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완입법 첫 공청회서 다양한 의견...“보상 수용은 국가와 화해 의미” 평가도

5일 제주에서 4.3특별법 보완입법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 ▲고호성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성윤 변호사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좌장)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발표자) ▲이상희 변호사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 ⓒ제주의소리

70여년전 제주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현대사 최대 비극 4.3 피해 보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무엇보다 국가가 피해자 유족에 지급하게될 ‘배보상’과 관련, ‘보상’과 ‘배상’ 중 어떤 용어가 적절한지를 놓고 엇갈린 의견을 어떻게 거둬 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5일 오후 2시 오영훈(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 국회의원 주최로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오 의원이 대표발의한 4.3특별법 보완입법안에 대해 4.3유족 등 도민사회에 관련 내용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3월23일 4.3특별법 전면개정이 이뤄지면서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 등 근거가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한국법제연구원에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를 의뢰해 구체적인 배·보상 기준을 마련했다.

용역을 맡은 한국법제연구원은 배상이 아닌 '보상'으로 명시했으며, 균등지급 방식으로 피해자 1인당 최대 9000만원을 산정했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4.3특별법 보완입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4.3특별법 보완입법 책임연구자인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법안을 설명하면서 “보상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규정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실무위원회 위원을 15명에서 20명으로 증원하고, 심의·의결 사항에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 결정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직권재심 청구의 권고와 실종선고 청구, 추가 진상조사에 관한 사항, 보상금 등 지급에 관한 사항에 대해 필요한 경우 고유식별 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수집·이용·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나 실무위원회는 개인정보 관한 자료 등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금을 받은 사람에 대해 최대 징역 5년이나 벌금 5000만원형에 처하는 규정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안설명이 끝난 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이 이어졌다. 

지정 토론에는 ▲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 ▲고호성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성윤 변호사(제주4.3희생자유족회 고문) ▲이상희 변호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법률지원단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까지 5명이 참여했다. 

왼쪽부터 허상수 이사장과 고호성 교수, 문성윤 변호사가 제주4.3특별법 보완입법에 대한 의견을 발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토론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보완입법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보상’이라는 용어 문제 제기와 금액 산정 기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4.3유족회 고문을 맡는 등 4.3과 관련된 다양한 소송을 이끌어왔던 문성윤 변호사는 “배상과 보상은 법적으로 엄연히 다르다. 보상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워 위법행위까지 포함한 것처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명확히 배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루뭉술한 ‘보상’이 아니라, 가해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명시한 ‘배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4.3은 70여년전 발생했다. 그 피해에 대한 금액이 9000만원으로 산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며 “배상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인데, 정부가 ‘떡하나 준다’처럼 접근하면 안된다. 보완입법이 통과될 때까지 유족과 관계자 모두의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허상수 이사장은 “4.3특별법 보완입법은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민간인 학살에 대한 희생자와 유족 등에게 보상하는 내용이다. 냉전시대를 마무리해 탈냉전을 선언하는 중요한 법”이라고 평가했다. 

허 이사장은 “중대한 인권침해로 인해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없지만,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정부가 어떻게든 성의를 표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4.3 유족 차원에서 보상에 동의할지, 말지에 대해 먼저 결정해야 한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사안”이라고 피력했다. 

왼쪽부터 제주4.3특별법 보완입법을 설명한 최환용 선임연구위원과 토론자 이상희 변호사, 김창범 4.3유족회 상임부회장. ⓒ제주의소리

이상희 변호사는 “4.3 진실규명을 위해 긴 시간 포기하지 않고 투쟁해 4.3특별법 보완입법까지 왔다. (보완입법은) 가해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증표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상이라는 용어에 의문점이 있을 수 있다. 법률적으로는 보상과 배상의 의미가 다르다. 4.3특별법 보완입법안을 보면 고민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보상’을 위법한 행위에 대한 손해와 적법한 행위의 손실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보상이라는 단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소신을 밝혔다. 

고호성 교수는 “배상은 위법 행위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는 의미고, 보상은 합법적인 행위임에도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주는 의미”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당초 4.3특별법 개정안에 ‘위자료’라고 표현됐을 때 (도민이자 법률 전문가로서) 정말 불만이 많았지만, 이번에 보상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상당히 진전된 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유족들이 보상을 신청하는 순간 가해자(국가)와 화해한다는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창범 상임부회장은 “우리는 손해를 받은 것이 아니라 피해를 받은 것”이라며 일부 조항에 대해 구체적인 명시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상임부회장은 “보완입법에 보상금에 대한 정의가 있는데, 국가나 정부에 대한 문구가 없다. ‘국가가 희생자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등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 또 금액이 1인당 초대 9000만원으로 산정됐는데, 산정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4.3 유족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한 유족은 “보상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국가의 ‘배상’을 원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유족은 “왜 9000만원인가. 산정 기준이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다. 1억3000만원 정도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양한 유족들의 의견을 모을지가 이번 보완입법의 최대 관건으로 꼽히는 가운데, 오 의원 측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보완입법안을 다듬을 계획이다. 

오 의원이 대표발의안 4.3특별법 보완입법에는 송재호·위성곤 제주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김민철·김진표·박광온·박재호·백혜련·서영교·설훈·신동근·양기대·오영환·이병훈·이해식·이형석·임호선·최인호·한병도·홍영표·홍익표 의원 등이 서명했다. 

한편, 공청회는 4.3유족회와 4.3평화재단, 제주지방변호사회, 제주4.3연구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주관했으며, 행안부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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