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㉔ /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
주민 부동의로 골프장 매각 위기 겨우 벗어나…대부분 곶자왈로 보전가치↑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밤이 되면 반짝이는 불빛이 떠다니는 아름다운 곶자왈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 원래는 소와 말을 방목하던 목장이었지만 축산 환경, 방식의 변화로 더 이상 방목을 하지 않게 되자 목장은 곶자왈이 됐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도민체험단은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탐방은 이종권 청수리장의 안내로 마을목장에 관련된 설명과 이야기를 듣고 목장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청수공동목장은 탐나는가치 맵핑 도민참여단이 방문했던 다른 목장들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마을회나 목장조합 소유인 다른 목장과 달리 각각의 개인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

과거 청수리마을회는 주민 한 사람당 일부 금액을 내 목장 지분을 구입하면 세금은 마을회에서 내겠다며 마을공동목장을 사들였다. 이는 장점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분명한 단점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이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어 개발 세력에 쉽게 목장을 매각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보고(寶庫)인 목장을 지켜내고 난개발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 

목장 부지 대부분이 곶자왈이 된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 ⓒ제주의소리
목장 부지 대부분이 곶자왈이 된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청수공동목장 역시 80년대 후반 골프장 개발 세력으로부터 각종 개발이익을 제안받았으나 개인이 목장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던 터라 100% 동의가 아니면 매각이 이뤄질 수 없었고, 15%의 주민이 반대해 겨우 지켜낼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제주도의 마을공동목장은 한라산 중산간에 있는 데다 넓은 부지와 뛰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어 골프장이나 리조트 등 개발 업자의 매력적인 먹잇감이었고, 실제 매각도 많이 이뤄졌다. 

1940년대 120여 곳이었던 마을공동목장은 목장의 해체와 매각 등을 이유로 현재 40~50곳 정도만 남아 있다. 이들 목장도 언제 개발업자의 손에 넘겨질지 모르는 운명을 앞두고 있다.

다행히 매각이 결렬된 이후 주민들은 마을의 미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곶자왈 등 마을 자연환경의 깨끗함을 강조하고 농촌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 마을을 가꾸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개인 소유 목장에 대한 단점도 조금씩 두드러지고 있다. 공동체 의식이 많이 약화된 오늘날, 개인이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으나 언제든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실제 마을회가 목장에 대한 세금을 모두 내고 있지만 최근에는 개인이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스스로 세금을 내겠다는 문의도 조금씩 생겨나는 상황이다. 즉, 분배를 요구하기 시작하는 순간 목장과 마을공동체 해체는 현실이 될 수 있다.

곶자왈이 된 목장을 곶자왈 체험과 반딧불이 축제장으로 만들어 방문객을 유치, 마을회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입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갈등은 악재가 된다. 목장에 악재가 쌓인다면 결국 매각을 둘러싼 갈등은 현실화되고 공동체 자산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종권 청수리장은 곶자왈이 된 목장을 제주도나 공유화재단이 매입한 뒤 마을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표했다. ⓒ제주의소리
이종권 청수리장은 곶자왈이 된 목장을 제주도나 공유화재단이 매입한 뒤 마을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경면 청수곶자왈에서 진행되는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반딧불이 모습. 사진=청수리.
제주시 한경면 청수곶자왈에서 진행되는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반딧불이 모습. 사진=청수리.

청수리마을회는 목장을 이용해 마을공동체 회복을 꾀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곶자왈 체험과 반딧불이 축제는 마을 모두를 하나로 잇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축제가 있는 달이 되면 주민들 대부분 일손을 보태 하나가 된다. 

2016년 6월 1일을 시작으로 해마다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축제가 열리고 있는 청수곶자왈은 한국 고유종인 운문산반딧불이의 최대 서식처이기도 하다. 6월 초부터 황금빛을 발산하며 경이로운 풍광을 자아낸다.

이 같은 반딧불이 축제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대부분 마을을 위해 사용된다. 일부 인건비를 제외한 수익은 노인회와 청년회, 부녀회 등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 생활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종권 청수리장은 “예전부터 어르신들은 어두워지면 목장에 ‘도채비불(도깨비불) 나온다’고 많이 말씀하셨다. 어릴 때는 그 말만 듣고 밤에 목장을 갔을 때 반짝반짝 빛나니 무서워 도망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반딧불이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반딧불이 축제는 마을의 중요한 수입원이 됐다. 축제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마을회, 청년회, 노인회, 부녀회 등 주민자치 사업들을 하고 목장 세금도 충당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개인 명의로 돼 있어 갈등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청이나 곶자왈공유화재단에서 개인 지분으로 이뤄진 목장을 매입해 마을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방법이 우리가 생각할 때는 최선”이라며 “이미 목장 대부분이 곶자왈이 됐으니 자연도 지키고 마을공동체도 살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목장을 일괄 매입하지 않는 이상 개인 지분이 얽혀 있어 아무 것도 못하지만, 세금 문제가 있으니 해결책이 필요하긴 하다”며 “도에서 매입하겠다고 한다면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장은 “애착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목장도 관리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 빚지면서 곶자왈 땅을 개인이 왜 사들이겠나”라면서 “그럼에도 목장을 지키려고 마을이 노력하고 있으니, 도에서도 매입해 마을에 위탁하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권 청수리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탐나는가치 맵핑 도민참여단. ⓒ제주의소리
이종권 청수리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탐나는가치 맵핑 도민참여단.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청수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2017년 반딧불이 축제 당시 모습. 사진=청수리.
2017년 반딧불이 축제 당시 모습. 사진=청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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