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포괄적 권한 이양' 방안 모색...현행 법체제 충돌 보완 관건

제주특별법 권한 이양 과정에서 중앙정부·정치권만 바라봐야 했던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모색중인 '포괄적 권한 이양' 방안의 밑그림이 제시됐다. 기존에 '받을 것'을 고르던 방식에서 '빼낼 것'을 제외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뒀지만, 현행 법체제에서의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7일 별관 자연마루에서 '포괄이양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안 마련' 연구용역 2차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포괄이양의 필요성과 함께 포괄이양을 위한 네거티브 방식 적용 기준, 네거티브 방식이 적용된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과 토론이 이어졌다.
그간 제주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6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4660여건에 달하는 특례를 이양받았다. 그러나, 핵심적 사안에 있어서는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형평성 논리에 발목이 잡혀 '일희일비'해야 했다. 중앙에서 허락해주는 권한만 이양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특히 기존의 단계별·조문별 특례 이양 방식의 반복적인 제도개선은 입법 완료시까지 장기간이 소요돼 피로도가 누적되고 효율성이 떨어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제주도는 추후 단계별 제도개선이 아닌, 한꺼번에 권한을 이양받는 '포괄적 권한이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무를 종합적으로 이양하면서 제주도가 자기 책임하에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중앙행정기관이 개입해야 하는 사항만을 제주특별법에 규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제도개선 과제를 건건이 찾아야 하는 기존의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벗어나 권한을 일괄 위임받고 필요치 않은 조항을 제외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 도입 방안이 제시됐다.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을 열거하는 방식이 아닌, 권한을 위임받은 후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을 제외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용역진은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해 검토되는 법률로 지역기반사업 육성 및 제주의 환경적·지리적 특수성을 반영해 고도의 자치권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5개 분야, 63개 법률을 추렸다. △주민편의 제고를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15개 법률 △지역기반 산업 육성 분야 23개 법률 △바다자치 실현을 위한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법 등 7개 법률 △환경자산 보전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법 등 13개 법률 △특행기관 재설계를 위한 외국인근로자 고용법 등 5개 법률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포괄적 이양'은 국가법률에 의한 국가적 권한 '국가사무'를 제주도의 권한인 '자치사무'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지방자치권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이양된 권한에 대한 규율은 대폭적으로 법률(제주특별자치도 관련 법률)이 아닌 제주도 조례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형식이다.
즉, 포괄적 이양은 국가사무의 자치사무화라는 '권한 이양'의 문제와 함께 규율 권한의 자치화라는 '조례에의 위임' 문제가 겹쳐 있는 이중적인 쟁점을 띄고 있다. 제주특별법을 통해 이양된 권한을 도조례로 위임하는 것이 법적 문제는 없는지가 본질적인 문제인 셈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포괄이양의 방식은 국가사무를 '제주특별법'에 의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도 조례로 위임하고 있는 점에서 법체계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실험적 모델로서의 지위와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법적 논란의 소지가 남을 수 밖에 없다.
현행 법제와의 조화를 위해서는 제주특별법을 통해 국가사무의 자치사무화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다시 국가사무를 제외하고, 도 조례에 위임하는 이중적 구조를 취해야 하다보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이 같은 안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용역진은 "포괄이양 법제에 있어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규범적 문제는 조문 단위의 포괄적인 조례에의 위임이 허용될 것인지에 달려있다"며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제주특별자치도 제도의 의의가 헌법이 보장하는 이상적이고 규범적인 지방자치의 구현에 있다고 할 때, 그 허용성은 자치입법으로서 조례 내지 조례제정권의 규범적 본질에 대한 충실한 고려로부터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제주도는 포괄적 권한이양의 필요성과 고도의 자치권 확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오는 5월 24일 국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고도의 자치권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