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수형인 2차 재심 8명 첫 심문기일...행불인-집행유예 등 4.3 개별적 재심 청구도 시작

제주4.3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인과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15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첫 재심기일을 앞두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4.3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인과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15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첫 재심기일을 앞두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4.3 생존수형인 중 2차 재심사건에 대한 법원 심문기일이 재심 청구 8개월 만에 열렸다. 4.3특별법 개정이 한없이 늦춰지면서 개별 재심사건 소송도 현실화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한 변연옥(91) 할머니 등 8명의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15일 진행했다.

2차 재심과 별도로 소송을 제기한 행방불명인 故김호근 할아버지와 4.3때 기소돼 6년 만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故장동석 할아버지에 대한 심문도 함께 열렸다.

생존수형인의 재심 청구는 2017년 4월19일 첫 4.3재심 청구 이후 두 번째다. 1차 재심 청구는 생존수형인 18명이 참여해 2019년 1월17일 전원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번 2차 재심에 참여하는 생존수형인은 송순희(95), 김묘생(92), 변연옥(91), 김영숙(90), 김정추(89) 할머니, 김두황(92), 장병식(90), 故 송석진(93) 할아버지 등 모두 8명이다.

제주를 떠나 서울과 인천,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역사적 재심을 위해 휠체어를 이끌고 고향 땅을 다시 밟았다.

제주4.3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인인 송순희 할머니(오른쪽)가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 할머니는 이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4.3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인인 송순희 할머니(오른쪽)가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 할머니는 이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청구인들은 제주에 4.3의 광풍이 불어 닥친 1948년부터 1949년까지 불법 재판을 받아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은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모두 내란죄라는 올무가 씌워졌다.

청구인들은 당시 군법회의에서 기소장은 물론 공판조서와 판결문도 작성되지 않았다며 1차 재심과 같이 국가공권력을 잘못을 인정한 공소기각 결정을 바라고 있다.

이중 송순희, 변연옥 할머니는 1차 재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오계춘 할머니와 전주형무소에서 함께 옥살이를 했다. 당시 오계춘, 송순희 할머니 품에는 각각 열 달, 세 살배기 아이가 있었다.

오계춘 할머니의 아이는 목포항으로 향하던 배에서 싸늘한 주검이 됐다.  송순희 할머니도 전주형무소에서 아이와 이별했다. 오열하는 송순희 할머니를 달래준 이도 오계춘 할머니였다.

인천에서 딸과 함께 제주를 찾은 송순희 할머니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껏 하지 못한 얘기를 해서 속이 시원하다. (법정에서) 할 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청구인과 달리 김두황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을 받아 형무소에 갇혔다. 1948~1949년 군법회의 대신 일반재판으로 인한 4.3재심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4.3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인인 김두황 할아버지가 15일 오전 10시 첫 심문기일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 할어버지는 이날 속시원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4.3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인인 김두황 할아버지가 15일 오전 10시 첫 심문기일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 할어버지는 이날 속시원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수형인명부가 전부인 나머지 7명과 달리 김 할아버지는 형사재판에 대한 판결문이 존재한다. 김 할아버지는 70년 전 불법구금 등을 증언해 당시 재판의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그동안 연좌제로 70년 동안 고통을 받고 살아왔다. 법원에 오니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다하고 싶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야기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문기일은 생존수형인의 2차 재심과 별도로 개별적으로 재심 청구에 나선 故김호근 할아버지와 故장동석 할아버지에 대한 심문도 함께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행방불명인인 故김호근 할아버지(1928년생)는 4.3당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불법군사재판을 받아 옥살이를 하던 중 연락이 두절됐다. 자식도 없어 가족은 여동생이 유일하다.

故장동석 할아버지(1929년생)는 제주재일중(현 오현중) 학생이던 1948년 7월28일 전신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후 군제대후 1954년 12월8일에야 전신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첫 심문기일이 시작되자 재판부는 빠른 재판 진행을 위해 생존수형인의 법정 구술 대신 증언 녹화 영상 자료(CD)를 통한 증거조사를 언급하며 변호인들의 의견을 물었다

변호인들 모두 이를 수용했지만 검찰측이 일반재판을 받은 김두황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반대신문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7월13일 변호인의 주신문과 검찰측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제주4.3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인과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15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첫 재심기일을 앞두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4.3 생존수형인 2차 재심 청구인과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15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첫 재심기일을 앞두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나머지 2차 재심청구인 7명에 대해서는 8월10일 심문기일을 이어가기로 했다. 

故장동석 할아버지 사건은 7월20일 별도 증인신문 절차를 갖기로 했다. 재판부는 생존한 고인의 친척 2명을 중인으로 출석시켜 4.3당시 장 할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직접 청취하기로 했다.

故김호근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행불인 생존여부에 대한 법적 확인 절차와 수형인명부에 일치여부에 대한 자료 수합을 위해 추후 다시 심문기일을 정하기로 했다.

1차에 이어 2차 생존수형인 재판을 이끈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는 “지난해 1차 재심 공소기각은 성과는 오로지 완전한 4.3해결의 역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 2차 재심 재판을 통해 4.3당시 군법 또는 일반재판의 형식으로 자행한 국가폭력에 대해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청구인들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청구인 중 일본 도쿄에서 생활하던 故송석진 할아버지가 올해 2월7일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1차 재심청구인 중 故 현창용, 故정기성 할아버지와 故 김경인, 故 김순화 할머니도 영면에 들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