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미의 제주여행(23)] 남원해안의 또 다른 비경
제주섬 동부지역 중산간을 가로지르는 남조로변 들판에는, 꽃을 피우려는 억새들의 노래소리가 한창이다.
억새들의 노래를 귓전으로 흘리며 남조로의 끝인 남원에 도착하여 방향을 틀지 말고 그대로 내려가면 바다와 만난다.
제주섬 어딜가도 만나는 바다이지만, 여기 또한 어딜가도 만나는 해안도로가 있다.
하지만 어부나 해녀의 마음은 아직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포구바닥의 깊이만큼 넉넉하지는 못한 것일까? 포구 한쪽 구석에 있는 '널당'에는 아직도 치성의 흔적들이 역력하다.
'큰엉'이라고 하는 이 곳은 20여m 높이의 해안절벽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
'엉'은 바닷가 암반이나 절벽에 뚫린 바위그늘을 일컫는 제주어로, 큰엉해안절벽에는 큰 규모의 해식동굴들이 발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가는 한가로운 산책도 운치가 있을 것이다. 그리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길을 따라 놀멍놀멍 돌아도 몇십분이면 충분할 거리이다.
제주도기념물 제39호인 이 숲은 1800년대 말, 현맹춘이라는 여인이 황무지(버둑)를 사들인 후 모진 바람을 막기 위하여 심어 가꾸었다는 동백나무 숲으로, 현재 560여본이 자라고 있다.
상수도가 개설되기 전 위미마을 사람들의 식수원이었던 고망물은 1940년대 황하소주공장이 있어 소주를 생산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바닥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솟아나오고 있다.
위미1리와 공천포 마을을 경계 지으며 흐르는 '종남천' 하구인 이곳은 '밍금개'라고 부르는 포구이다.
명칭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개 위쪽으로 자갈돌이 깔렸고 그 바닥에는 단물이 솟는다.
밍금개에서 보이는 '소롱코지'는 곶의 형태가 용이 머리를 쳐들고 승천하는 모양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밍금개를 지나면 '넙빌레'라는 해안이 나온다.
바다쪽으로 넓게 암반이 평평하게 형성되어 있어, 넓은 암반이라는 뜻에서 '넓빌레'라고 부르는 그 곳은 여름철에는 암반 사이에서 생수가 용출하여 지금은 피서객들이 많은 찾는 곳이다.
해안선 군데군데에서 깨끗한 용천수가 용출하여 예로부터 관청의 식수나 제수로 사용되었고, 그 과정에서 '맛이 좋은 샘물을 바친다'는 뜻으로 지명이 공샘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 후 포구가 있는 마을이라 공천포로 바뀌어 불렀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공천포 마을 앞 해안을 따라 깨끗하고 검은 모래벌판이 형성되어 모래찜질로 유명한 곳을 '모살왓'이라고 부른다.
영등물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생수가 용출하여 식수는 물론 빨래와 목욕하는데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지금 다 고갈되어 버리고 영등물만이 흐르고 있다.
쇠소깍은 바다와 맞닿는 하구에 형성된 깊은 소(沼)이다. 이 소(沼)의 물을 주로 소(牛)의 급수용으로 이용하였던 데서 연유한 이름으로 추측된다.
쇠소깍은 제주시의 용연과 비교될 정도로 깊은 계곡과 아름다운 상록수림대를 이루는 곳으로, 바다와 만나는 하구에 형성된 깊은 호수와 높은 계곡은 서귀포의 숨겨진 명소로 최근 찾는 이가 줄을 잇고 있는 곳이다.
호수를 떠 다니는 테우에 피곤한 몸을 실어 보내고, 오늘도 가벼운 마음을 추스리며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 양영태님은 '오름오름회' 총무, 'KUSA동우회 오름기행대' 회원입니다. 이 글은 양영태님의 개인 홈페이지 '오름나들이(ormstory.com) 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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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시민기자
ytyang@hc.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