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지사, 국힘 북핵특위 논의에 "제주 군사기지화 구상, 도민희생 강요" 반발

27일 오후 1시4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27일 오후 1시4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의 '제주 핵무기 배치' 논의에 대해 "제주의 생존을 위협하는, 있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성토했다.

오영훈 지사는 27일 오후 1시4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보고서 채택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오 지사는 "여당 북핵특위가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을 확인한 결과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충격적인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전략적인 핵 배치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이는 제주와 도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없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오 지사는 전날 북핵특위에 앞서 한기호 국민의힘 북핵특위 위원장이 지난 10월 31일 주최한 '북핵위기대응 세미나'의 내용을 언급하며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당시 세미나에서 제언된 '제주도 전략도서화와 전략군'의 발제에는 '제주도에 향후 핵전력을 운용할 전략군과 해병 제3사단을 창설하고, 기지방어사령부, 스텔스비행단, 제2미사일사령부, 제2잠수함사령부, 제2기동함대사령부 등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오 지사는 "사실상 제주를 군사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도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검토 필요'가 거론돼며 추진 가능성을 남겨뒀다"며 "어떻게 여당 내에서 이 같은 발상이 가능한가. 일부 지역과 도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런 내용이 과연 도민과 국민을 위한 일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지사는 "도지사로서 제 입장은 단호하다. 평화의 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며 "제주도민과 제주를 사랑하는 분들을 대신해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이에 대한 입장을 당정 차원에서 확실히 밝혀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자치도 등이 확보한 여당 국민의힘 북핵특위 회의 자료에는 북한의 핵공격 임박 시 미국 핵무기를 제주에 전진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주도를 전략도서화하는 검토의 필요성도 포함시켰다.

특위는 제주도에 미국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 및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시 이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국민의힘은 한기호 위원장 명의의 해명자료를 통해 "핵무기를 배치한다는 내용은 특위 회의 중 나온 일부 개인의 의견일 뿐, 제주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느 지역도 특정해 거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전문] 오영훈 제주도지사 여당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보고서 채택에 대한 입장문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어제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을 확인한 결과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충격적인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돼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하게 됐습니다.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논의된

제주 관련 내용은 이렇습니다.

 

북핵 대응 전략으로 한반도에

美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제주도가 최적’이라는 점과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검토 필요’,

 

더 나아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시

‘美 전략폭격기가 이착륙 가능한 활주로 건설’과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 검토’ 등

 

말 그대로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전략적인 핵배치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분명 제주와 도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내용으로,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없어야 할 사안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보고서 채택에 앞서

제주를 아예 군사기지 섬으로 만드는,

제주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무책임한 방안이

여당 내에서 논의돼 왔다는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 채택에 앞서 국힘 북핵특위 위원장은

지난 10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핵위기대응 세미나’를 주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제주도 전략도서화와 전략군’ 제언을 보면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도에 향후 핵전력을 운용할 전략군과

해병 제3사단을 창설하고,

기지방어사령부, 스텔스비행단, 제2미사일사령부,

제2잠수함사령부, 제2기동함대사령부 등을 설치’하자는

공식적인 제언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실상 제주를 군사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도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검토 필요’가 거론되면서

상황에 따라 추진 가능성을 남겨둔 셈입니다.

 

저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여당 내에서 이 같은 발상이 가능합니까?

일부 지역과 도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런 내용이

과연 도민과 국민을 위한 일입니까?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도지사로서 제 입장은 단호합니다.

평화의 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제주도민과 제주를 사랑하는 분들을 대신해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 촉구합니다.

 

특히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당정 차원에서 확실히 밝혀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그리고 제주를 사랑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74년 전 4·3이라는 역사적 이데올로기 비극을

평화와 상생의 정신으로 이겨내면서

과거사 해결의 세계적인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땅 제주입니다.

 

세계 지도자들 간 정상회담이 여러 번 열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논의했던 이곳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더 이상 군사화 검토 대상이 아니라

세계 평화의 길을 협의하는

평화교류도시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게 도민과 국민, 그리고 한반도를 위한 길입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