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6개 교육 단체 공동 기자회견, 학교 민원 처리 시스템 구축 등 요구

제주지역 교육단체 6곳은 2일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지역 교육단체 6곳은 2일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지역 교사들이 “무너지고 있는 교실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교사 보호가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교육청(이하 교육청)과 학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바꿔가야 한다”고 김광수 교육감에게 촉구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교사들의 제안에 동의한다”면서도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였다.

제주지역 교육단체 6곳은 2일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교사노조, 전교조제주지부,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제주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정파를 가리지 않고 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대거 뭉친 셈이다.

교육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2018년 전라남도 구례에 이어 2023년 서울에서 또 다시 교사가 사망했다면서 “선생님들은 학교가 안전한 일터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견딜 수 없어 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고, 교사 개인에게 한풀이하는 보호자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교원지위법,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등의 개정 및 보완은 여러 교원 단체에서 공통적으로 촉구했다. 제주지역에서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시급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제주지역 교육단체 6곳은 2일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지역 교육단체 6곳은 2일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그러면서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제주 교실 현장에 발빠르게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학교 민원 처리 시스템 구축 ▲심각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 대응 시스템 마련 ▲교육활동보호센터 확대 운영 등을 꼽았다.

학교 민원 처리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는 “학부모 민원 처리 절차를 단일화해 개별 교사가 민원인과 직접 맞대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모든 민원은 온라인접수시스템과 전화를 통해 접수되며, 교장이 해당 사안을 검토하여 답변하거나 사안에 따라 필요한 경우 면담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학교 전화에는 녹음기능을 두고 갑질 민원 경고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관리자 연수 교육과정에 상담 연수를 다양하게 포함시켜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와의 상담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리자는 학교 내에서 최고 권한의 상담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교장, 교감의 보다 많은 역할을 주문했다.

교육활동 침해 대응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 행동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분리 조치를 취해야 하며, 학교 내의 전담 기구를 통해 적절한 조치 및 치료를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청에서는 이들의 문제행동을 교정해줄 수 있는 외부 전문기관 인프라를 마련해 학교에서 요청 시 즉각적으로 그 학생에 대한 개별맞춤형 집중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활동보호센터 확대 운영은 “행정적 도움의 방식은 선생님들이 신청하기에 간편하고 신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단체들은 “교사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을 때 우리 아이들 역시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다”며 “교사들이 학급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주도교육청에서 제안한 정책들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교사의 생존권 보장과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다음의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 참가자들은 김광수 교육감 집무실을 찾아 성명서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요구사항에는 개선점을 상세히 정리했다.

제주지역 교육단체 6곳은 2일 김광수 교육감을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지역 교육단체 6곳은 2일 김광수 교육감을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김광수 교육감은 “교사들의 요청에 구구절절 동의한다”면서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요청해줘서 오히려 환영한다. 세 가지로 요약한 교사들의 제안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교육청과 학교가 당장 나서달라는 교사들의 요청에는 다소 이견을 보였다. 온라인접수시스템에 대해서는 “선의를 가진 대다수의 학부모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확답을 피했으며,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들의 역할 강화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8~9월에 발표할 정책과 이후 법 제·개정 절차와 함께 가야 한다”는 등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자리에 동석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들이 정리한 요구사항은 교육청과 학교 차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변화들이다”, “엄중한 상황이라는 인식으로 빠르게 움직여 달라”, “악성 민원 대처가 시급하다”고 성토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다만, 흥분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자세히 살펴가자. 예를 들어 갑질 민원에 대응하는 전화 시스템을 도입하는데도 학교 한 곳에 3000만원이 든다. 그렇다면 전체 학교에 도입할 예산을 계획·마련하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들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월에서 2학기 안에는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밑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단체 관계자들과 김광수 교육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교육단체 관계자들과 김광수 교육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무너지고 있는 교실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교사 보호가 절실합니다.”
-제주도교육청에 촉구합니다.-

2018년 전라남도 구례에서도 비슷한 죽음이 있었습니다. 초등교사였고 혼자 3개의 공모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업무과중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알려졌습니다. 당시에도 개인의 우울증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구례의 교사는 "학교는 지옥이다"라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교육계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2023년 7월 또 한 분이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계속되는 안타까운 죽음 앞에 선생님들은 좌절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안됩니다. 이번에는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학교가 안전한 일터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안전 펜스도 없는 벼랑 끝에 내몰려 있어서, 작아 보이는 돌부리에 걸려도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입니다. 선생님들의 회복탄력성은 바닥이 드러난 상태입니다.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견딜 수 없어 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고, 교사 개인에게 한풀이하는 보호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회 차원에서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교원지위법,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등의 개정 및 보완은 여러 교원 단체에서 공통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제주지역에서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바꿔나가야 합니다. 

첫째, 학교 민원 처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교사의 교육활동과 별개로 학교 질서 유지는 학교장과 교육감의 책임이어야 합니다. 교사가 민원을 처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교사에게 감정적으로 틀어진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교사가 뭔 얘기를 한들 이미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선생님들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학부모 민원 처리 절차를 단일화하여 개별교사가 민원인과 직접 맞대응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민원은 온라인접수시스템과 전화를 통해 접수되며, 교장이 해당 사안을 검토하여 답변하거나 사안에 따라 필요한 경우 면담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학교 전화에는 녹음기능을 두고 갑질 민원 경고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또한, 학교 관리자 연수 교육과정에 상담 연수를 다양하게 포함시켜야 합니다. 관리자들은 반드시 상담 연수를 이수하도록 하며, 학생, 학부모, 교사와의 상담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관리자는 학교 내에서 최고 권한의 상담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청에서는 전문 상담가나 분쟁 전문가를 언제든지 필요할 때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 지원해야 합니다. 

둘째, 심각한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해야 합니다. 심각한 문제행동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분리조치를 취해야 하며, 학교 내의 전담 기구를 통해 적절한 조치 및 치료를 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이들의 문제행동을 교정해줄 수 있는 외부 전문기관 인프라를 마련하여 학교에서 요청 시 즉각적으로 그 학생에 대한 개별맞춤형 집중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학교에 문제행동 전문가와 상담 전문가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학교내 관계회복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교실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하여야 합니다. 

셋째, 교육활동보호센터를 확대 운영하여야 합니다.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히 접수하여 법률상담 및 심리상담, 소송 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에 체계적이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정적 도움의 방식은 선생님들이 신청하시기에 간편하고 신속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추가적인 위원회의 논의 후 지원이 결정되기까지 기다리시면서 지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교권보호센터의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은 즉시 개입이 필요한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시작이자 최전선은 교실입니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서로 배우며 교육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실이 무너지면 더 이상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악성민원과 심각한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로부터 교사의 수업권과 생활지도권을 지켜내는 건 결코 교사만을 위함이 아닙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을 때 우리 아이들 역시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이 학급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주도교육청에서 제안한 정책들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여 교사의 생존권 보장과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다음의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촉구합니다.

하나, 학교 민원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라!
하나, 심각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라!
하나, 교육활동보호센터를 확대 운영하라!

다시 한번, 서울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깊은 슬픔에 잠겨 아파하고 있는 유족분들과 동료 교사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2023년 8월 2일
제주지역 교육단체 참가자 일동
(제주교사노조, 전교조제주지부,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제주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교육감 면담 시 요구 사항] 

1. 학교 전화를 녹음이 가능한 기기로 변경 및 통화연결음(녹음되고 있음을 알림) 마련

2. 전자민원창구 개설 및 실효성 있는 악성민원대응 매뉴얼 마련
- 학교 홈페이지를 도교육청 홈페이지처럼 ‘단순민원’과 ‘국민신문고’, ‘정책제안’ 등을 접수하는 메뉴를 신설하여 민원의 경우 홈페이지로만 접수
- 단순민원의 경우는 전화 접수를 병행함.
-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여 학교로 안내 및 교육감 최종 책임 명시 
- 학교장 책임제로 민원 창구 일원화 및 상담과 분쟁 전문가 육성 지원
- 실효성 있는 매뉴얼 마련을 위하여 반드시 현장 교사의 의견을 청취
- 담임 교사가 직접적으로 민원 대응하지 않도록 조치(외부전화는 직접 교실로 연결되지 않도록 함)

3. 수업 중 심각한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대응 방안 마련
- 교장실 또는 상담실 등으로 분리조치 ⇒ 상담전문가 등 투입하여 별도 교육 실시
- 학부모 전화 연결, 관련 사실 안내 및 인수인계(별도 교육 진행 상황 고려 후 판단)
- 현재 학교로 지원되고 있는 정서 지원 강사를 2학기에도 지속적으로 지원

4. 교권보호 및 악성 민원 대응을 위한 TF팀 구성 요구

5. 교권보호를 위한 예산과 인력투입 요구
- 정서행동지원 전문가 등 육성하여 학교로 지원

6. 교원 업무량 감축을 위한 노력 요구
- 표준업무가이드라인 도입(교장, 교감, 부장교사, 교사, 교육행정직, 교육공무직이 해야 할 일 구분)
- 공문서 감축 및 업무량 감축을 위한 실질적․단계적 방안 마련 요구

※ 작년보다 30% 이상 공문이 늘었음. 이는 교육활동보호조례 내용 제7조(행정업무의 경감) ‘도교육감은 행정업무를 경감하여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여건을 조성한다’ 에 위배됨.

7. 교육청 보도자료나 학교별 공문 발송을 통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주도교육청의 대책과 이행’이라는 제목으로 답변 공식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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