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나들목 건들개, 다시피다] (5) 재봉교육으로 자원순환마을 준비하는 주민들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재봉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재봉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15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의 한 창고를 개조해 만든 교육장에 주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재봉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느질에 여념이 없었다. 한 쪽에는 장갑, 파우치, 이불, 커튼, 가방, 필통, 수납키트 등 생활용품들이 줄지어 있었다.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지난 5월부터 운영해온 ‘업사이클링 활성화를 위한 재봉 교육프로그램’의 마지막 시간이다. 초급 과정에서 재봉틀 기본기 다지기부터 시작한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색이 담긴 결과물을 만들 정도로 성장했다.

제품에 사용된 천들은 원래 다른 용도로 쓰이다 방치된 것들이다. 천막, 입지 않는 옷, 옷장 속에만 있던 스카프 등 버려질 운명이었지만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30여년 만에 재봉틀을 다시 잡아봤다는 전경희(58)씨는 “집에 가서도 무엇을 만들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재미있고, 그 생각대로 만들어서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며 “만든 작품을 플리마켓에 들고 나갔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전씨는 “입지 않는 옷이나 사용하지 않는 천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면 환경에도 좋은 일”이라며 “업사이클링이 지금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데 재봉이 이런 의미있는 일까지 연결되니 보람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재봉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건입동 주민 임현지 씨가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운데 보이는 것은 자동차 좌석 뒤에 매달 수 있는 수납키트다. ⓒ제주의소리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재봉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건입동 주민 임현지 씨가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운데 보이는 것은 자동차 좌석 뒤에 매달 수 있는 수납키트다. ⓒ제주의소리

임현지(67)씨는 “이번 코로나 팬데믹 동안 저는 재봉에 열중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몰두하면서 힐링할 수 있었다”며 “리폼기술을 활용해 어르신들의 옷을 수선하는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씨는 양파망, 건설현장 안전끈으로 가방을 만들어내는 등 본인만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켰다.

8명의 고급과정 수료자들 중에서는 이들처럼 일상의 활력을 찾았다는 반응이 나왔고,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을 계획하는 모임도 생겨났다. 특히 업사이클링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등 실생활 속에서 업사이클링을 어떻게 접목시킬 지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작품은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2021년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성과보고회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후 센터는 장터 등을 통해 이들이 만난 새로운 가능성을 세상과 만나게 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최근 건입동에서는 마을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를 유용미생물 흙공으로 만들어 정화활동을 벌이는 등 자원순환마을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이 이어지고 있다. 전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작은 단위로 움직이면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재봉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만든 업사이클링 작품들. ⓒ제주의소리
제주시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재봉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만든 업사이클링 작품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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