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궂은 날씨 불구 도민들 제주시청 집결 “내일 두고 볼 것”
“대통령 변명 터무니없어, 민주주의 국가 내란 일으킨 범죄자”

“2시간짜리 내란 어디있나”, “조폭이 설치는 나라”, “야당, 광란의 칼춤”, “헌법적 통치행위” 등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발언을 내뱉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남겨둔 13일.
관련자 증언이 잇따르며 12.3 내란 사태 전말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정당성을 강조하며 극우 유튜버 같은 주장을 내놓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목소리가 제주 가득 울려 퍼졌다.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정치적 판단에 따라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 표결하지 않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향해 국민의 대표자로서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탄핵을 촉구하는 도민 열기는 뚝 떨어진 기온 속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리며 추워진 날씨와 대비,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도민들은 서로 우산을 씌워주고 핫팩을 건네며 훈훈함을 더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13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요구 제주도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본격적인 집회에 앞선 오후 6시 20분, 청소년 기관·단체와 개인이 모인 제주청소년 시국선언단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거부한다며 ‘윤석열 탄핵 청소년 사전대회’를 개최했다.


발언에 나선 제주과학고등학교 3학년 김두아 학생은 “역사책에서나 보던 거짓말 같은 상황이 진짜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선생님은 과거 학생들이 했던 것처럼 너희가 맞서 싸워야 될 때라고 말씀해주셨고 이렇게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윤석열은 계엄을 선포하고 제주4.3을 폭동이라고 칭하는 등 국민을 농락했다. 또 제주4.3, 광주5.18을 다룬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나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선포한 계엄은 국가적 망신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에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라는 말은 주말에 하지 못해 아숴워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또 자격 없는 대통령을 모시고 투표를 거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먹칠하는 국민의힘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질타했다.
신성여자고등학교 1학년 최서원 학생은 “국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변명은 시민들에게 총을 겨눌 이유로는 터무니없었다”며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국가 내란을 일으킨 범죄자의 퇴진과 처벌을 바라며 한겨울 땀으로 맞서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집회에 나온 도민들을 향해 “여러분이 이 자리에서 많은 빛과 목소리를 품고 있어 한겨울 더 따뜻한 시위가 됐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적인 시위에 동참한 여러분들 뒤 응원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비겁한 독재자에게 맞선 멋진 민주주의 주체다. 윤석열은 국가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역사의 가해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주체적인 청소년들의 외침 이후 오후 7시 본격적으로 진행된 집회는 모두가 자리에 일어선 가운데 흥겹게 진행됐다. 시민단체가 준비한 핫팩과 찐빵 등으로 추위를 달랜 도민들은 탄핵을 힘차게 외치며 몸을 덥혔다.
전날 시간이 늦어 발언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다시 발언에 나선 도민은 서 있는 자리에서 마이크를 전달받아 차분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의 여느 20대 여성 시민’이라고 밝힌 그는 “생면부지 초면인 여러분이 따뜻하게 격려해준 덕에 용기를 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선결제부터 핫팩과 찐빵, 우비를 나눠주는 분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며 동료 시민들을 돕기 위해 연대하는 분들, 이런 장소를 마련해준 분들, 지금 안전하게 시위할 수 있게 피와 땀을 흘려준 선조 열사분들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악은 고루하지만, 선은 다채롭다. 추운 날씨에도 여기 나온 선한 얼굴들, 당신들이 있어 반도의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이 좋다”며 “여태 행적을 보면 윤석열은 히틀러, 전두환 같은 독재자며, 나르시시즘에 찌든 권력에 미친자”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본인 의지로 모든 것을 실행하고 계획한 공범들은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무시한 작자들로 반드시 민주 시민들의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독립 후 수습하지 못한 역사의 과오, 되풀이된 독재 참사 등을 종지부 찍기 위해 국민이 뿌리 뽑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비가 내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도 도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집회에 참여한 뒤 제주시청에서 구 세무서 사거리로 향하는 행진까지 함께하며 탄핵을 촉구했다.
한편, 주최 측은 당초 14일 집회를 오후 5시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변경된 국회 일정에 따라 오후 4시로 한 시간 앞당겨 진행한다. 국회는 14일 오후 4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선다. 국민의 뜻을 국민의 힘이 받들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