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4.3특별법 개정안 인지청구-혼인신고 특례 삭제...희생자 사망 정정시 혼인-출생 무효 될수도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인지청구와 혼인신고 특례 조항이 빠지면서 명예회복을 바라던 일부 희생자들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4.3특별법 개정안 심사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가족 관계와 관련한 특례 조항을 결국 제외했다.

당초 개정안 제21조 제1항에는 부모가 사망한 경우 이를 인지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도 검사가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상 예외 규정이 담겼다.

인지청구는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법률적 자식임을 인정받는 절차다. 민법 제863조(인지청구의 소)에는 ‘자녀가 부 또는 모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4.3의 경우 실제 부모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돼 자식이 공부상 할아버지나 삼촌의 자녀로 등록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본인이 할아버지나 삼촌을 상대로 자녀가 아니라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을 받고 다시 법원에 실제 부모를 상대로 한 인지청구를 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없이 곧바로 인지청구가 가능하도록 특례가 포함돼 있다. 인지청구 시점도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이 아닌 법률 시행일 이후 2년으로 정했다.

반면 법원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대상자가 불분명하고 현행 민법으로도 인지청구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며 개정 법률안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혼인신고 특례 조항에 대해서는 친족법과 상속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난색을 표했다.

개정안 제21조의2 제1항에는 사실혼 관계에 기초해 희생자와 혼인신고를 한 경우 민법 제815조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의 효력을 인정하는 예외 규정이 담겨 있다.

민법 제815조에는 당사자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을 때에는 혼인을 무효로 하고 있다. 즉, 사망한 사람과의 혼인은 당사자간 합의 자체가 불가능해 혼인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4.3 당시 제주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숨지거나 행방불명되는 사례가 비일비재 했다. 이후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아 1950~60년대 혼인신고를 한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일반적으로 남은 가족들은 고인의 사망신고를 늦게 하거나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다. 상당수 희생자는 공부상 실제 사망 시점인 1950년 전후가 아닌 1970년대로 기록돼 있다.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고인이 됐지만 서류상에는 100세 이상으로 생존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이에 유족들은 이를 바로 잡는 명예회복을 기대해 왔다. 

문제는 사망 시점을 현실화 할 경우 혼인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만약 사망시점을 혼인신고 이전인 4.3당시로 되돌리면 민법상 사망이후 혼인신고는 무효가 된다.

당추 개정안은 이 경우에도 혼인신고의 효력을 인정하도록 했다. 혼인신고가 무효화 되면 배우자와 자녀로 인정 받지 못해 배·보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혼인신고가 친족과 상속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사실혼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인이 되거나 행방불명된 부모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특례 조항도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개정안 제21조2의 제2항에는 4.3희생자의 사망이나 행방불명 이후부터 진행되는 친자의 출생신고는 민법 제855조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포함했었다.

민법상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한 출생신고는 무효다. 출생신고는 부모가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를 거스르면 현행 상속법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민철 제주도 4.3지원과장은 “4.3희생자의 가족관계 대한 사례가 너무나 다양해 특례 도입을 추진 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혼인 특례는 명예회복을 이유로 유족이 희생자의 사망일을 변경할 경우 혼인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배·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신청를 반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제주4.3 유족들의 사망신고에 따른 법률관계의 혼선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찾기 위해 내년도 1억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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