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민의 제주맛집] 제주시 연동 전통일소추어탕

 

23년간 끓여낸 추어탕.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어릴 적 내가 잡은 미꾸라지는 어이없이 떠나갔고...

제 고향 효돈하고도, 신효마을 위쪽에는 저수지가 하나 있었습니다.(저수장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을에서 한 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그 곳을 제 또래 아이들은  자주 갔었습니다.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구멍 숭숭 뚫린 모기장만 있으면 준비는 끝이었습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야트막한 가장자리에 낡은 모기장을 양쪽으로 팽팽하게 잡고 바닥을 훑었습니다. 이윽고 같이 올라온 진흙사이로 꿈틀대는 미꾸라지를 잡는 재미는 참 쏠쏠했습니다.

어느 해 여름날인가는 잡은 그것을 집에 가져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잡은 미꾸라지를 어디에다 넣을까 고민 끝에 장독대의 빈 항아리에다 넣었습니다. 항아리 속을 힘차게 헤엄치는 그들을 보며 참 뿌듯했습니다.  

▲ 전통일소추어탕에서 사용하는 미꾸라는 굵고 뼈가 센 편이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그러나 저의 뿌듯함은 짧았고 미꾸라지들은 어이없이 떠나갔습니다. 그 뜨거운 여름 햇빛을 온종일 받아 쩔쩔 끓여진 항아리 속에서 비참하게 떠나갔습니다.

그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가끔 뚱딴지 같이 그 미꾸라지를 먹었다면 덜 미안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이내 생각하기를 멈춥니다. 저는 그들을 어이없이 보낸 사실만 남으니까요.

이렇듯 제가 어릴 적 제주에선 미꾸라지는 먹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연동에 있는 전통일소추어탕이 이 미꾸라지를 재료로 정성껏 추어탕을 끓여내는 곳입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23년동안 추어탕을 끓여낸 곳.

이 집은 추어탕을 끓여내기 시작한 것이 23년째입니다.

처음에 구제주에서 시작을 했고 지금자리 바로 옆, 그리고 지금의 자리까지... 이런 세월이 벌써 23년이라고 합니다. 제가 올해 마흔 셋 86학번이니, 제가 대학 들어간 해에 시작을 했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습니다. 사실 이곳은 제가 술 마신 다음날 가끔 들렸던 곳인데 이렇게 오래된 곳 인줄은 취재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차림표에 추어탕정식이 있습니다. 장어구이와 홍어가 추가되는 메뉴인데 1만원입니다.  

▲ '추어탕정식'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추어탕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추어탕만은 6천원입니다.

이집의 추어탕은 처음 추어탕을 접하는 분도 부담 없이 드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우선 비리지 않습니다. 추어탕에 다진 고추와 산초가루를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국물이 개운하고 한층 감칠맛이 납니다.

탕안에 우거지가 넉넉하게 들어 있는데 그 속에 으깨진 미꾸라지와 참 잘 어울립니다. 제주사람들에게 추어탕 맛이 일반적이지 않으니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다 적절한 맛을 찾았습니다. 꽁치맛과 조금 비슷합니다. 그만큼 추어탕에 거부감을 느끼실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고 우거지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개운하게 들어갑니다. 술 마신 다음날 해장에도 그만이겠습니다. 우거지가 숙취해소에 좋습니다. 게다가 펄펄 날뛰는 미꾸라지도 넉넉하게 들어있으니 몸에도 참 좋겠지요. 된장으로 간을 잡은 듯 구수한 국물이 짜지 않고 적당히 간간합니다.

장어구이는 소금구이로 나오는데 깔끔한 맛이 추어탕과 잘 어울립니다. 만약 양념이 된 채로 나왔다면 대표음식인 추어탕맛을 잡아버리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일 텐데 조리방법을 잘 선택한 느낌입니다.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두루두루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홍어는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제고향이 목포인지라 명절때 다녀오면서 갖고 오기에 먹어볼 기회는 많지만 아직도 전 그 오묘한 맛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처음 먹었을 때의 심각함은 없고 거부감은 일단 없으니 조금씩 맛을 알게 되는 과정인듯 합니다. 홍어에 대한 평가는 누가 와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압력솥에 했는지 이 집은 참 밥도 맛있습니다. 쫄깃한 밥알이 주책없이 입에서 쩍쩍거려집니다.  배고팠던 이미리기자가 “밥 참 맛있네...”를 연발합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많이 넣었으니까 맛있지.

이 집 주인장 채영석씨 내외는 원래 전남 강진에서 내려오신 분입니다.

제주도에 내려 온지 40년, 이젠 제주사람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데 참 꾸밈없이 서글서글합니다. 자식들은 제주 내려와서 낳았는데 그중에 딸이 음식나르기를 담당합니다. 더구나 주방을 책임지는 주방장은 사촌오빠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데 맛집 취재 처음으로 전직원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한 마디 했습니다.

“가족사진이네요.”

젓갈을 많이 넣는 전라도 음식 같지 않게 양념이 강하지 않은 것 같아 물으니 이 집 안주인 송종애여사가 짠 것을 대체로 싫어하는 제주사람 입맛에 맞췄다고 합니다. 그 덕에 양념게장이나 겉절이도 참 신선하고 아삭거리는 것이 재료의 맛이 살아 있습니다.

이 집에서 굴무침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물으니 11월초부터 나온답니다. 아깝습니다. 그 대신 갈치속젓과 꼴두기젓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별거 없어요. 간단한 건디... 젤 중요한 것이 미꾸라지를 많이 넣으면 당연히 맛나지. 그놈을 삶아 내고 일일이 뼈를 발라내는 거 밖에 없지... 많이 넣어야 맛있지. 속이지 않고..”

비법에 대해 물으니 내외가 합창하듯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삶아 건져내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너무 무르지도 않고 덜 익지도 않은 상태애서 건져내야 한답니다. 발라낸 뼈로 육수를 내고 시래기와 발라낸 살에 집된장으로 무쳐 비린내를 잡고 푹 끓여낸다고 합니다.  말이야 쉽지만 어디 보통 정성으로는 가당치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합니다. 낮에는 아직도 덥고요. 추어탕 한 그릇 환절기 보양식으로 부담없는 음식입니다.

<전통일소 추어탕안내>

전화번호:064-747-7985
영업시간: 07:00-20:00
위치: 구 신제주 주유소뒷편
주차창:식당마당또는 식당 앞 무료주차장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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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편집국 : 064-711-7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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