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제주 송악선언 그 후] ① 개발패러다임을 바꾸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10월25일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그동안 환경훼손과 경관사유화 논란이 많았던 송악산 유원지, 부영호텔, 오라관광단지, 녹지국제병원, 동물테마파크 등에 대해 개발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방향은 옳다는 평가도 나왔다. 송악선언이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송악선언 그 후, 제주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세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 편집자 

도민사회가 2020년 한해 동안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도정 수행 과정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사건 중 하나로 '송악선언'을 꼽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014년 7월 민선6기 제주지사로 첫 취임 후, 도정 슬로건을 '청정과 공존'으로 설정하고, 난개발 방지를 위해 산록도로 위의 한라산 방면으로는 개발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중산간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발표한 바 있다. 

원 지사는 민선7기에 연임하면서는 앞선 전임 도정에서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인해 자신은 4년 동안 소위 '설거지'를 해 왔다며 '설거지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도민사회에서 논란이 컸던 다수의 대규모 개발에 대해선 민선 6~7기를 이어오는 동안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상가유원지 개발사업 정도만 공유지와 맞바꾸며 사업에 제동을 건 정도였다.

실제로 오라관광단지, 동물테마파크,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 부영호텔(2~5) 조성사업 등 환경파괴와 경관훼손 논란, 도민사회 찬반 논란 등에도 행정절차를 이행 중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물섬'이라는 전국민적 칭호를 받는 제주가 원지사 취임 후 6년 기간 동안 대규모 난개발 논란 사업들과 중국자본의 무분별한 진출에 흔들리자, 국민여론이나 중앙언론에서까지 제주의 청정과 공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한 원희룡 지사가 지난 10월25일 일요일 오전 10시, 신해원 유한공사라는 중국자본이 추진해온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예정부지인 송악산 앞에서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제주의 자연은 국민 모두가 누릴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청정과 공존은 제주도민이 선택한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라고 규정했다.

특히 원 지사는 "아직 남아 있는 난개발 우려에 오늘로 마침표를 찍었다"며 4대 원칙과 함께 송악산과 중문주상절리, 오라관광단지, 동물테마파크, 녹지국제병원, 비자림로 확장 등 6가지 개발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4대 원칙으로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더욱 엄격하게 금지 △대규모 투자는 자본의 신뢰도와 사업내용의 충실성을 엄격히 심사 △제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개발사업 기본 전제 △모든 투자와 개발은 반드시 제주의 미래가치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제주의 자연은 지금 세대만의 것이 아니며, 다음 세대도 제주의 자연과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존해야 한다"며 "제주도민과 국민 뿐 아니라 다음세대의 권리를 위해 청정제주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청정제주 송악선언'은 난개발 우려로 오랜 갈등을 빚어온 개발사업에 대해 도정의 입장을 공식화하고 청정과 공존을 바로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송악선언의 발표 시점, 논의 과정, 즉흥성 등을 꼬집어 원희룡 지사의 대권도전 향한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찬반 갈등과 환경 훼손 논란을 6년 동안 방치하다 갑작스럽게 뜬금(?)없이 송악선언을 발표하면서 국면 전환과 중앙언론의 주목을 받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난개발의 종지부를 찍겠다고 했지만 송악선언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것이란 비판 속에 원희룡 지사는 이후 5차례에 걸쳐 송악선언의 이행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의 경우 '송악산 문화재(명승 또는 천연기념물) 지정'과 사유지 매입', 부영호텔은 역사문화환경 보전지역 건축행위 허용기준 강화와 중문단지 유원지 조성계획 수정,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신뢰성 확보 계획 재수립 없이는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주민과 람사르습지도시지역관리위원회와 진정성 있는 협의 없인 사업변경허가를 내줄 수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헬스케어타운 녹지병원에 대해서는 영리병원이 아니라 공공의료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송악선언이 대권도전을 위한 정치 이벤트 아니냐는 비판에 원 지사는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 없다"며 "제가 두번의 도지사를 하면서 큰 불은 껐지만 상징적인 몇가지 상황이 남아 있다. 청정과 공존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실질적인 책임을 지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진의가 무엇이든 이미 송악선언은 가동이 시작됐다. 원희룡 지사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이벤트'가 됐든, 난개발 종지부를 찍기 위한 실질적 '선언'이 됐든 중요한 것은 송악선언이 이제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역시 "대부분의 사업이 사실상 추진이 어렵게 된 상황에 있었기에 큰 변화는 아니겠지만 도정차원의 공식선언과 보전대책이 나온 것은 분명 진일보한 일"이라고 선언 자체에 대한 긍정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원 지사는 [제주의소리] 등 언론과 가진 신년대담에서 "청정과 공존은 정파적인 것도 아니고 이념적인 것도 아니라 미래를 위한 비전"이라며 "그냥 아름다운 비전이 아니라 이게 아니면 제주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일한 활로"라고 강조했다.

난개발이 아니라 제주환경을 보전하는 게 제주 미래의 유일한 '활로'라고 한 만큼 개발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제주개발은 천편일률적으로 골프장, 대규모 분양형 콘도미니엄 등 숙박시설 등으로 제주의 환경과 경관을 파괴해 왔다. 

게다가 투자유치를 위한 명목으로 '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해 세금감면 등 갖종 특혜를 줘왔다. 그럼에도 투자진흥지구를 지정받으면서 약속한 투자가 실제로 이행된 것은 30% 정도도 채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제주도는 마을공동목장이 있던 중산간 지역은 골프장으로 곶자왈이 있던 것은 대규모 복합리조트나 숙박시설로 개발허가를 내줘왔다"며 "이제 송악선언을 넘어 개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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