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차기 정부로 공 넘긴 제2공항...'여론조사-환경부 반려' 판단 유보로 갈등 키워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에서 반려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 용역을 실시키로 하면서 사실상 제주 제2공항 추진 여부는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제2공항 개항 가능성을 놓고 정쟁을 벌였던 제주사회는 결국 2021년 오늘날에도 똑같은 고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 셈이다. '절차적 투명성과 지역주민 상생'을 약속해 온 문재인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 연구' 입찰을 공고했다. 금액은 2억4000만원, 입찰 마감은 11월11일까지다.

이 용역은 지난 7월 20일 환경부에 의해 반려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류, 항공소음, 법정보호종, 숨골 등 크게 4개 분야로 반려 사유를 구분하고, 보완이 가능한지, 보완이 불가하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를 조사하게 된다.

세부적인 과업 내용을 살펴보면 조류의 경우 공항 건설 과정의 단계별 철새도래지 보전 저감방안과 항공기와의 충돌방지 및 생물다양성의 상충문제 해결 방안을 주문했고, 법정보호종 관련은 맹꽁이 이주 시 제주도 전체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과 휘파람새과 조류인 두견이의 숙주종을 이송해 유인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보호대책을 요구했다.

숨골의 경우 제2공항 예정지 내 숨골 추가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절대보전지역 내 숨골과 기존 숨골의 비교를 위한 가치평가기법을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항공기 소음과 관련해선 최악의 조건을 적용해 대안별 소음영향범위를 예측하고,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검토하도록 했다.

과업의 성격은 기존에 미비했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재보완하는 수준과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보완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타이틀은 정책 결정을 용역 이후로 미루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기본적으로 설정된 이번 용역의 과업기간은 최소 7개월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반려 사유를 검토하는데 2개월이 소요되고, 4개 분야를 조사하는데 4~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용역 입찰 마감은 11월 11일로, 계약 기간 등을 고려하면 11월말께 용역이 시작되고, 최종보고서가 작성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7개월은 너끈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번 정부 임기 중 제2공항 문제를 매듭짓기란 요원해졌다. 제주 핵심 현안인 제2공항은 결국 선거 정국에서 정쟁의 대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됐다.

2019년 11월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9년 11월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현 계획대로라면 대선을 지나 내년 6월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물론, 지역의원 선거에서도 지역구 간 유불리에 따라 제2공항 이슈가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갈등을 봉합하기란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수 차례에 걸쳐 '절차적 투명성과 주민 간 상생'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 제2공항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면서도 "전제가 있다면 제주도와 도민들 사이에, 공항 예정지 주민들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019년 2월 취임 2년차를 맞아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제2공항 건설과 관련 "제주공항은 완전히 포화상태여서 제주도 발전이나 도민들의 이동권을 위해 공항을 확장하거나 제2공항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는 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2공항 갈등을 두고 주요 기점마다 원희룡 제주도정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거듭해 왔다. 제주도는 '제2공항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국토부로 공을 넘겼고, 국토부는 '제주도의 요청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식이었다.

이미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라는 두 차례의 커다란 기로가 있었음에도 정부, 혹은 국토부는 판단을 미룬채 미적거렸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협의로 실시된 제주도민 여론조사에서는 '제2공항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드러났지만,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주로 내려보냈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채 '제2공항 정상추진' 입장을 회신했다. 결국 국토부는 명확한 정책결정을 미루고 판단을 유보했다.

이에 더해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반려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2~3차례에 걸쳐 진행된 재보완 작업이 충분치 못했던 결과물로, 제2공항을 둘러싼 현실적인 여건이 사업을 강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새 용역을 발주하며 불씨를 키웠다.

문상빈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공동대표는 "엉터리로 만들어진 제2공항 사전타당성용역을 시작으로 반려된 사유까지 용역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은 국토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끔 용역을 줘 결과를 만들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2공항은 용역으로 해소할 사안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인정하고 정책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것은 어떻게든 도민의 의사와 반하게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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