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저지본부, '녹지병원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민주당 책임 막중"

정권이 수 차례 바뀌는 과정에도 끊이지 않는 '영리병원 도입' 논란.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 나라에 두 개의 제도가 양립하는 법제도를 개선해 '외국의료기관 근거법률 조항'의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4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녹지국제병원 문제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출발과 함께 제주 영리병원의 역사로 본 의료의 위기와 정치의 역할, 영리병원의 문제점과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법제도 쟁점 등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영수 제주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발제에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이 나섰다. 토론자로는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장,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변혜진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朴정부 미국식 의료모델 청산못한 文정부, 책임 커"
우석균 대표는 '제주 영리병원 역사로 본 의료의 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발제에 나서 먼저 '영리병원 의료의 질이 높다'는 막연한 환상을 깨기 위해 기존 영리병원이 도입된 국가의 실체를 소개했다.
우 대표는 "미국 영리병원체인에 대한 15개 연구 메타 분석 결과,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10~15%의 투자자 배분과 경영진 경영진의 높은 보수로 인해 숙연 전문의료진을 덜 고용하면서 적용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또 "영리요양시설의 경우 간호사 고용이 적어 통계적으로 사망률과 입원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며 "영리시설이 재투자율이 낮고 환자 대비 간호사 등 스태프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 대표는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19% 가량 비용이 높다. 이는 투자자 분배 비용과 경영비용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앞서 영리병원을 도입한 태국, 영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사안이다. 수익성이 조직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갖기 때문에 의료진, 시설, 진료의 구성이 수익성 중심으로 조직되고 배치됐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정권에 관계 없이 영리병원 논란이 지속돼왔다는 점을 짚었다. 역대 정부의 영리병원 정책을 살펴보면 영리병원에 대한 법적 허용은 민주당 정부에서 이뤄졌고, 실제 추진한 것도 노무현 정부부터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 복지부 장관은 "현 정부하에서 영리병원 허용은 없다"고 천명했지만, 정부는 제주 영리병원 추진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보험회사에 건강관리서비스 허용을 추진하는 미국식 관리의료모델을 도입하려 했고, '비의료서비스 구분 가이드라인'으로 검진, 보건 교육 및 상담, 생활습관 관리 분야의 영리기업 진출 길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청산하기는 커녕 발전 계승했다"고 꼬집었다. 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우 대표는 "영리병원 허용은 절대적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부정하는 것임은 물론,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다. 국민들은 반대하지만 전경련 등 재벌기업들의 규제개혁 1순위로, 대형 보험회사, 대형병원, 재벌들은 큰 이익을 보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특별자치도법과 경제자유구역법 등 영리병원 도입 허용 법을 개정하고, 우회적인 영리병원 도입 및 의료민영화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기존 10%에 불과했던 공공의료 분담률을 30% 이상으로 강화하고, 지역안결적 의료체계 및 공공적 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국회 민주당 책임지고 경제특구법-제주특별법 법조항 폐지해야"
이찬진 참여연대 실행위원(변호사)은 앞서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녹지병원 사건을 통해 사법부의 제주특별법 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에 관한 1차적인 사법적 판단의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며 "법률해석론의 문제점은 이 같은 잣대가 적용될 경우 내국의료기관 역시 헌법상 평등의 원칙 관점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할 시 한국의 공적 의료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의료소비자의 의료기관 선택권이 각자의 주소지로 제한되지 않고 전국 어느 지역이든 보장되고 있는 자유로운 대한민국 의료체계에서 특정지역에 외국 의료기관에만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하고, 수가체계나 의료행위 제한 체계를 벗어나 임의적 진료행위가 허용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경제특구나 제주자치도 내에서 외국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할 경우 대한민국 내에는 비록 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기는 하겠지만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고가진료 시장과 국민 대다수의 보험급여 시장으로 의료서비스 시장이 이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법원의 녹지국제병원 판결 이후 의료공급자 단체들의 심각한 문제제기와 의료-시민사회계의 외국영리병우너 특혜 폐지 요구는 헌법상의 평등권 관점에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허황된 '의료허브'를 목적으로 한 지난 18년의 실험과 그 유일한 사생아 격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의 최초의 실증적 사례로서, 중국자본의 녹지제주가 과연 의료허브에 맞는지, 국민건강권 확대에 부합됐는지, 이 제도를 도입한 과거 참여정부와 무책임하게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에 대해 "책임주체로서 경제특구법, 제주특별법 상의 외국의료기관 근거 규정의 폐지 입법을 책임지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도의회에 대해서도 '제주도 보건의료의 특례에 관한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이 위원은 "제주도 조례를 보면 급하게 만들었나보더라. 이 정도 형태의 조례라면 (영리병원 도입을)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례 조항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