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훈 칼럼] 김광석 다시 듣기
[진관훈 칼럼] 김광석 다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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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어렴풋이 생각나오/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어렴풋이 생각나오/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모두 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진관훈 박사.
고(故) 김광석(1964-1996)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김목경 원곡) 노랫말이다. 1990년대 초반 대학원 다니던 시절 시내버스에서 처음 이 노래를 들었다. 멍멍했다. ‘일어나’, ‘사랑했지만’, ‘광야에서’ 등을 부른 그 김광석이 이 노래를 부른 김광석인 줄 꿈에도 몰랐다. 현인이나 김정구 등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노래였다면 끄덕였을 까,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 당시 20대 중반 김광석의 읊조림이라니.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우리나라 치매노인 수는 2010년 46만9천명에서 올해 57만6천명에 달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2024년에는 치매 노인환자가 100만명을 넘을 것이다. 정부는 보건소 치매상담센터와 재가서비스 확대, 치매 통합 상담전화 등을 활용해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안전망 더욱 더 촘촘히 짜고 있다고 한다. 당사자나 가족, 지역사회 모두에게 반가운 일이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국가치매정책의 현황과 계획>을 보면 치매 조기발견·예방 강화, 맞춤형 치료·보호 강화, 효과적 치매관리를 위한 인프라 확충, 가족지원 강화·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목표로 치매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했다고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치매를 조기 발견해 중증에 이르지 않도록 만 60세 이상이라면 보건소에서 치매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66·70·74세 검진 대상자를 상대로 인지기능장애검사를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치매환자는 국가 치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인지재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재가서비스를 통해 치매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2천400명에서 올해 4천명으로 늘어난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대상자를 2015년에는 1만명까지 관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또한 당사자들이나 가족들에게 시급한 일이다.

쉰이 넘은 내가 요즘 읊조리는 노래는 다름 아닌 ‘서른 즈음에’(강승원작곡) 이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에/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이 노래는 김광석이 얼추 서른 즈음에 불렀을 것이다. 나이 서른에 어떻게, 어디서 이런 감성이 나왔을까? 20년이 지난 요즘 나이로는 ‘쉰 즈음’이 옳다고 생각해서인지 마치 내 주제가인 듯하다.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릴 때 ‘건망증’이라고 한다. 건망증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일을 주로 잊어버리지만 치매는 최근의 기억부터 잊어버린다.

치매가 아닌데도 치매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성 우울증이다. 노인성 우울증 환자 대부분이 우울함을 느끼기보다 ‘몸이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하거나 말수가 적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며 행동이 느려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기억력이나 집중력까지 떨어지는 등 치매와 흡사한 증상을 보여 ‘가성치매’로 불리기도 한다.

치매와 구별해야 하는 ‘섬망’이라는 증세가 있다. 섬망 환자는 갑자기 흥분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을 흘리며 동공이 확장된다. 벌벌 떨면서 환각상태에 빠져 커튼이나 벽에 걸려 있는 옷을 보고 ‘도둑이다’ 또는 ‘저기 남자가 서 있다’고 외치며 겁을 먹는다. 이러한 행동을 보이면 치매로 착각한다.

건망증과 치매 사이에 경도인지장애라는 질환이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에 비해 판단력, 지각능력, 추리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에서 정상이지만 단순한 건망증보다는 더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린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달리 대부분 치매로 진행된다. 그러나 노인이 되면 일반적으로 기억력이 감퇴하고 활동 영역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건망증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치매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김광석의 노래를 가지고 만든 뮤지컬 ‘그날 들’을 관람했다. 역시 뮤지컬 가수들은 노래를 잘한다. 몸이 찌릿 찌릿했다. 사실 내가 예전 자주 부르던 노래는 ‘사랑했지만’(한동준작사) 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 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 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떠날 수 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그대를 사랑했지만.

치매는 적절한 치료를 위해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며 발병 초기에 발견하여 조속히 치료 한다면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명심할 일이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늦기 전에 부모님께 ‘치매 검사’를 선물하자. / 진관훈(경제학/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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