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62) 지금이라도 훼손된 부지에 대한 녹색복원 추진해야

최근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는 묘산봉관광지 개발사업자가 신청한 사업 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1년간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개발사업심의위는 사업자가 당초 약속한 사업 계획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7년 연장 요청을 1년으로 제한하고, 이 기간 이행 가능한 개발사업의 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번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의 결정은 사업 진척도에 따라 1년 후 개발사업 승인취소 등의 결정이 날 수도 있는 냉정한 판단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진척이 매우 부진한 사업에 대해 또다시 4번째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묘산봉 관광지구는 제주도개발특별법에 근거해서 1994년 수립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의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 중 하나였다. 전체 사업부지는 466만여㎡로 관광지구 중에서는 최대규모였다. 이 때문에 훗날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오픈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메가리조트 개발사업의 유력한 후보지이기도 했다. 묘산봉관광지 개발의 시작은 1997년 라인건설이 약 2조 원의 투자계획을 세우면서였다. 당시 김녕리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유지 매각과 사업승인까지 이뤄진다. 하지만 IMF 파고에 라인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공유지는 환매 처리되고, 개발사업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 묘산봉관광지구 조감도 ⓒ제주의소리
묘산봉관광지구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잠시 잠잠했던 묘산봉관광지 개발사업은 환경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6년 ㈜에니스가 사업승인을 받게 된다. 2011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는데 당시 북제주군은 군유지 400만여㎡를 사업자에게 매각하였다. 마라도 면적의 13배가 넘는 매우 큰 면적의 공유지였다. 하지만 사업자는 골프장과 휴양콘도만 조성한 후 나머지 사업계획은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사업자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사업권은 한라그룹 계열사인 제이제이한라로 넘어갔다.

사업권을 인수한 제이제이한라는 전체 개발사업 중 골프장인 세인트포CC를 카카오그룹 계열사에 매각을 시도하다 주민반발로 불발에 그쳤었다. 최근에는 리조트 전문 운영사인 ㈜아난티와 협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는 사업기간 연장 심사에서 제3자에 공유지였던 사업부지 매각을 경계하여 확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기간 연장허가 과정에서 매각 공유지의 관리 문제도 있지만 사실은 묘산봉관광지 개발의 적절성을 재검토하는 것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묘산봉관광지 사업부지는 생태적·지질학적인 가치가 뛰어나 개발입지로서는 부적합한 곳이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는 물론 관련 전문가에까지 불법적인 로비를 시도하며 사업승인을 받은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기간 연장허가 심사는 개발중심의 행정으로 마구잡이 난개발을 초래했던 당시 도정의 잘못된 판단을 이제라도 되돌리는 기회이다. 지금이라도 사업승인을 취소하여 기 개발·운영 중인 사업 외에 훼손된 부지에 대한 녹색복원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묘산봉관광지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역설적으로 다행이기도 하다.

묘산봉관광지 개발사업의 사업부지는 동백동산 선흘곶자왈과 이어지는 곶자왈지대로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 펼쳐져 있다. 특히 이곳은 전 세계에서 제주에만 자생하는 멸종위기 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의 최대 군락지이다. 사업부지 곳곳에 분포하는 습지와 숲 지대에는 법정보호종인 순채 군락과 개가시나무가 서식한다. 지질학적인 가치도 뛰어나다. 사업부지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정중앙에 있는 곳으로 사업부지 내에 묘산봉굴이 있고, 바로 인접하여 만장굴이 분포하고 있다. 그런데도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직전 제주도는 이곳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허가하고 말았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1년의 사업기간 연장허가를 받은 묘산봉관광지 개발사업은 내년에 다시 사업기간 연장을 위해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업진척을 높일 것이다. 그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곶자왈 지대와 숲이 파헤쳐질 것인가. 그리고 1년 후 다섯 번째 사업기간 연장허가 심사에서는 16년 전 잘못된 판단으로 공유지를 팔아넘기고, 곶자왈 지대에 개발사업 허가를 내준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묘산봉의 뭇 생명은 개발사업에 쫓겨 생을 마치거나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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