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권한이양 제주특별법 개정 연구용역, '포지티브→네거티브' 전환 제언

제주특별법 권한 이양 방법에 있어 제도개선 과제를 건건이 찾아야 하는 기존의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벗어나 권한을 일괄 위임받고 필요치 않은 조항을 제외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 도입 여부가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청 본관 4층 탐라홀에서 '포괄적 권한이양 방식 적용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안 마련' 연구용역 1차 중간보고회와 병행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업비 1억원을 투입해 한국지방자치법학회가 맡은 이 용역은 2006년부터 2023년까지의 제주특별법 입법방식을 점검하고, 포괄적 권한이양 방식을 적용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마련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간 제주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6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4660여건에 달하는 특례를 이양받았다. 그러나, 핵심적 사안에 있어서는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형평성 논리에 발목이 잡혀 '일희일비'해야 했다. 중앙에서 허락해주는 권한만 이양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특히 기존의 단계별·조문별 특례 이양 방식의 반복적인 제도개선은 입법 완료시까지 장기간이 소요돼 피로도가 누적되고 효율성이 떨어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주도는 추후 단계별 제도개선이 아닌, 한꺼번에 권한을 이양받는 '포괄적 권한이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법률단위로 사무를 종합적으로 이양하면서 제주도가 자기 책임하에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중앙행정기관이 개입해야 하는 사항만을 제주특별법에 규정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하나의 법률 내에서 일부 조항에 한해서만 권한행사 주체를 제주도지사에게 이양하고 있다. 가령 제주도내 카지노기구의 관리·감독 권한을 이양받기 위해 관광진흥법에 의거한 제주특별법의 특정 조항을 개정하는 방식이다.
용역진은 이 같이 '권한이양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을 열거하는 방식(positive list system)'은 고도의 자치권 실현에 한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법률단위 권한이양에서 핵심적이고 정책영향력이 큰 조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권한을 갖고 이양하지 않으면서 자치권에 제약이 됐다는 지적이다.
또 이로 인해 제주특별법의 조문이 켜켜이 쌓여가며 규정이 매우 방대해지고 복잡해져 법의 간편성과 실용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용역진은 이 같은 문제 개선을 위해 '법률단위 일괄이양 네거티브 방식(negative list system)'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을 열거한는 것이 아닌,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을 열거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언한 것이다.
개별 법률상의 실시단계에서의 권한에 한정해 특례를 인정하는 부분적·개별적 권한이양이 아닌, 제주도 지역 과제에 대해서는 업무의 제도설계로부터 기획입안, 기준설정, 조정, 관리 집행까지 주체적으로 해결하도록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국방, 외교, 사법, 국가표준, 금융정책, 산업정책 등 국가사무를 제외하게 되면 자치사무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경우 개정 조문이 적어지고, 개별법의 개정이나 조항의 신설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오영훈 도지사는 이날 용역진과 만나 용역 진행상황과 도정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며 대내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용역 추진을 당부했다.
오 지사는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포괄이양 방식은 타 시도와는 차별화된 입법방식으로 법리적인 부분이 충분히 검토돼야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혁신분야, 제주의 환경자산을 보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분야, 도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제주다운 정책을 펼 수 있는 분야의 법률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