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해임 건 주민 항의...조천읍 합의 끝에 오전 5시 일단락

사진=선흘리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반대하는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은 28일 오후 11시 30분부터 다음날인 29일 오전 5시까지 제주시 조천읍사무소 읍장실서 밤샘농성을 펼쳤다. 사진=선흘리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이 지난 28일 오후 11시 30분부터 29일 오전 5시까지 조천읍장실서 밤샘 농성을 펼쳤다.

이날 농성은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과 관련해 사업자로부터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3억5000만원을 수수한 정현철 선흘2리 이장에 대한 해임절차가 지지부진한 것과 조천읍이 총회를 열어 해임하라는 것에 반발해 이뤄졌다.

선흘리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와 마을 개발위원들에 따르면 면담서 조천읍은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마을 총회를 열어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이장을 해임 시키라며 총회 말고는 해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선흘2리 어르신을 포함한 주민 약 15명은 조천읍장실서 읍장과 동물테마파크 관련 쟁점 토론 방송을 시청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등 논의를 이어갔다. 이에 조천읍이 9월 1일까지 이장해임과 관련해 결론을 지어 알려주겠다고 밝혀 농성은 일단락됐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28일 오후 2시 30분께 윤승환 조천읍장을 찾아가 마을 정상화를 요청하고 정현철 이장해임 로드맵 제시를 촉구했다.

조천읍은 지난 12일 해임절차에 착수하며 ‘선흘2리 이장해임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요청’을 마을회에 보내고 정현철 이장에게 의견을 2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일주일이 지나서도 이장해임에 관한 일정이 제시되지 않자 주민들이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더불어 이들 단체는 28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총회를 열어 이장해임 건을 가결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50인 이상 집회·모임이 금지된 위중한 이 시기에 총회를 또 열라는 것은 기만”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어 “당시 마을 향약에 근거해 이장이 열지 않은 총회는 무효라는 논리로 이장해임 불가 통보를 한 조천읍이 또다시 주민을 농락하고 있다”면서 “횡령과 총회 결의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행동해도 이장이 해임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보라”고 역설했다.

이들 단체는 또 원희룡 도지사가 사업자와의 유착 관계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선흘리 주민들이 요구하는 상식에 대해 올바른 행정지도로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조천읍은 상식적 해임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선흘리 주민 A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총회를 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50인 이하가 모여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반상회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조천읍은 총회만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천읍이 제주도와 제주시에 공문을 보내 지도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라며 “주고받은 공문이나 정현철 이장의 소명자료를 보여줄 수 없다는 등 일관하고 있어 도의원을 통해 내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8월 26일 당시 마을 향약 제14조에 따라 주민 26명의 소집요구로 이뤄진 임시총회는 무기명으로 이뤄진 이장해임의 건 투표가 129명 중 찬성 125표, 반대 3표, 무효 1표 등 가결된 바 있다.

이날 임시총회에는 정 이장을 비롯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선흘2리 찬성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은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폐회 시간 기준 총 137명의 주민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천읍은 절차의 문제를 제기해 해임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 등 해임 당사자인 현 이장이 소집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독소조항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해 9월 7일 또 다른 이장을 선임하는 등 한 마을 두 이장이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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