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선흘2리장 선거 실시...동물테마파크 찬반측 대리전 양상

제주동물테마파크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차기 이장 선거가 치러진다. 맞대결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두 후보의 성향 상 사실상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찬반측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특히 모기업의 '선 긋기'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제주동물테마파크의 대표자가 사업 정상 추진 의지를 내비치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개발사업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조천읍 선흘2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7일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제24대 선흘2리장 선거가 선흘2리 마을회관에서 실시된다.

기호 1번 이상영 후보는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위원, 기호 2번 이정주 후보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선흘2리는 2017년부터 재개된 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으로 주민과 주민간, 사업자와 주민 간의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이미 판결이 내려진 건을 제외하고라도 아직 6~7건의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찬반측에서 각각 이장을 뽑아 한 마을에 이장이 2명인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두 후보 역시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필연적으로 두 후보가 내건 슬로건과 공약도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반대측 대표격인 이상영 후보는 세계자연유산인 선흘2리 마을을 지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그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던 리 행정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투명한 마을예산 공개와 이장권력의 분립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제24대 선흘2리장 선거에 출마한 이상영 후보 홍보물.
제24대 선흘2리장 선거에 출마한 이상영 후보 홍보물.

이상영 후보는 "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위기에 놓였다고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직 사업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사업자도, 찬성측도 주민들의 총회 결정을 뒤집고 활동한 이들이기 떼문에 그에 대한 반감이 아직 남아있다"며 "주민들의 의견이 선거 결과를 통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테마파크 찬성 운동을 주도해 온 이정주 후보는 "둘로 찢어진 마을의 안정과 화합·발전을 위해 출마 결심을 굳히게 됐다. 동물테마파크는 이제 행정 절차를 거쳐 도지사의 판단에 따라 진행될 일이지 마을에서 하라, 하지마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주 후보는 "마을 향약의 이장 출마 자격을 '마을 3년 거주'에서 '2년 거주'로 바뀌며 상대 후보에게 출마 자격이 부여됐다. 마을의 대소사를 앞두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한 것이지만, 저는 굉장히 불리한 입장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며 "낙후된 마을 발전을 위해 사업에 찬성한 것을 주민들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24대 선흘2리장 선거에 나선 이정주 후보.
제24대 선흘2리장 선거에 나선 이정주 후보.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이날 선거 역시 긴장감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선흘2리선관위는 주민들에게 신분증 외에 주민등록초본까지 소지하도록 했다.

선거 결과는 투표가 끝나는 17일 오후 8시 이후 나올 전망이다.

한편, 당초 모기업으로 알려졌던 대명소노그룹의 '선 긋기'로 위기에 빠진 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이번 선거를 통해 회생할지도 이목이 쏠린다.

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58만여㎡부지에 총사업비 1670억원을 들여 사파리형 동물원과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환경훼손과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찬반으로 갈린 마을 내부 갈등이 확산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제주도 등에 전달했다. 동물테마파크에 지출된 대여금 회수 절차에 나서고, 그룹의 금전적 피해나 이미지 훼손 등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동물테마파크 대표자가 지난 15일 제주도를 방문해 사업 정상화 의지를 피력하며 새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그간 번번히 발목을 잡았던 주민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주도는 2018년 11월16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검토과정에서 "지역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 관계자와 협의해 진행할 것"을 조건부로 의결한 바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지난달 이른바 송악 선언의 후속조치로 "사업자 측이 지역주민과 람사르습지위원회와의 진정성 있는 협의 없이는 사업변경을 승인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지역 주민과의 협의를 전제로 내건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마을 갈등의 불씨가 된 동물테마파크 사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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