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연의벗-제주의소리 공동기획] 제주도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제언 ⑤

제주도당국은 오랫동안 환경수도 등 친환경적인 도시를 지향한다고 공공연하게 거론해왔다. 이 중에 실제로 구체화 된 것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15분 도시’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15분 도시’의 취지는 직장, 학교, 가게, 공원 등이 가까이 있어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적, 생활 편의성이 높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15분 도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제주 도시의 패러다임 전환은 필연적이기에 제주자연의벗-제주의소리는 제주도의 ‘15분 도시’에 대한 진단과 함께 제주도 도시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획 연재를 5회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1. 들어가며 : 도시 내 공원중심으로 녹지공간 확충으로

서구도시는 산업혁명을 계기로 하여 도시 속에 많은 녹지공간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뒤늦게 근대화가 시작된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 시설 중에서도 가장 부족하고 취약한 것이 공원녹지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공원과 반대되는 것이 자연공원이며, 자연공원은 자연경관의 보호와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정 운영하는 도시 이외의 공원이다. 

공원의 기능은 크게 도시 공간적 측면과 자연 공간적 측면, 그리고 보건적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도시 공간적 측면은 시가지의 확대를 방지하고 방재와 안전한 생활공간을 확보하는 기능이 있고 자연 공간적 측면에서는 수목공간을 확보하고 경관을 조성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보건적 측면에서는 일반시민들의 적절한 운동공간을 확보하고 나아가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원중심의 녹지공간 확보를 통해 극한 더위의 도심열섬현상 완화 등 기후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도심 그린웨이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여름철 옥상녹화를 한 주택과 하지 않은 주택, 그리고 공원주변 복사열 비교분석.(주1 : 건축물의 외부 열에너지 손실 현황 및 옥상녹화의 효율성을 보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IRISYS 1000 Series Imager)를 이용하여  제주시의 옥상녹화지원사업에 의해 조성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외부공간 을 중심으로 촬영)(주2 : 촬영일자는 2012년 8월16일 오후 2시부터이며 당일 최고기온31.3℃임)
여름철 옥상녹화를 한 주택과 하지 않은 주택, 그리고 공원주변 복사열 비교분석.(주1 : 건축물의 외부 열에너지 손실 현황 및 옥상녹화의 효율성을 보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IRISYS 1000 Series Imager)를 이용하여 제주시의 옥상녹화지원사업에 의해 조성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외부공간 을 중심으로 촬영)(주2 : 촬영일자는 2012년 8월16일 오후 2시부터이며 당일 최고기온31.3℃임)

2. 제주지역 도시디자인 전략으로서  그린웨이 조성의 필요성

(1) 필요성

궁극적으로  제주시를 관통하는 3대하천 중심의 그린웨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1)중산간지역에서 바다로 이어지며 기존의 주요 공원과 연결되어 녹지축을 형성하는 의미, 2)침체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의미, 3)하천의 복개구조물 철거를 비롯한 복원의 의미와 효율적으로 관리, 4)특히 원도심 재생사업과의 연결되는 의미를 가짐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그린웨이는 도시생활환경의 개선과 교통문제, 친환경공간의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 디자인 수법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웨이는 단순한 녹지공간조성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보행환경개선 및 지역사회 자원의 활용에 기반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정주환경 재편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2) 국내외 사례 및 시사점

각국 여러 도시에 있어서 다양한 형식으로 그린웨이를 조성하고 있는데 뉴욕, 벤쿠버, 싱가포르 등은 대표적인 그린웨이 조성 도시라 할 수 있다. 

뉴욕의 조성원칙과 방식은 가능한 한 주어진 자연요소를 최대한 이용하여 그것을 최대한 활용한 조성계획의 원칙을 갖고 있으며 조성방식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자연요소와 기존계획, 관련계획을 통합하고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길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벤쿠버의 그린웨이 조성원칙은  구석구석 도시전체를 연결하는 계획으로 집 앞까지 이어지는 그린웨이 실현에 두고 있다. 아울러 보행자, 자전거를 위한 공공의 통로를 조성하여 도시전체를 커뮤니티의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과 가장 비슷한 조건을 가진 싱가포르는 공원이나 수변공간과 같은 자연요소들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자신들 만의 그린웨이 확보하는 조성원칙 아래 여러 장소들을 연결하는 다목적 그린웨이와 파크커넥터를 조성하고 녹지, 공원, 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해외의 그린웨이 조성사례.
해외의 그린웨이 조성사례.

이외 도시에서의 그린웨이 조성과정 및 원칙을 보면 뉴욕 하이라인의 경우 철도수송 수요 감소로 인한 펜실베니아역 남쪽에 해당하는 1.45마일의 철도구간이 폐쇄되고 25년간 방치되었던 철로를 토지주들의 철거요청에 시민들의 반대로 철거가 이루어지지 않고 하이라인 보전과 공공공간 전환을 위해 뉴욕시는 하이라인 공원을 조성된 사례이다. 

또한 프랑스 프롬나드 플랑테는 1859년부터 1969년 까지 바스티유 역에서 파리 동남쪽을 연결하던 철도가 있던 자리로 운행이 중단된 후 방치되어 있다가 1980년대 녹지로 조성된 사례로서 기존의 철도 구조물을 그대로 보존 하면서 독특한 신 건축개념을 도입하여 철도, 공원, 도심이 어우러진 모습형성하고 레저, 광장, 극장, 도서관 등 프랑스 파리의 도시 주요시설과 인접하여 시민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조성되었다. 

국내에서도 서울역7017을 비롯하여 경의선 숲길공원조성, 청계천 수변공원조성, 광주 푸른 길 공원 조성 등의 사례가 있다.

국내 그린웨이 조성사례.
국내 그린웨이 조성사례.

3. 그린웨이 조성을 위한 방향과 원칙

(1) 그린웨이 조성방향

제주의 하천은 지질학적, 지형학적으로 특이하여 일부 하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건천이어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이 흐르지 않은 건천이기는 하지만 평상시에는 하천 바닥과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암석들이 다양한 표정들로 구성되어 있고, 우천 시에는 하천의 암석들이 빗물의 흐름을 저하시키면서도 요란스럽게 빗물의 소리만큼이나 하천 주변의 푸른 숲과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제주의 하천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것이 건천이라는 이유 때문에 소외되어 왔던 제주 하천의 풍경이자 기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주다움을 만들어 내는 하천의 기능과 역할을 무시한 채, 불행하게도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너무 쉽게 제주의 하천을 훼손하여 왔다. 

원활한 빗물의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정비는 필요하겠으나 지역적 조건과 경관에 대한 배려 없이 단순히 통수단면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을 너무 쉽게 훼손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택지개발사업과 도로,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해 복개하기도 하고, 때로는 문화시설을 만들기 위해 하천 하류에 인접하여 대규모 매립지를 만들었고, 때로는 공공의 자원이자 자산인 하천의 경관을 개인적으로 즐기기 위해 적지 않은 건축물이 건축되기도 하였다. 

결국은 자연에 순응하여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생태계의 원칙을 거슬리게 함으로서 자연경관과 삶의 문화풍경 훼손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나아가 인간에게 고스란히 재해라는 손실을 안겼다는 교훈을 태풍나리 등의 경험을 통해 체험하게 되었다. 제주다움의 하천경관을 만들어가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땅과 공간, 그리고 스케일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땅의 관계에 있어서는, 화산섬이라는 제주 특유의 지질학적 특성과 제주의 땅이 가진 지형과 지세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상류-하류로 이어지는 하천의 거리가 짧고 산남과 산북으로 흐르는 제주하천의 특성을 이해하여 도로를 개설할 때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주도내의 주요 도로의 대부분이 하천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개설되기 때문에 때문이다. 

둘째, 공간적 측면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하천을 가능한 한 보전(保全)하려는 노력과 함께 한라산과 바다로 이어지는 제주의 하천특징을 살려 중산간 부분의 상류와 중류 하천은 생태녹지축으로 조성하고, 거주밀집지역을 흐르는 하류부분은 보행녹지축으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스케일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제주의 건축물은 육지의 그것에 비해 크지 않다. 이것은 바람과의 대응에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원풍경이 되는 한라산과 오름과의 관계 설정, 특히 하천 주변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화로움의 경관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노력과 관심이 집중될 때, 지역의 정체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제주다움이 넘치는 하천경관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가 지양하는 생태도시의 시작은 삶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의 하천과 주변 녹지공간의 적극적인 유지와 관리에 달려있다.

(2) 조성원칙

제주의 하천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도시생활공간의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린웨이 조성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린웨이 조성개념.
그린웨이 조성개념.

원칙1 : 제주시 원도심을 지나는 3대 하천을 남-북으로 이어지는 자연생태축으로 하여 동식물의 생태계의 흐름이 자유롭도록 유지 관리한다.

원칙2 : 인구분포와 도시 내 도로체계의 위계구조를 고려하여 원도심 권역과 원도심외곽권역으로 구분하여 그린웨이를 조성한다.

원칙3 : 세로는 생태축, 가로는 그린웨이 조성이라는 녹색환경망을 조성하고 그린웨이조성의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에 조성된 어린이공원 및 근린공원과 연계하도록 한다.

원칙4 : 그린웨이 조성에는 보행환경조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학생들의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을 위해 학교의 주변 길과 연계하되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들을 보행환경도 고려한다.

원칙5 : 그린웨이 조성 시에는 불필요한 토목공사는 지양하고 가능한 한 주어진 주변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한다.

주요하천과 주요도로를 중심으로 격자형으로 구성되는 그린웨이조성공간의 도심내부에 위치한 학교와 공원이 보행공간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50m범위내 버퍼분석을 한 결과, 대부분 그린웨이 조성공간내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주요하천과 주요도로를 중심으로 격자형으로 구성되는 그린웨이조성공간의 도심내부에 위치한 학교와 공원이 보행공간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50m범위내 버퍼분석을 한 결과, 대부분 그린웨이 조성공간내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원칙6 : 끊겨진 녹지공간, 보행공간은 연결한다.

원칙7 : 자동차도로는 넓고 보행공간은 좁은 경우 자동차의 차선을 줄이고 녹지공간중심의 보행공간을 넓힌다.

원칙8: 자동차도로만 있는 경우에는 보행공간을 신설한다.

원칙9: 생태축과 도로가 교차되는 부분은 상징적 공간으로 조성하여 보행환경으로 중심으로 조성한다.

원칙10: 그린웨이의 시작점과 종료 점에는 보행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한다.

4. 맺으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제주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시의 거주환경은 의외로 풍부하고 잘 조성된 녹지 환경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자연환경 역시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과거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과도한 개발로 인해 훼손된 지구환경의 훼손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은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린웨이는 단순히 녹지공간만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생태계를 연결하고 아울러 인간의 정주환경도 개선함으로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에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어서 과도한 개발로 열악한 제주 도심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가장 적절하고 가장 효율적인 도시공간 개선방안임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김태일 교수. ⓒ제주의소리
김태일 교수. ⓒ제주의소리

특히 비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과도한 개발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 필요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녹지공간을 조성하거나 기존 녹지공간을 연결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행의 도시사업의 내용 일부를 변경하여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참고문헌

김기호, 문국현, 도시의 생명력 그린웨이, 랜덤하우스, 2006년

김태일, 제주도시건축을 이야기하다, 제주대학교 출판부, 2008년

변병설,세계의 환경도시 11 : 그린웨이(Green Way)의 도시, 미국 데이비스,대한지방행정공제회, <도시문제> 38권421호,2003년, pp.84-86 

한봉호,곽정인,박석철,허지연, 도시의 생명력,그린웨이,한국환경생태학회지 28권2호,2014년, pp.128-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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