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사람들, 보호종 서식지 심각한 피해...사업 불허해야

불법행위에 의해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꾸지뽕나무 등 수목이 600개체가 넘게 잘려졌다.
불법행위에 의해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꾸지뽕나무 등 수목이 600개체가 넘게 잘려졌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부지에서 멸종위기종 등 수백그루 나무가 잘리는 등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곶자왈사람들은 지난 5월14일 불법훼손 행위에 따른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대상지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600개체가 넘는 크고 작은 수목이 통째로 잘리거나 가지의 일부가 잘리는 등 현장은 처참했다. 더군다나 멸종위기종 등 보호종 및 서식지가 훼손되는 등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개가시나무는 직경 10cm 정도의 가지 두 개가 톱날에 잘려있었다. 개가시나무는 추위를 이겨내는 능력이 약해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곶자왈에서 주로 확인되는 종으로 개발 및 자생지 단편화 등으로 훼손 위협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희귀식물인 버들일엽과 백서향, 새우난초, 나도고사리삼 등도 훼손됐다. 버들일엽은 매우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종으로 제주도에서는 동백동산과 서귀포 일부 계곡에서 매우 보기 드물게 확인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인 솔잎란보다 서식지가 적어 반드시 보호돼야 할 종으로 알려져 있다. 

불법 훼손 과정에 서식지 주변의 수목을 잘라내는 등 서식 환경 변화가 발생했고, 서식 공간이 노출됨으로써 버들일엽은 생존 위협에 놓이고 말았다. 

나도고사리삼 또한 서식지 내부와 주변에 있는 나무를 벌채하는 과정에 서식지가 훼손됐다. 훼손된 곳은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환경영향평가 당시 제주고사리삼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서식 가능성이 높은 잠재지역으로 사업자는 분류해놓기도 했다. 백서향과 새우난초 또한 작업자의 발에 밟히거나 가지가 꺾인 개체들이 현장에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 시 누락된 개가시나무. 10cm 정도의 가지 두 개가 톱날에 잘려나간 모습.
환경영향평가 시 누락된 개가시나무. 10cm 정도의 가지 두 개가 톱날에 잘려나간 모습.

 

피해 현황 조사 과정에 확인된 개가시나무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된 종이다. 동부지역 곶자왈에서는 동백동산과 그 주변을 중심으로 개가시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이번 훼손된 개가시나무 외에 확인되지 않은 또 다른 개체가 보전대책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버들일엽, 백서향, 나도고사리삼, 새우난초 등의 희귀식물이 사업으로 인해 미칠 피해 정도와 그에 따른 보전방안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채 통과된 상태라 앞으로 본 사업으로 인해 미칠 환경적 영향이 어느 만큼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자연체험파크 사업은 곶자왈 및 보호종 훼손 등의 이유로 절차 과정에 논란이 돼 왔다. 사업대상지 전역에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승인 절차를 강행해 왔다. 

곶자왈사람들은 "제주도는 관련 기관과 부서의 사업 입지 타당성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개발사업을 위한 거수기로서의 역할에 몰락한 환경영향평가심의를 거듭, 통과시킴으로써 자초한 결과임을 인지해야 한다"며 "환경영향평가 부실 등 절차 과정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곶자왈사람들은 "사업에 대한 개발사업승인은 차기 도정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차기 도지사는 그동안 승인 절차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사업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잣대로 평가하고 곶자왈 보전에 최선이 되는 결정을 해야 하고.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을 불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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