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도민참여 음주문화 특별한 실험
‘주량반지-코스터’ 활용 음주문화 개선

26일 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식당 안에 청년들이 들어서자 내부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저마다 이야기보따리를 꺼내 놓으면서 회식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11명의 청년들은 풋살 동호회 ‘빌드업’ 회원들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모여 매주 일요일 땀을 흘리며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날 회식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생전 처음 보는 코스터(coaster·컵 받침대)와 특수 제작된 종이 반지가 각자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술자리가 잦은 연말연시를 맞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소통협력센터, 공공소통크리에이터 젤리장이 공동으로 색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도민 참여형 안전문화운동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음주문화 개선 스프린트 확산 캠페인’의 일환이다. 도민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를 토대로 기획안이 만들어졌다.

이날 술자리에 적용된 주제는 “표현하고 응원하자”이다. 자신의 주량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음주 상태를 표현해 상대방에게 인지시키자는 취지다.

일반적인 직장생활이나 회식 자리에서 술을 권하는 문화는 일상적이다. 빈 잔을 쉴새 없이 채우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대번 ‘너, 무슨 일 있냐’는 반응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위험성을 피하기 위한 최선책은 적절한 음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주량과 목표를 정하고 상호간 이를 실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캠페인을 공동 기획한 젤리장의 장종원씨는 “주량을 알리고 상호간에 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폭음과 과음을 예방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술자리 시작 전 자신의 주량을 종이 반지에 적었다. 잔을 들어 상대방이 술을 따를 때마다 주량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술잔 밑에는 “아직 괜찮아요”(연두색)와 “좀 취했어요”(핑크색)가 적힌 받침대가 시선을 끌었다. 연두색은 ‘술을 더 마실 수 있다’, 핑크색은 ‘술을 그만 마시겠다’는 의미다.

참석자들은 술을 마시기 전 저마다 주량 반지에 주량을 적고 손을 한곳에 모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형형색색의 코스터를 배경 삼아 SNS에 올릴 이른바 ‘인증샷’도 남겼다.

회식이 시작된 후 회원들은 자신의 주량과 몸 상태를 스스로 되새기며 술을 마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두색 코스터가 하나둘씩 핑크색으로 뒤집히기 시작했다.

술 자리에 함께 한 풋살 동호회 회원 이건예씨는 “평소 술자리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과음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량 반지와 코스터를 직접 사용해 보니 절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회식을 시작으로 도내 소규모 동호회에 주문 제작한 코스터 키트(kit)를 무료 배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발적인 절주 문화 확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제주도 안전정책과 이지훈 주무관(경위)은 “이번 행사는 도민들이 직접 제안한 4가지 음주문화 개선안을 바탕으로 기획되고 실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술자리 현장에서 호응이 높고 청년층에서는 SNS 인증샷을 통한 홍보 효과까지 있다. 이번 시도가 제주의 새로운 절주 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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