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해와 상생’ 제주4.3을 왜곡·폄훼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주도민 사회가 들끓고 있다.
제주도내 19개 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연대)와 민주노총 제주본부에 이어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진교넷)’까지 4.3 왜곡·폄훼 중단을 촉구했다.
연대는 28일 성명을 내고 “제주4.3 왜곡·혐오 현수막을 게시한 단체와 방조·유기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는 강정친구들, 민주노총제주본부, 서귀포시민연대, 전교조제주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정의당제주도당, 제주DPI, 제주녹색당,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주통일청년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진보당제주도당, 참교육제주학부모회, 평화민주인권교육인 등 단체·정당으로 구성돼 있다.
연대는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조차 무시·왜곡하며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현수막이 제주 전역에 걸렸다. 더구나 4.3 추념일 당일 서북청년단이 제주에 온다고 밝혔다. 무차별적인 혐오 발언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적 제도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이어 “집권여당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언론을 통해 4.3 혐오 현수막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4.3의 역사적 정의를 두고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여당의 행태는 4.3 혐오 현수막을 건 패거리들과 다를바 없다”고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연대는 “차별금지법이나 혐오표현 방지 조례 제정을 미루는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를 언급한다.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운운할 것인가. 혐오적 표현으로 가득한 현수막 근처에 반대 현수막을 걸거나 말로만 철거하라는 공허한 행동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4.3을 왜곡하고 혐오 표현으로 가득찬 현수막을 모두 철거해야 하며, 제주도는 혐오 표현을 규제할 법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4.3 왜곡·혐오 현수막을 게시한 단체들과 이를 방조·유기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는 “4.3의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단체 등과 연대해 도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저항할 것”이라며 “작금의 차별과 혐오 상황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 마련을 제안하며, 연대는 공론의 장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별도 성명을 통해 “4.3 학살을 자행한 서북청년단의 준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서북청년단을 자처하는 단체가 4월3일 제주4.3평화공원과 제주시청 등에서 집회를 연다고 했다. 그들은 ‘4.3은 폭동이며, 4.3을 진압한 서북청년회(단)의 깃발로 기념하겠다’는 등 4.3 영령과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4.3 왜곡과 극우세력의 준동을 결코 좌시·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서북청년단을 자임하는 단체가 추념식 현장에 온다면 역사와 도민의 이름으로 모든 수단·방법으로 응징해 쫓아낼 것”이라며 “4.3 왜곡과 학살 테러를 정당화하는 극우단체에 대한 응징은 제주 노동자의 역사적 책무”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교수들의 모임인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이하 진교넷)도 4.3 폄훼·왜곡 중단을 촉구했다.
진교넷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주의와 반공주의에 사로잡힌 극우세력은 분단 필연론을 내세워 이승만 대통령을 대한민국 국부로 추앙한다. 해방 후 냉전 상황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장선에서 4.3은 공산 폭동이며, 양민 학살은 대한민국 적화를 막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난 불행한 일이라고 정당화하지만, 역사의 진실은 다르다. 4.3은 좌우 대립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통일 정부가 아닌 분단 정부로 수립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진교넷은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권력 정점에 서서 수만명의 제주도민 학살을 명령한 장본인”이라며 “극우 세력은 이러한 4.3의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면 분단을 미화할 수 없기에 4.3을 폄훼하는 등 역사 왜곡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교넷은 “그런 행위는 우리 사회를 더 큰 분열로 몰아가고,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라며 “대한민국은 3.1운동과 임시정부를 통해 건국된 나라다. 분단 정부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민주통일국가를 열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세력은 몰락했고, 제주에서는 4.3이라는 참혹한 비극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4.3은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이지만, 정직하게 대면해야 한다. 그래야 4.3의 정신인 화해와 상생의 세상을 나아갈 수 있다”며 “4.3 폄훼·왜곡을 중단해 화해와 상생 정신에 동참해 적대를 종식시켜 한반도 평화통일, 나아가 동북아 평화 증진을 위한 발걸음에 함께하길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