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케이션 in 제주](1)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추천하는 ‘각별한 제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에게 ‘제주 프리미엄 관광 프로그램’이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12박 13일 동안 머리를 맞대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베타테스트까지 진행했다. 배움과 쉼을 통한 청년 프로그램 L.E.A.P에 참여한 이들이다. 제주 관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청년 유출 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풀어보기 위한 배우면서 쉬는 여정, 런케이션이다.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의 수요자 중심의 아이디어들을 소개하며 ‘더 나은 제주 관광’의 실마리를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다섯 명의 청년들이 모인 ‘제주를 맹글어 보쿠다’ 팀이 만들어낸 ‘제주 맹글이’는 여행 취향 밸런스 게임과 AI를 통해 여행 코스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이용자가 접속해 성향과 선호도를 묻는 9가지 질문을 거치면 체험형에서 네트워크형까지 8개의 유형이 결과물로 나오고, 추천 장소 정보를 제공한다. 날씨와 감정, 인원을 입력하면 나만의 맞춤 코스도 생성해준다. www.제주맹글이.site에서 실제로 이용할 수 있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여행 추천을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해냈고, 제주 지역사회가 보유한 기존의 빅데이터를 융합시켜 시각화해냈다. 여행 일정 짜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헤매는 이들에게 맞는 서비스다.
IT전공자로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오윤석(25)씨는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심리테스트적 요소를 활용해 쉽고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다양한 전공의 다양한 지역에서 온 분들을 만나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의 웰니스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참가하게 된 문유민(29)씨는 “지금까지는 3박 4일로만 짧게 제주에 왔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변화상과 현실을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섯 청년이 모인 ‘살임시민즈’ 팀은 ‘나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제주살이’인 ‘정거장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삶의 전환점에 놓인 20~39세의 청년들에게 느슨한 쉼과 연결, 작지만 의미있는 재정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
이들의 핵심 아이템은 ‘주민증’이다. 제주 체류자로서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발급하는 이 주민증은 다양한 재주를 지닌 현지인들의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수강권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제주 디지털관광증 ‘나우다(NOWDA)’와 연계하는 방안까지도 구상했다.
자신의 삶을 제주에서 꾸려나가는 예술가와 청년들의 클래스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책방과 청음 카페, 로컬숍 등의 공간을 방문하며 지역을 이해하게 된다. 마을 속의 하나의 게스트하우스는 클래스 공간이자, 자신을 탐색하는 거점이 된다.
제주에서의 시간과 나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글로 정리할 수 있는 ‘리워크 노트’는 이 프로그램의 마침표다. 이와 같은 로컬 체류형 콘텐츠와 클래스를 통해 제주가 ‘회복의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외부의 청년과 제주가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소망이 담겨있다.
이들은 프로젝트 구상을 위해 마을 곳곳과 게스트하우스, ‘쉼’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제주 곳곳의 공간들을 찾고 사람들을 만났다.
서울에서 온 곽지은(26)씨는 “최근 자연스럽게 ‘나를 찾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20~30대는 자신을 브랜드화 하고 있는데 그들을 타깃으로 ‘나를 위한 제주 리워크’를 추구했다”며 “제주에 관광 온 느낌이 아니라 제주에 실제로 산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게 됐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제주에 정이 많이 들게 됐다”고 말했다.

L.E.A.P?
Learn, Explore, Act, Play의 앞글자를 땄다. 도약의 의미인 동시에 배우고, 탐험하고 실천하며 즐기는 청년 특화형 런케이션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난 달 1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고용노동부, 교육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대·제주한라대·제주관광대 3개 대학의 RISE 사업단, 제주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고용노동부의 지역혁신프로젝트와 교육부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결합해 진행됐다.
런케이션?
런케이션은 배움을 뜻하는 러닝(learning)과 휴식을 뜻하는 배케이션(vacation)을 합친 용어로 단순히 관광만 하는 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문화 등을 배우는 교육 여행 형태를 말한다. 배움과 휴식이 조화롭게 관광객들은 여행지에서 단순히 관광하며 먹고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양식을 학습해 여행지를 더 깊게 느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