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도의회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동의안 상정을 재고하라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본란에서 이미 두 차례 <소리 시선>(내가 송악산에 ‘이끌려가는’ 이유)(다시 송악산을 생각한다)에 걸쳐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상정을 앞두고 있어서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입장을 피력한다.

송악산 주변은 제주섬 자연과 역사가 살아있는 박물관이고, 전시관으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지켜야 할 곳이다. 지질학적 측면에서 볼 때 송악산은 초기의 수성 화산활동과 후기의 마그마성 화산활동을 차례로 거친 이중화산체로 화산학의 교과서이다.

제주섬의 최남단인 송악산 주변은 지정학적 요충지로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이 녹아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봉수대, 일제강점기 진지동굴, 고사포진지, 알뜨르비행장, 제주4.3과 한국전쟁 당시 학살터 등은 제주의 역사를 넘어 우리나라와 세계사의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제주섬에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는 최고의 비경이다. 송악산 주변은 그 자체의 절경도 수려하지만, 송악산에 올라 바라보는 경관은 세계에 어디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다. 한편, 산방산이나 모슬봉에서 송악산을 보면 알오름 군락과 알뜨르비행장 등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이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송악산 북사면은 알오름 군락으로 이어지고, 가까이로는 월라봉, 산방산, 단산, 모슬봉 등이 한눈에 들어오며, 멀리는 영실과 한라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를 향해 서면, 멀리 서귀포 앞바다 범섬에서부터 용머리,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까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그리고 송악산 북사면과 알오름 군락 사이에 있는 동서로 이어지는 구릉은 아침에는 일출을, 저녁에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바로 그곳에 뉴오션타운 호텔이 계획되고 있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 예정 부지에서 바라본 한라산. ⓒ제주의소리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 예정 부지에서 바라본 제주. ⓒ제주의소리

송악산 주변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과 조망이 빼어나기 때문에 군사시설이 들어서거나 관광지개발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한국전쟁 이후에도 송악산 일대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려 한 적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관광지구로 개발하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지키려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노력 덕분에 2003년 6월 관광지구가 해제되었고, 2004년 8월에는 송악산 전체가 절대보전지구로 묶임으로써 더 이상 송악산 개발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 유한회사’에서 또다시 송악산 북사면 일대에 ‘뉴오션타운’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거의 20만㎡에 이르는 부지에 호텔 2개동과 휴양특수시설, 편익시설 등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송악산 북사면에서 알오름 군락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송악산 자체는 비껴가고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알오름 군락지의 구릉을 파헤쳐 지하3층 지상 6층의 대형호텔을 지을 경우에, 공사과정의 진동으로 근대유산인 해안 진지동굴들이 무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공사 이후에 경관은 사유화되고, 수많은 투숙객이 송악산 주위를 오르내림으로써 그 일대는 급속도로 황폐화되고,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정하수처리장도 더 심한 과부하가 걸려 해양환경 오염이 심각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고의 경관과 조망을 자랑하는 자리에 우뚝 솟아있는 호텔은 그 자체가 흉물일 뿐만 아니라 산방산, 모슬봉, 용머리해안 등에서 송악산 주변을 바라볼 때도 부드러운 스카이라인을 망가뜨리는 흉물스런 인공구조물이 될 것이다.

도내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송악산을 사랑하는 지역주민과 도민들은 이 사업이 환경과 경관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일제강점기와 제주4·3, 한국전쟁 등 한국 근대사의 역사유적들을 훼손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그리고 국무총리실 산하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는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의견서에서 “매우 수려한 자연경관은 공공의 자산이며, 개인이 독점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므로 자연경관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개발계획은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제출된 평가서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동 사업의 시행 시에는 동 지역의 자연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바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동 지역의 대규모개발은 지양하여 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마디로 송악산 일대에 건설되는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를 심의할 당시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에 대한 전문기관의 그러한 의견을 누락시켰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환경영향평가심의가 통과되었더라도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동의(Informed Consent)가 아니기 때문에 그 심의는 원천무효이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바탕으로 한 제주특별자치도와 사업자 측 간에 이뤄진 환경영향평가 협의도 무효이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23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에서 고은실 의원의 "송악산 일대의 유산을 지킬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 제32조에 따른 가지정을 선행하고, 정식 문화재 지정절차를 연내 완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송악산 자연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도정도 똑같은 입장이며, 현재 진행되는 송악산 유원지 사업에 대해 환경보호라는 엄격한 입장에서 모든 제반 절차에 임하겠다"고 했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송악산 보호와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마치 둥근사각형과 같아서 양립할 수 없다. 원 지사가 진정으로 송악산의 자연환경을 지킬 의향이 있다면 도의회에 동의해 달라고 제출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을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원천무효인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동의안을 상정해선 안 된다.

제주의 역사와 자연과 경관이 응축되어 있는 송악산 일대는 제주도민과 우리 국민 모두의 공유자산이다. 한 사업체가 그곳을 독점하도록 허가하고, 그곳을 훼손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는 치욕스런 일이다. 제주인의 자존심인 송악산 일대를 보전할 것이냐 훼손이냐가 이번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에 달려 있다. 제주도민과 국민이 그 모습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 윤용택 제주대 교수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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