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도민회의, 15일 의장실 찾아 면담
김 의장 “곤란하다” 중립적 입장 고수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체가 검증과 여론조사 결과 반영을 위한 도의회의 역할론을 주문했지만 김경학 의장이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다소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제2공항에 반대하는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5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의장실에서 김 의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인 강원보, 문상빈 위원장이 참석했다. 공동상임대표인 이양신 제주여민회 대표와 강봉수 제주대 교수,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도 함께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도와 도의회 합의로 성사된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두 기관 모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역할론을 주문했다.
문상빈 위원장은 “지난 의회에서 의욕적으로 제2공항 여론조사를 진행해 반대 결과가 나왔다. 어렵게 성사됐지만 도정과 의회 모두 후속 조치에 대한 마무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강봉수 교수는 “도민의 대의기관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너무 미약하게 대처했다”며 “원희룡 전 도정은 물론 좌남수 전 의장도 조사 결과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미약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학 의장은 “나는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 의장이 되니 더더욱 그렇다”며 “어떤 얘기를 하든 찬반 양쪽 다 1%의 만족을 드리기 어려을 것”이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양신 대표는 이에 “의장은 지난 의회에서 제2공항 갈등 과정을 다 지켜본 분이다. 의장이면 어떤 식으로든 갈등 해결의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임기환 본부장도 “새로 취임한 지사나 의장 모두 소극적인 것 같다”며 “윤석열 정부는 제2공항 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과정에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봉수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국토부에서 조만간 발표할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보완용역 결과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의회와 시민사회단체가 합동으로 검증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답변에 나선 김 의장은 “의장 혼자 45명 의원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는 없다”며 “의회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전임 의장이나 의원들도 그런 고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찬성과 반대가 있다면 의장은 그 중간에 있다. 어느 한쪽을 대변할 수는 없다”며 “지난 의회가 회피한 부분은 있다. 앞으로 갈등 해소를 위해 지혜를 모아보자”고 말했다.
도와 의회는 앞선 2021년 2월18일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2곳에 의뢰해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성산읍 제2공항 건설 조사에서는 찬성이 43.8%, 반대는 51.1%로, 반대가 오차범위 밖에서 7.3%p 높았다.
한국갤럽의 도민 20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반대 47.0%, 찬성 44.1%로 오차범위 이내에서 2.9%p 차이를 보였다. 반면 성산읍 주민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조사에서는 찬성이 월등히 높았다.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여론조사 발표 두 달 만인 2021년 4월 의회와 합의 하에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정부에 제2공항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