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10월29일은 지방자치의 날 /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오는 10월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6.25 전쟁 와중에도 실시됐던 한국의 지방자치는 이제 제 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중앙정부가 정하면 지방은 무조건 따른다는 관치시대의 기운과 관행이 제주도에 남아 있음이 아쉽다.

지방의회는 결정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저주저 하는 일이 잦고, 집행부는 아직도 제주도 대표는 자신들이라고 주민과 의회와의 동행을 꺼린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출발인데 여전히 리와 통은 시, 읍면의 보조기관인양 감독관처럼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 3제가 있다.

 # 제1제 : 중앙정부가 정하면 무조건 따라가는 제2공항 건설 

지방자치는 주민 행복을 우선하지만 중앙정부가 중심인 관치시대는 국가와 국민전체의 행복을 우선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치시대가 낳은 부작용은 헤아릴 수가 많고, 국정운영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관치시대를 포기하고 지방자치 체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선진국치고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않은 나라가 없음은 지방자치시대가 관치시대보다 훨씬 더 좋다는 증거다. 

그런데 아직도 제주는 관치시대 중인가. 제2공항 건설이 그렇다. 중앙정부가 해당 주민의 행복과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국가와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성산읍 일부 지역을 제2공항 건설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주민들은 아침에 눈을 떠보니 ‘살던 집, 토지, 직장에서 떠나 주셔야 하겠습니다’ 라는 계고장을 받는 날 벼락을 맞았다. 없어지는 집, 토지, 직장은 나중에 보상법에 의하여 줄 터이니 더 이상 묻지 말라고 강변한다. 

중앙정부가 정하면 나갈 것인지 무슨 이유가 많으냐고 성질부리는 중앙공무원의 모습도 자주 TV에서 본다. 우리나라 중앙정부는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단숨에 국력을 세계 100위 이하에서 10위권으로 올린 기적을 만들었던 저력의 역사가 있다. 

이에 겉맞는 국가의 품위가 있으려면 중앙정부는 지금은 지방자치시대임를 인정하고 새로운 제2공항건설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중앙정부인 국토부와 제주도가 먼저 수용당할 지역 주민들과 제주미래를 걱정하는 도민들과 함께 공항을 설계한다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속에서는 제2공항의 필요성 여부와 함께 수용당할 지역주민들에게 집과 토지, 직장을 제공할 구체적인 대안이 포함됨은 당연지사다. 이 대안들을 지역주민들이 받아들인 후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세계 10대 선진 한국의 국가다움이다.

이 길은 또한 특별한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제주자치도의 실시 이유이기도 하다. 

# 제2제 : 제2공항 공론화 추진은 도의회의 존재 이유

도의회가 제2공항 공론화 추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자치법령과 조례에 따라 청원을 받고 의결했지만 도지사가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도의원들은 그동안 지방자치주체는 도의회와 도정이라고 말을 해 왔다. 

그러면서도 도의회는 언제나 위축되어 있고, 결정적일 때는 집행부의 의중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선 의결, 후 집행'이 정부 운영의 기본이다. 의결기관인 지방의회가 결정하면 집행부는 따르라는 말이다. '약 의회, 강 집행부'라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구조를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회가 민주주의 꽃이라는 이유는 모든 의견을 받아서 처리하는 용광로이기 때문이다. 의회에 오면 모든 의견이 정리되고 수렴되고 때로는 기다리게 하고 등 해결책이 나온다는 말이다. 

때문에 제주도의회는 집행부와 관계없이 제2공항 도민공론화를 추진할 권한과 정치적 주체일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집행부는 도지사가 말하는 것과 같이 제2공항 건설은 국토부의 권한이라고 하지 않은가, 그래서 도지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도의회는 도정과 달리 구조상 국토부의 하위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제주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의결하고 추진할 수 있다. 

헌법 제117조에는 지방의회가 없으면 지방자치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집행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핵심임을 선언해 주고 있다.

따라서 도의회는 제2공항 도민공론화를 집행부와 연결하지 말고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이 결정을 관계기관, 그리고 의정활동에 반영하려는 용단이 필요하며, 그 자체가 지방의회의 존재이유다.  

# 제3제 : 읍·면은 리의 상위기관이 아니다 

제3제는 선흘 2리의 이장 선거문제다. 주민들이 이장선거를 과반수로 선출했는데 조천읍이 규정을 들어 취소를 했다. 지방자치시대에 참으로 아쉬운 결정이다. 조천읍은 도와 시에서 보낸 행정을 처리하는 일선기관일 뿐이다. 

따라서 리의 상급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이장 선출은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가장 권장하는 사항 중에 하나다. 자신의 마을 대표도 스스로 선출하지 못한다면 지방자치라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조천읍이 선흘 2리 이장 선거 개입은 읍은 리보다 높기 때문에 리의 감독기관임은 당연하다는 관치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시대는 권한은 주민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늘 생각해야 한다. 보충성의 원칙은 마을 이장선거의 권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을 주민 손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장선거에 대한 승인권이 아직도 읍에 있다면 관치시대의 조항을 수정하지 않은 책임이 도와 도의회에 있다 하겠다. 선흘 2리 이장 문제는 권한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다툼이 아니라 지방자치 원칙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선흘 2리 이장 선거는 주민의 과반수에 의해서 선출한다면 주민 이외 그 누구도 중지 또는 취소할 권한이 없다. 지방자치시대라서 더욱 그렇다. / 양영철 교수(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제17대 한국지방자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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