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 ‘탈소통’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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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후 칼럼] 뚜렷한 대립 구도, 신념에 맞는 뉴스만 수용...민주주의 위협하는 가짜뉴스

가짜뉴스가 공개적인 토론의 중심으로 바짝 다가왔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는 헤겔의 명제처럼 가짜뉴스는 합리적인가? 가짜뉴스가 공론장을 왜곡하고 여론을 오도하여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으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짜뉴스가 어느 때 보다도 각광을 받게 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분열과 대립, 불신, 개인의 강한 믿음에서 찾고 있다. 먼저 정치적 대립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양극단의 신념이 강고해지면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나와 우리 편의 세계는 올바르며 인정받았고, 상대편은 나쁘고 척결의 대상이다. 경쟁이 격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된 경제 조건이 연대의식을 실종시켜 가짜뉴스가 발흥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했다. 여론 시장을 독과점하고 정파에 매몰된 기존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가짜뉴스의 공격을 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 발전으로 등장한 초연결 사회는 개인이나 집단이 동등하게 모든 일에 개입하는 무정부 상태의 통제받지 않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정치, 경제, 과잉 네트워크 사회에서 선과 악의 대립구도가 극심해질수록 자신들의 주장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뉴스만 수용하는 확증편향이 굳어지고 가짜뉴스는 좀비를 넘어 진실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개인의 의도와 자기 앞에 펼쳐진 현실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면서 가짜뉴스는 활짝 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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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덤뉴스는 창간준비 1호부터 4호까지 JTBC가 보도한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출처=오마이뉴스.

가짜뉴스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기적인 관점에서 악용하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극단으로 갈라져 관용과 배려, 상호 이해가 결여된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짜뉴스는 공론장을 어지럽히고 현실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기본 조건인 담론경쟁을 통해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의사소통 원리가 훼손되고, 공론장의 구조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민주주의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모델이다. 시민 누구나 동등하게 발언하고 경청하고 공동체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를 불안하게 하는 폭력적인 위협을 배제하고 의사소통 기회가 특정집단이나 개인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참여의 기회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은 집단적 과제를 공공의 토론과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공동의지를 갖고 공적 논의를 제도화하는 일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공론장에서 다양한 토론과 결정을 통해 모든 시민이 따라야 할 정당한 규칙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 민주적 권력을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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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대행과 관련한 가짜뉴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남편이 통진당원이라는 가짜뉴스가 탄핵반대를 지지하는 이들의 카카오톡 방에 유포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가짜뉴스가 활개를 칠수록 공론장은 쌍방향 소통의 지향성이 사라지고 편 가르기 활동에 국한된다. 상상의 공간이자 물리적 공간인 공론장의 구조는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 카페, 극장에서 신문, 잡지, 책으로 변화하고 최근 전자매체의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론장은 다시 태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전자매체는 뉴스 생산자와 수용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미디어가 은하수처럼 퍼져 시민들의 민주역량은 커지고 있으나 이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세력들이 가짜뉴스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소통공간보다는 집단이 나누어 싸우는 투기장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광장에 선 시민들은 초연결 사회를 상징한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면 연결의 다양성은 유명무실해지고 비판적인 여과장치는 작동 불능 상태로 변해 전제적 여론매체 권력의 조작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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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후 소통기획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공공적 소통망으로 형성된 공론장은 배타적으로 결집한 집단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는 싸움터가 되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행동과 믿음에 순응하는 경향을 뜻하는 허드 멘털리티(herd mentality)를 신조어로 등재했을 정도다. 공동체가 분열되어 그들만의 사실을 믿는 끼리끼리 소통이 유행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가짜뉴스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뉴스에 대한 가치판단은 소비자가 한다’는 강변이 통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진실한 뉴스와 공개성, 개방성, 참여, 상호 경청과 공감, 포용, 협력에 근거한 공론장이 역사속의 유물로 퇴화하는 탈진실, ‘탈소통’ 시대에 살고 있다. ‘탈소통’ 시대의 경고를 인식하고 공론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치열한 담론 경쟁이 필요한 때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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