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나의 조급함을 돌아봅니다

한 바탕 꽃바람이 휘몰고 지나갑니다.
올해는 늦추위가 있더니
꽃들이 시차 없이 한꺼번에 피고 집니다.
저들의 시간은 우리와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 뽑다 버린 상추잎이 제법 무성합니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아시는 분이
참나물이며 상추를 갖고 오셔서
무던히 자라는 놈들이라며 심어주고 가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곳 산간의 추위와 좋지 않은 토질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겨울 내 눈이 쌓여 있었고
얼마 전까지 아침서리가 내리던 터라
밖에 심은 참나물 싹들은 보이지 않고
비닐하우스 안에 심은 상추도 겨우 상태를 유지 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상추를 뽑아버리고 고추 모종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주위를 돌아보는데
참나물 싹이 올라와있고
뽑다 버린 상추 잎이 제법 무성하였습니다.

▲ 오성스님
그랬습니다.
나의 시침의 시간으로
저들의 환경의 시간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저들은 저들의 시간이 있어
때가 되면 저리 잘 자라나는 것을……
나의 조급함으로
미리 재단해 버린 삶은 없는지 돌아봅니다.

<글.사진=오성스님 / 제주의 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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