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타워 조감도. 제주시 노형로타리 인근에 168m 38층의 쌍둥이 고층빌딩으로 설계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강정홍의 또 다른 이야기> 그 어떤 구조물도 ‘한라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제주의 상징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

이른 아침 눈 덮인 한라산을 바라봅니다. 아침 햇살을 받은 한라산이 빛을 발합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차라리 거룩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제 ‘짧은 필력’이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아득한 먼 옛날부터 한라산은 그렇게 존재해 왔습니다. 한라산은 그것이 거느리고 있는 우리 고장 전체를 거의 매혹적이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그 영겁의 세월을 관통하고 있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라산은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실존적 완전성의 한 요소입니다.

제주에 있는 한, 한라산을 가로막는 그 어떤 인공구조물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이른바 ‘드림타워’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는 제주의 자연경관상 그런 초고층 구조물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물론 한라산 높이에서 보면 168미터쯤(당초 218미터에서 낮췄다고 함)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자칫 ‘한라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제주도민의 상징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교통부담금’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근본적인 문제를 들고 나서는 것은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기 좋은 도시가 과연 어떤 곳인가’에 관한 물음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면, 그것 역시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시문제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또한 문화적 문제입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살기 좋은 도시가 과연 어떤 곳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경제적 시각에서만 접근해 왔습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도시 구조의 경제적 논리도 사회 구성의 한 축(軸)인 이상, 그건 그것 자체로 인정돼야 합니다. 토지의 효율적 활용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형편에선 그게 더욱 절실한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젠 달라져야 합니다.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 현재의 도시형태를 등장시킨 기존의 전통적 원리들이 반드시 재검토돼야 합니다. 생태학적 통찰력을 통해 제주시가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나가야 합니다. 건물만 짓고 도로를 놓는다고 해서 모두가 도시는 아닙니다. 도시는 그곳에서 살아 갈 사람들의 고유한 삶을 담는 하나의 그릇이어야 합니다. 지역의 ‘자연적 질서’와 함께 하는….

최근 들어 도시형태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이 강조되는 것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지역환경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시키는 접근이 하나의 설계대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에겐 그것을 자세히 설명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자연의 조화적 공존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목표가 돼야 하고, 도시설계의 새로운 원칙에도 그러한 목표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의 대안적 기반은 자연적이며 지방색을 갖는 경관에서 찾아야 합니다. 가지런한 건물, 곧게 뻗은 도로는 일견 보기 좋지만, 전형적인 설계방식과 미학적 규범도 그 지역의 생태적 조건과 조화를 이룰 때만이 그 타당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어쩌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자연적 질서와 그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생태학적 자세야말로 새로운 도시형태를 형성할 철학적 대안인지 모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다시한번 이른바 ‘드림타워’에 관해 숙고해야 할 필요성입니다.

구태여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독불장군처럼 우뚝 설 이른바 ‘드림타워’가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미칠 영향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건물이 높을수록 그만큼 그늘은 넓습니다. 사람도 또한 왜소해집니다. 이 얼마나 반인간적입니까. 그것은 그 어떤 꾸밈으로도 해소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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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홍 언론인.
한때 ‘랜드마크’운운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른바 ‘드림타워’가 말 그대로 ‘꿈의 빌딩’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될지, 섣부른 판단은 자제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구조물도 ‘한라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제주도민의 상징성’을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우리들의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인 강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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