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내일을 말하다’ 토론회서 미국 책임 규명과 국가폭력 책임자 역사적 처벌 제기

한국 현대사의 비극 ‘제주4.3’의 완전한 해결 염원이 담긴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3월 여야 합의로 21년 만에 통과된 이후 4.3의 새로운 내일을 바라보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제주시 용담이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4.3의 내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4.3운동 방향성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김명식 시인의 특강으로 진행된 1부에 이어 2부는 ‘4.3운동의 평가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4.3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준비하려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장이 좌장을 맡고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정책위원장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 △송시우 제주고등학교 교사 △강철남 제주도의회 4.3특위 위원장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가 지정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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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부터 좌장을 맡은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장,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제주의소리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박찬식 전 소장은 “4.3이 본격화된 이후 1987년 6월항쟁도 있었지만, 1989년이 4.3연구소와 제민일보 4.3을 말한다 등 언론과 문화예술, 위령제 등 움직임이 집중된 원년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989년 이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올해 4.3특별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며 “이제 4.3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과제 부분에 초점을 맞춰 영역별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은 4.3특별법 전부 개정에 따른 6개월간의 피해보상 기준 마련 용역에 대해 다섯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국가배상금에 대한 지급 적정 기준 마련 △상속 개시 시점 △형사보상청구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 △배상금 일시금 지급 △호적 정정에 따른 조치 등이다.

양 사무처장은 “배상금 적정 기준은 지난 과거사 재판 결과와 제주4.3재판 결과에 따라 지급된 배상금의 평균으로 결정한 뒤 판결 시기 이후 물가변동률을 반영해야 한다”며 “상속 개시 시점도 배상금을 지급하는 시점으로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또 “재심 재판을 통해 형사보상청구를 받은 경우도 위자료 지급이 가능하게 해야 하며, 배상금은 일시금 지급을 원칙으로 해야한다”면서 “잘못된 호적 정정에 따라 국가배상금 지급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과제에 대해 “80주년까진 4.3에 대한 정명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과 국가폭력 책임자들에 대한 역사적 처벌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4.3 기간 범위 밖의 피해자 구제와 트라우마센터 활용, 제주대 4.3학과 등 교육 세대 전승 등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동현 제주민예총 정책위원장은 “법과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문제다. 개정된 특별법으로도 배제된 사람도 있어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법과 제도 개선과 함께 4.3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4.3에 대한 교육 문제를 지적하며 제주대학교가 관심을 가지고 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제도권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제주대가 4.3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국립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학과 차원의 노력에서 벗어나 대학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논의할 시기가 됐다”며 “그러다 보니 4.3은 각계 연구자들이 개인 열정과 헌신으로 연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4.3 관련 기본자료는 30여 년이 지난 오래된 자료밖에 없다. 4.3 관련 기본자료들을 제주도가 돈을 내고 재출판해야 한다”며 “전국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들고 각국 언어로 번역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3을 잊지말고 기억하자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왜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외면돼 왔다. 4.3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 것인가 통렬한 반성을 통해 고민해야 한다”며 “80주년이 될 때까지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부끄러운 모습을 마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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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 강철남 제주도의회 4.3특위 위원장, 송시우 제주고등학교 교사, 김동현 제주민예총 정책위원장. ⓒ제주의소리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정명 문제 △미국의 책임 규명 △가해자 처벌 △구체적 추가진상조사 △기억 전승 등을 남은 과제로 꼽았다.

또 4.3 정명에 대해서는 “저항과 항쟁의 역사를 소중한 4.3의 자원으로 생각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항쟁을 4.3 뒤에 붙여야 하는가는 고민”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항쟁이라는 표현은 시대에서 멀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80년대의 민중항쟁이 아니라 21세기의 4.3을 호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운동을 붙이는 것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정명 문제를 계속 논의하고 그 속에서 4.3을 자꾸 호명하는 것이 4.3이 박제화되지 않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송시우 제주고등학교 교사는 “우리가 4.3을 위해 어떤 원칙을 세웠나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스스로가 축적된 역량을 통해 잘잘못을 구분하고 구체적인 반인륜적 행위자를 역사 법정에 세워 드러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4.3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상 4.3교과서도 없다. 제주특별법을 활용한다면 학교 현장에 4.3 관련 교과목을 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4.3에 대한 학교 교육과 사회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해 여러 가지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철남 제주도의회 4.3특위 위원장은 실천할 수 있는 과제들을 언급하며 도의회의 역할에 대해 말을 이었다.

강 위원장은 “제주도에 4.3관련 조례가 관광 관련 부서 포함 총 8개가 있다. 이런 조례들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고 필요하다면 제도화 하겠다”며 “개인적으로 4.3평화교육 관련 교육청 부분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음 회기 때 개정해 확대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개월간 진행되는 용역기간 중 4.3유족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간담회 개최, 도내외 4.3유관기관 토론회 등을 통해 법안에 반영돼야 할 세부사항을 논의하겠다”며 “청년들이 4.3의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교육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3은 배보상 및 명예회복만큼이나 청년세대들의 4.3 화해와 상생 정신을 기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의회의 일”이라며 “더불어 4.3에 대한 의원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나부터 반성하고 4.3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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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제주시 용담이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4.3의 내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4.3의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이번 특별법 개정의 의미는 국가가 72년 전 저지른 사건에 대한 폭력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대통령 사과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도민과 희생자를 위한 조치는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불법 계엄에 의해 군사재판을 당한 희생자들에 대해 일괄재심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비로소 국가폭력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다만 진상 규명은 권한 있는 정부가 책임지고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뜨르 비행장에서 약 245명이 총살당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육군 본부를 찾아가 자료를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제대로 된 추가진상조사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책임과 관련해 “1947년은 미군정 시대로 미국이 치안, 행정, 사법 등 전권을 쥐고 제주를 다스렸다. 당시 일반재판을 미군정이 직접 집행한 건도 4건”리아며 “이런 사실을 밝혀내면 미국의 책임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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