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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삼림종합연구소 동북지소 생물피해연구부의 나카무라 가츠노리 박사가 18일 제주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지역을 방문해 송진추출조사 시연을 하고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장] 日 전문가 제주서 송진추출시연..."고사 진행 단시간 다량 조사 가능"

송진추출조사로 재선충병 감염에 따른 소나무의 고사진행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제주지역 방제현장에 도입될지 관심이다.

일본 삼림종합연구소 동북지소 생물피해연구부의 나카무라 가츠노리(中村克典) 박사는 18일 제주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지역을 방문해 송진추출조사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소나무재선충병 조사연구 및 방제전략수립 연구소의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산림청과 제주도 재선충 담당 공무원, 한국산림기술사협회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나카무라 박사는 지난 1998년 히로시마 대학에서 산림병충해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곤충과 선충, 솔수염하늘소를 연구한 소나무재선충병의 대표적인 일본 학자로 꼽힌다.

최근에는 ‘항공사진과 GIS를 활용한 피해선단목 방제법’과 ‘숙주감수성의 시간적 변동이 소나무재선충병 유행패턴에 미치는 영향’, ‘솔수염하늘소 분포의 결정요인’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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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무라 가츠노리 박사가 18일 애월읍 하가리에서 시연에 앞서 재선충병 감염 의심 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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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세공용 펀치를 이용해 껍질을 일부 벗겨낸 소나무에 지름 1cm 안팎의 구멍을 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나카무라 박사가 언급한 송진추출조사는 소나무의 껍질을 일부 벗겨내고 가죽세공용 펀치로 작은 구멍을 내 송진이 외부로 흘러나오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송진은 소나무과의 나무가 손상을 입었을 때 분비되는 것으로 무색 투명한 액체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희뿌옇고 끈질긴 성질로 변한다.

나카무라 박사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은 감염과 동시에 수액의 길목을 막아 소나무를 고사시킨다. 이 때 송진도 함께 마르는 증상을 보인다.

실제 나카무라 박사는 이날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오당빌레에서 생육이 좋은 소나무와 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 소나무를 선정해 송진추출 여부를 확인하는 시연을 직접 진행했다.

나카무라 박사는 가슴 높이의 소나무 껍질(송절) 일부를 낫으로 벗겨내고 지름 1cm의 가죽세공용 펀치를 망치로 두들겨 송절 안쪽에 인위적인 상처를 냈다.

1시간 후 두 소나무의 구멍을 확인하자 생육이 좋은 소나무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껍질 밖으로 흘러나왔고 고사가 진행중인 소나무에서는 송진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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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생육이 활발한 소나무, 오른쪽은 재선충병 감염이 의심되는 소나무. 두 나무에 대해 송진추출조사를 벌인 결과 왼쪽나무에서는 송진이 검출된 반면 오른쪽에서는 송진이 나오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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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무라 가츠노리 박사가 송진추출조사 시연을 한 결과 왼쪽은 송진이 나왔고 오른쪽은 송진이 나오지 않았다. 오른쪽은 사실상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일본은 이같은 방식으로 재선충병 잠재 감염목까지 가려내고 있다. 송진이 나오지 않는 소나무를 모두 재선충병 감염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인과관계가 충분하다는 것이 나카무라 박사의 설명이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소나무라도 송진이 나오지 않으면 잠재감염목으로 판단해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선제적인 방제가 가능해 재선충병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연구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외관상 멀쩡하지만 재선충이 침입한 소나무와 재선충이 없지만 쇠약한 소나무에서 송진이 추출되지 않는 등 관련 연구가 이미 이뤄졌다.

나카무라 박사는 “송진추출조사로 현장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다량으로 소나무의 고사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재선충병 감염은 송진추출검사가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겨울에는 송진이 말라 판별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며 “제주지역 방제 시기 등을 고려하면 송진추출조사 시기는 10월 중순 이후부터 11월까지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나카무라 박사는 또 “송진추출조사가 완벽한 방제 방법은 아니지만 현장 적용은 가능하다”며 “중요한 것은 방제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그에 따른 방제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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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삼림종합연구소 동북지소 생물피해연구부의 나카무라 가츠노리 박사(왼쪽)의 설명을 경주대 조용기 교수(오른쪽)가 통역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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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무라 가츠노리 박사가 제주에서 사용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용 나무주사를 살펴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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