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국토부, 부실투성이 전략환경영향평가 전문 공개하라”

 

1차와 2차에 이어 재보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요약본이 공개된 가운데 또다시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는 28일 오후 2시 민주노총 제주본부 1층에서 ‘제주 제2공항 전력환경영향평가 재보완 주요사항에 대한 검토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국토부는 지난 25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주요 재보완 사항’을 제주도와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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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28일 오후 2시 민주노총 제주본부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 주요사항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하지만 국토부가 시민사회단체와 국회의원 등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전문 공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요약본만 공개한 데다 해당 내용만으로도 부실한 내용이 드러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도민회의는 환경을 보전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비춰볼 때 환경부가 보완 요구한 내용과 국토부의 보완서 전문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민회의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요약본만 공개한 것에 대해 개탄스럽다. 환경 보전과 갈등 예방 차원의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생각할 때 모든 정보와 자료를 공개해 투명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토부와의 대화에서 제2공항 추진 과정의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요약본만 봐서는 어떤 의견들이 반영됐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도민회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 주요사항을 검토한 결과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에 대한 현장조사 △조류충돌 모델 분석 결과 △소음 영향성 △법정보호종 등 주요 동물 서식 실태조사 △숨골 재조사 및 칠낭궤 조사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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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관련 발표에 앞서 발언하는 강원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임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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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진행된 제주 성산 제2공항 예정지 주변 철새 서식지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공항 예정지와 0.8km 떨어진 신산리 선착장 인근 상공 300m를 선회하는 철새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에 따른 현장조사와 관련해서는 국토부가 제시한 ‘조류충돌 위험성이 높은 맹금류’ 등은 육상 초지 및 산림지역에 분포함에 따라 하계 조사가 필수인데 재보완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도민회의는 “국토부는 시민단체가 문제 제기한 지역을 조사에 포함시켰다지만, 이 지역은 상당수가 육상 지역이며 조류조사 적기는 여름철”이라며 “해당 조사는 1월부터 5월까지만 진행돼 제대로 된 현황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이전 조사에서는 내륙 산림지역 조사는 없었으며 주로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여름과 가을철 조사 역시 이뤄지지 않아 항공기와 조류간 충돌 위험성 평가를 위한 현황조사는 매우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사업부지 주변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류 서식처는 오름만 해도 10곳이 넘지만 재보완서에는 독자봉과 통오름만 반영됐다며, 제대로 된 현황조사 없이 조류충돌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은 부실한 결과와 대응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도민회의는 “제2공항의 이·착륙 경로와 성산 일대 5개 철새도래지가 완전히 겹쳐 항공기와 조류간 충돌 위험이 상시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세계자연유산 등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이 우수한 제주도 조건을 감안할 때 입지 타당성과 계획 적정성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조류충돌 모델 분석과 관련해선 “국토부는 공항예정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 서식 갈매기, 오리류 등이 위험하다고 평가했지만, 사실상 공항예정지와 해안 간 거리는 1km 남짓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토부가 제시한 보완서 상 제2공항 이착륙 가능비율이 남쪽 80%, 북쪽 20%로 적용되는 것과 관련해 북서풍이 주로 부는 제주의 바람 방향과 역행하는 이착륙 비율에 따른 항공기 사고 위험성을 무시한 채 소음 영향을 줄이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도민회의는 “공항 설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착륙 가능비율이 아니라 항공기 이착륙 안정성이다. 북서풍이 주풍인 제주의 바람 조건에서 위험 요인을 안고 항공기 이착륙 방향 비율을 주풍과 반대 방향으로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과 본안 검토의견에서 6개의 기존 대안뿐 아니라 제주공항 확장과 타 입지 대안 등 추가 대안을 포함해 본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시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법정보호종 등 주요 동물 서식 실태에 대해선 앞서 조류충돌 위험성 문제에서 언급한 조사 시기를 지적하고, 황로와 붉은박쥐 등 예정지 주변에 서식하는 개체들의 조사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황로의 경우 국토부는 무리지어 이동하는 개체가 없어 공항건설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도민회의가 관측한 바로는 소규모 무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아 항공기 운항에 직접적인 영향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숨골 재조사 및 칠낭궤 조사와 관련해선 “국토부가 당초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한 숨골은 8개였으나, 이번 재보완을 통해 160개를 찾았다고 밝혔다”며 “이는 기존 조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꼴”이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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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진행된 제주 성산 제2공항 예정지 주변 철새 서식지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공항 예정지와 0.8km 떨어진 신산리 선착장 인근 상공 300m를 선회하는 철새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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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어 이동하는 개체가 없어 공항건설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고 밝힌 국토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와 달리 소규모 무리로 이동하는 황로 모습.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이어 “도민회의는 세 차례에 걸친 현장조사를 통해 185곳의 숨골을 발견했다. 이는 도보로 접근할 수 있고 숨골임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곳만 선정한 것”이라며 “접근이 어려운 숨골을 고려하면 더 많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실조사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안과 대책에 대한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입지적 타당성이 없는데도 사업추진을 전제로 대책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민회의에 따르면 숨골은 제주도 보전지역관리조례를 통해 지하수자원보전지구 등급지정기준 1등급으로 분류되고, 모든 폐수와 생활하수, 폐기물, 가축분뇨 배출시설 등 설치가 금지된다. 

이에 따라 수백여 개의 숨골이 분포하는 곳에 공항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제주도 토지관리 규정에도 맞지 않는 입지라는 것이다. 

도민회의는 “더불어 보완서에는 숨골 대책으로 인공함양시설을 계획하는데 이는 지하수보전지구 1등급 관리기준에 어긋나는 대책”이라며 “지하수 오염 원인인 화학물질이 축적된 활주로 빗물이 인공함양시설을 통해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면 용천수와 염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인공함양시설은 지난 2010년 한천 저류지에 시범 설치·가동됐지만 막대한 유지관리비 등으로 사실상 운영에 실패한 바 있다”라며 “수백 여개의 숨골을 막는 것도 지역 담수지하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제2공항 예정지역은 서고동저 지형으로 공항을 만들기 위해 고도가 높은 지역의 30m를 깎아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지표 가까이 있는 지하물길이 단절될 것”이라면서 “이는 제2공항 서쪽 농경지와 주거지 수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제주지역 환경단체 활동가와 지역주민 등 26명이 투입돼 지난해 4월11일부터 15일까지 제2공항 예정지 일대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나타난 칠낭궤와 관련해선 “사업부지와 200m 떨어져 문제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인근의 구체적인 동굴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민과 공동조사를 했다면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동굴을 찾지 못한 국토부 조사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라며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 수행 과정에서 기존 문헌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소문했다면 얼마든지 존재를 알 수 있었던 동굴인 셈”이라고 말했다.

도민회의는 “오랜 공론화와 숙의과정을 거쳐 지난 2월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반대 의견이 다수로 확인됐다”며 “이는 도민이 국토부가 추진 중인 제2공항 건설계획이 적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부가 할 일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이 아니라 도민의견에 따라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해야 한다”며 “환경부는 엄중한 도민 뜻을 겸허히 수용해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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