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15) 개발중심 아닌 사람과 자연 공존하는 제주 돼야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제주도지사에 집중되었던 개발승인의 권한은 주민과 소통하고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차원의 주민권한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지역에서 추진되는 개발사업에 대한 제주도지사의 권한은 막강하다. 제주특별법에 근거해서 모든 개발사업은 도지사의 시행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기 위한 여러 절차와 과정 역시도 제주도의 심의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도지사에 집중된 개발사업 승인권한

도지사로부터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은 경우는 각종 개별법에 따른 인·허가, 지정 및 승인, 협의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 가령 관광개발사업의 경우 도지사의 시행승인을 받은 경우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지 지정 및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아 별도의 승인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제주특별법에서 인·허가를 일괄하여 의제 처리하는 사항은 관광개발사업 외에도 골재채취의 허가, 공유수면의 매립면허, 도시·군 관리계획의 결정,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의 승인, 체육시설 사업계획의 승인, 도로공사 시행의 허가, 항만공사 시행의 허가 등 제주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개발사업을 망라한다.

그리고 제주특별법에는 개발사업의 시행승인에 관한 사무를 신속하고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 도지사 소속의 일괄처리기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은 다른 개발부서가 이를 담당하고 있지만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일괄처리과를 신설해 관광개발사업의 시행승인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고자 했다.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개발사업마다 담당자를 배정해 시행승인을 목표로 업무를 추진하기도 했다.

특별자치도 출범 직후 개발중심의 도정 정책과 중앙정부로부터 이양 받은 도지사의 막강한 개발사업 승인권한이 결합하면서 그야말로 제주지역에서 추진이 안될 개발사업이 없을 정도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묘산봉관광지구를 들 수 있다. 140만평 규모의 묘산봉관광지구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중심부에 위치한 곳이다. 전 세계에서 제주에서만 자라는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의 최대군락지이기도 했다. 선흘곶자왈의 상록활엽수림이 이어지고, 각종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며, 용암동굴이 분포하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당시 북제주군이 소유한 공유지였다. 이곳의 환경적 가치가 높아 관련 공무원마저 개발사업을 할 수 없는 땅이라고 했지만 개발사업 시행승인은 이뤄졌고, 공유지는 헐값에 매각되었다. 

개발 면죄부로 전락한 심의절차

제주도의 심의과정도 문제이다. 개발사업 시행승인 과정에 이뤄지는 각종 위원회의 심의절차는 사업의 타당성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이렇다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사업계획이 타당하지 않고, 사업입지가 환경적으로 부적정하더라도 몇 번의 재심의 끝에 결국 동의절차를 밟는다. 경관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등 개발사업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위원회들이지만 현실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인하기 위한 형식일 뿐 개발의 면죄부 역할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제주동물테마파크의 경우만 보더라도 환경영향평가심의회의 과정에서 사업계획에 대한 논란이 컸지만 한차례의 심의보류 이후 추가 보완된 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의 수순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도의회 동의 절차만을 남겨 놓은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 역시 여러 차례의 환경영향평가 재심의가 이어졌고, 여전히 보완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결국 환경영향평가심의를 통과시켜주었다.

제주도는 줄곧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 업무가 환경부가 시행하는 환경영향평가 업무보다 공정하고 엄격하며 강화된 기준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최근 도내 방송사의 기획보도에서 보듯이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심의위원의 위촉문제, 대행업체의 부실평가, 도의회의 역할 미흡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도민의 정보 접근과 절차적 투명성에 있어서도 제주도와 환경부의 차이는 극명하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에서는 개발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정보를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평가서 원문은 물론이고 협의내용과 변경계획에 대한 정보도 모두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주도가 운영하는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가 없다. 

도지사에서 도민으로 권한 이양되어야

제주도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비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개발사업 시행승인의 권한을 남발하면서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할 수는 없다. 개발촉진과 규제완화의 입법취지를 고수하고 있는 제주특별법의 전면 개정 의지를 보이지 않고 지속가능한 제주와 자연·문화·사람의 가치가 커가는 행복한 제주를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제주도지사에 집중되었던 개발승인의 권한은 주민과 소통하고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차원의 주민권한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제주개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주특별법의 전면적인 개정작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제주자연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 제주도가 발표한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립계획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지난 계획의 문제를 반성하고,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환경보전 중심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을 포함한 관광규모의 양적 확대에 치우친 개발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를 만들어 가야 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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