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최대 책 축제 ‘북페어’ - 탈락자들의 기발한 축제 ‘북페일’ 
한라체육관-카페어므므에서 열리는 독립·소규모 출판 잔치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맞이한 포근한 봄, 살랑이는 바람 따라 흩날리는 왕벚꽃이 자태를 뽐내는 제주에서 시리고 메말랐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출판 축제가 열려 주목된다.

다양한 독립출판 제작자와 소규모 출판사를 만나볼 수 있는 ‘북페어’와 ‘북페일’이다.

제주시가 개최하는 ‘제주북페어’는 5일과 6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다. 이어 북페어 탈락자들이 만든 참신한 ‘제주북페일’은 같은 날 카페 어므므(서광로20길 3, 4층)에서 개최된다.

소록소록 봄비가 내리는 5일 제주시에서 열린 두 축제 행사장에는 각자 개성이 담긴 다채로운 창작물을 만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로 떠들썩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 200팀 참여하는 ‘명실상부’ 최대 책 축제 제주북페어

제주북페어 2025 책운동회가 열린 한라체육관. ⓒ제주의소리
제주북페어 2025 책운동회가 열린 한라체육관. ⓒ제주의소리

제주 최대 책 축제라는 타이틀처럼 제주북페어가 열린 한라체육관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독립·소규모출판, 독립서점의 창작물과 이를 살펴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북페어에는 독립출판물 제작 155팀, 소규모 출판사 39팀, 독립출판 6팀 등 200팀이 참여해 각자 만든 다양한 출판물과 상품으로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장은 부스별 창작물을 소개하고 질문하는 대화 소리로 북적였으며, 체육관 관람석에는 북페어에서 구입한 출판물이나 도서관에서 마련한 전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여유를 즐겼다.

독립출판인과 독자가 함께하는 전국 단위 독립출판물 박람회인 ‘제주북페어 2025 책운동회’는 전시뿐만 아니라 세미나와 어린이 체험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행사장 입구 인근에는 제주4.3을 기억할 수 있는 도서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또 북페어 참가팀들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는 ‘내가 하고픈 이야기’ 전시도 이뤄졌다.

출구 인근에는 열람이 금지된 도서를 비치, 표현의 자유와 도서관의 자유를 확보하고 독자의 읽을 권리를 되찾기 위한 ‘내가 읽고 판단할게’ 전시도 마련됐다.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북페어 방문객들. ⓒ제주의소리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북페어 방문객들. ⓒ제주의소리
참가팀 대표작을 소개하는 전시를 둘러보고 있는 방문객. ⓒ제주의소리
참가팀 대표작을 소개하는 전시를 둘러보고 있는 방문객. ⓒ제주의소리

행사장 바깥에는 통통 이어 건너기, 귤박스 아지트, 양말 도깨비, 보드게임, 링고리 던지기, 이면지 달력 만들기, 오늘은 내가 그림책 작가 등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또 행사장 입구 세미나실에는 사전·현장 접수로 이뤄지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날은 제주대학교 최다의 학술연구교수의 ‘상처 입은 이방인이 제주 4.3과 대화하던 순간: 작별하지 않는다 읽기’, 콜링북스 이지나 대표의 ‘책을 파는 곳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곳으로’, 한국창작북앤아트 이윤아 대표의 ‘종이의 역사’ 세미나도 진행됐다.

둘째 날인 6일에는 최윤호 페이퍼룸 대표와 김새섬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 대표가 각각 ‘제주도에서 리소인쇄를’, ‘나를 살린 함께 읽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갖는다. 또 13년차 제주 이주민이자 11년차 작가인 정다운 뜨란낄로 대표는 제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날 제주북페어를 찾은 최진수(가명, 이도1동) 씨는 “평소에 쉽게 볼 수 없었던 독립출판물들이나 도서 관련 굿즈를 직접 보고 살 수 있어서 좋았다”며 “또 해마다 진행되는 4.3 관련 큐레이션도 갈수록 풍성해지는 것 같아 좋은 마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날 종합경기장 주차장은 제주북페어와 백호기 청소년 축구대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차량으로 가득 차 오라119센터 앞 출동로가 막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119구급대원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 “기죽지 마라!” 개성 가득 탈락자들의 축제 제주북페일

제주북페일이 열린 카페 어므므. 이곳 역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제주북페일이 열린 카페 어므므. 이곳 역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제주북페어가 열리는 한라체육관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북페어 탈락자들이 만드는 참신하고 기발한 축제 ‘제주북페일 JEJU BOOK FAIL’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제주북페어 참가를 신청했다가 떨어진 이들이 기획한 독립출판의 진수를 보여 줄 참신함과 기발함이 버무려진 새로운 축제다. 이른바 탈락한 사람들이 멋대로 만드는 탈락자들의 축제.

제주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독립출판과 소규모 출판 등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은 5일과 6일, 이틀간 카페 어므므(제주시 서광로20길 3, 4층)에서 ‘제주북페일’을 개최한다.

축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행사장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창작자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으로 창작물을 소개했다. 

북페일을 만드는 팀은 총 9팀으로 △길보트 △왈맹이 △호연지 △로그아웃아일랜드 △작은배 △인쇄술의미발달 △구상중 △김주영 등이다. 깍두기팀인 ‘똥꼬마을’도 힘을 보탰다.

북페일 참가 창작자들의 콘텐츠 일부. ⓒ제주의소리
북페일 참가 창작자들의 콘텐츠 일부. ⓒ제주의소리
북페일에서는 새로운 공간, 기빨림 방지존이 눈길을 끌었다.ⓒ제주의소리
북페일에서는 새로운 공간, 기빨림 방지존이 눈길을 끌었다.ⓒ제주의소리

출입구 근처에는 탈락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게 하는 ‘완벽 아닌 벽’이 마련됐다. 주황색 마스킹테이프를 활용해 느낀점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성공과 실패, 합격과 탈락을 떠나 모든 도전은 가치 있으니 당신의 도전을 남겨보세요. 실패해도 좋습니다. 탈락은 없습니다.”

또 행사장 창가 복도 공간에는 ‘기빨림 방지존’이 준비됐다. 책을 읽거나 편하게 쉬면서 방전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지친 이들을 위한 아늑한 쉼터다. 이곳에서 대화는 금지된다.

이어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단순한 행사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디제잉도 진행된다. 오후 3시부터는 부스마다 탈락자들을 소개하는 인터뷰 라이브 방송도 이뤄진다. 둘째 날인 6일에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마실거리와 먹거리가 준비된다.

북페일을 찾은 한지수(가명, 아라동) 씨는 “책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책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이 멋지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며 “또 행사에 갈 때마다 사람이 많아 피곤할 때가 많은데 기빨림 방지존과 같은 참신하고 편안한 공간이 있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북페일에서는 창작물을 구입, 부스마다 도장을 모두 모으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지급하는 ‘언럭키드로우’ 참여권이 지급된다. 탈락자들의 축제인 만큼 럭키드로우가 아닌 언럭키드로우다.

방문객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제주북페어 참가자. ⓒ제주의소리
방문객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제주북페어 참가자. ⓒ제주의소리
제주북페일 언럭키드로우와 내부 지도. ⓒ제주의소리
제주북페일 언럭키드로우와 내부 지도. ⓒ제주의소리
탈락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게 하는 ‘완벽 아닌 벽’. ⓒ제주의소리
탈락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게 하는 ‘완벽 아닌 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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