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23) 염지하수 개발·이용 문제 단순 판매 범위 논란 그쳐선 안돼

지난 12월3일 오리온 용암수 공장 준공식 세레머니 모습. 왼쪽부터 허광호 구좌읍 한동리 이장, 하연순 금곡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송석언 제주대학교 총장, 김성언 제주도 정무부지사,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 부회장, 장이춘 중국중상해민그룹 회장이 오리온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을 기념해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12월3일 오리온 용암수 공장 준공식 세레머니 모습. 왼쪽부터 허광호 구좌읍 한동리 이장, 하연순 금곡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송석언 제주대학교 총장, 김성언 제주도 정무부지사,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 부회장, 장이춘 중국중상해민그룹 회장이 오리온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을 기념해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때 아닌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용암수를 출시한 오리온과 제주도 간에 국내시장 판매 여부를 놓고 의견이 충돌했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시장에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는 주장이고, 오리온은 그런 약속은 애초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정책의 후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주 물산업 육성을 위한 상생관계를 자처했던 양측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우선 용어부터 정리하면 ‘용암수’ 또는 ‘용암해수’라는 표현은 염지하수를 산업화 측면으로 활용하려는 과정에서 명명된 별칭이다. 따라서 정확하게는 염지하수가 맞는 표현이다. 염지하수는 바닷물과 담수 지하수가 혼합된 물이다. 

제주도는 염지하수의 산업화를 위해 지난 2009년 제주특별법을 개정하여 도지사가 지정·고시하는 지역에서 염지하수를 이용해 음료나 주류를 제조·판매하려는 경우에는 지하수 개발·이용의 허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같은 해 1월 구좌읍 한동리 일원에 용암해수산업단지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2013년 4월 용암해수산업단지 기반조성공사를 완료하고 산업단지를 민간기업에 분양하게 된다.

당시 분양받은 업체들의 업종은 염지하수를 이용한 음료, 화장품, 식품(소금) 등의 분야였다. 이 중에 음료 분야는 (주)제이크레이션과 (주)제주용암수 두 업체가 참여했다. 이후 오리온이 지분을 인수한 업체가 바로 (주)제주용암수이다. 인수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인수과정의 문제를 보도한 기사를 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산업단지를 분양받은 후 2년 안에 착공을 하지 않으면 제주도가 산업용지를 환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제주도는 착공기한이 지나고 2년 동안 착공 독촉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제주도가 환수를 미루는 사이 (주)제주용암수의 기업가치는 자본금의 6배 이상 늘어났고, 이 상태에서 오리온과 지분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오리온이 용암해수산업단지에 대규모 음료 공장을 착공한 후 벌어진 다량의 염지하수 취수량 증산 결정도 문제다. 지난해 9월 제주도는 환경부와 협의해 산업단지 내 염지하수 적정 취수량을 하루 3천 톤에서 3만3천톤까지 늘리기로 했다. 오리온에게는 하루 2만1천톤의 염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는 염지하수 취수량 증가에 대해 최근까지 환경에 문제가 없었고, 용암해수 사업을 키우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제주도가 지하수의 환경영향을 우려한 환경부의 요청으로 적정취수량을 하루 3천톤으로 고시했던 점을 상기할 때 갑작스런 취수량 증량은 면밀한 영향조사와 충분한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 4월 오리온이 음료사업 진출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제주 염지하수를 활용해 중국의 기능성 음료시장을 타깃으로 글로벌 음료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언뜻 보면 제주도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내시장 판매가 아닌 해외시장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시장 판매냐 아니냐의 논란은 지하수 정책의 본질을 벗어난 문제이다. 제주 지하수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지하수의 상품화는 판매 범위의 축소로 문제가 상쇄되지 않는다. 더욱이 제주도가 우려하는 것은 지하수 공수화 정책의 훼손보다는 오리온이 출시한 제주용암수와 삼다수의 경쟁이라고 밝힌 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염지하수의 상업화를 추진해 온 이전 도정에서도 염지하수에 대한 도지사들의 인식은 무한자원이고, 아무리 뽑아 써도 지하수에 영향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김태환 전 지사는 염지하수는 바닷물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고갈 위험이 전혀 없고, 지하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우근민 전 지사도 염지하수는 삼다수 물처럼 고갈 위험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염지하수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몇몇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염지하수는 마냥 뽑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염지하수는 담수 지하수와 해수의 혼합으로 인해 염수화 과정이 진행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염지하수를 지속적으로 과다하게 뽑아 쓰거나 다량으로 개발·이용할 경우 담수 지하수의 수위와 수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는 한반도에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보이는 곳으로 각종 기상이변으로 인한 지하수 함양량의 변화가 심하다. 최근 10년간 관광객의 급증으로 수많은 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지하수 함양 조건도 악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 사용량의 증가와 축산분뇨 배출 등으로 지하수의 오염원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하수 사용량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고, 지하수의 독점적 이용과 이윤추구를 위한 사유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논란이 된 오리온의 염지하수 개발·이용 문제는 단순히 판매 범위의 논란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정책을 점검하고, 지하수 공수화를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하수의 공공성 확보와 물산업 육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온 점도 뒤돌아봐야 한다.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현명한 이용을 도모하고, 바람직한 지하수의 보전관리를 위한 제주도정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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