했다. 한반도 100일 순례를 계획했던 도법스님과 생명평화결사 일행은 순례의 시작을 위해 찾았던 제주에서 100일 순례의 모든 일정을 제주에서 치러내는 것으로 전격적으로 계획을 바꿔 현재 강정마을에서 머물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최초로 제기된 지난 2002년 이래, 기지건설을 위한 정부와 해군의 행보는 제주도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상적인 설명과 설득을 통해 기지건설의 당위성을 투명하게 밝히고 협조를 구하는 모습보다는 되도 않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도민들을 현혹하고 주어진 제도절차의 이행 과정마다 편법과 위법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스스로가 공신력을 무너뜨렸던 것이다. 이런 결과 해군기지 건설의 찬․반을 넘어 해군기지 건설의 절차적 정당성은 인정되는가라는 질문 앞에 도민사회는 공히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9년 제주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은 비록 도지사의 자질과 진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형태로 표출됐지만, 수년째 제주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도민사회의 공분이 드러난 결과이기도 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지금 적어도 제도적 차원에서는 마지막 국면에 처해 있다. 해군은 현재 해군기지 추진의 성과를 가시화시키기 위해 조금이라도 공사를 진척시키려 안간힘이다. 해군기지 건설을 하루라도 빨리 기정사실화 하려는 움직임인 것이다.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역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3년 6개월여의 긴 싸움에도 결국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눈앞에서 이뤄지는 것을 보며 절망과 더불어 분노를 삭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제주4.3 63주년이 되었다. 63년 전 4.3의 비극을 떠올리며 무고한 주민들의 죽음을 위령하는 이 시기에 공교롭게도 해군기지 문제해결을 둘러싼 명암을 가를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문제가 그것이다. 강정마을은 지난 1991년 특별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제주를 대표할만한 빼어난 경관과 우수한 자연환경을 이유로 이뤄진 조치이다. 그런데, 지난 2009년 제주도 당국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해제해 버렸다. 이 과정에 제주도의회는 당시 의회 다수를 차지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도로 이를 날치기 통과시켰고, 이것의 정당성 여부와 도의회 날치기 과정의 위법성 문제가 지금껏 내내 논란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14일 제주도의회는 이른바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동의’를 뒤집는 ‘취소’의결을 전격 통과시켰다. 도의회가 스스로의 결정을 번복하면서까지 예외적인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해군기지를 매개로 한 고조될대로 고조된 도민사회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작용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도민사회의 일각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을 댓가로 제주에 대한 뭔가 획기적인 정부차원의 지원책을 바라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정부가 약속한 지원책이란 해군기지 건설이 예정된 강정마을 주변 지역발전계획을 짜서 올리면 검토하겠다는 수준 이상이 아니다. 여기에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해군의 기지건설을 위한 비정상적인 행보에 따른 도민사회의 불신 등이 이번 도의회의 ‘재의결’로 터져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도의회의 결정은 유일한 제도적 차원의 저항으로 남아있는 관련 소송(강정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확인 소송, 강정마을 해안매립처분 무효확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위원장
제주의 오랜 숙명과도 같은 군사기지의 도전 앞에 지금 제주의 미래는 흔들리는 등불처럼 위태롭다. 60여년전 4.3의 비극을 통해 뼈저린 아픔을 겪어야 했던 제주, 생명과 평화를 위해 해군기지 문제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에 도민 스스로가 나서는 것은 ‘4.3 영령들의 준엄한 명령’이라 일갈 했던 도법스님의 뜻처럼, 지금 우리에게 4.3의 교훈을 새기는 일이란, 4.3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해군기지 문제를 직시하고 한마음으로 나서는 일이다./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위원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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