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27) / 구좌읍 덕천공동목장
문화재청 땅 사들인 뒤 관리 미흡…자연생태환경 보전 활용 가치 뛰어나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분포해 있어 문화재청이 6만여 평의 땅을 사들이기도 한 제주시 구좌읍 덕천공동목장.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라고 불리는 자연 습지가 있는 데다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마을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사후관리가 미흡해 사실상 방치 상태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자리하고 있는 덕천공동목장은 다른 마을공동목장에 비해 개발 우려가 적은 편이다.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제한이 적용되고 보전지구 등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덕천공동목장은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 가축사육제한구역, 공장설립제한지역, 경관보전지구 2등급, 생태계보전지구 및 지하수자원보전지구 1등급 등에 해당한다.

이처럼 생태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문화재청은 약 6만평의 목장 부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매입한 이후 사실상 방치 상태로, 마을주민들은 환경보전을 전제하고서라도 목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0일 덕천공동목장을 탐방, 이야기를 들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덕천공동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호진 덕천리장. ⓒ제주의소리
덕천공동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호진 덕천리장. ⓒ제주의소리

덕천공동목장은 덕천리새마을회가 소유한 102.7헥타르(ha, 약 31만평)의 지목상 목장용지로 이뤄졌다. 남쪽으로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이 있으며, 북쪽으로는 만장굴이 자리잡고 있다. 

목장 부지 일부가 문화재청에 매각된 것은 이처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부터 당처물동굴까지 이어지는 길 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덕천리는 환경보전과 지역주민 복지 강화라는 명분으로 부지를 매각했다. 그렇게 얻은 매각대금은 지역자치 활동에 폭넓게 쓰였다.

실제로 용암동굴계가 분포한 덕천공동목장에는 동굴도 있었으며, 큼지막한 암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빌레에는 자연적으로 물이 고여 습지가 형성됐으며, 그곳에서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순채로 추정되는 수생식물이 무리 지어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습지를 갖추고 있는 목장이지만, 문화재청에 땅을 매각한 이후 사실상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상태다. 

관련해 강호진 덕천리장은 “문화재청이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땅을 매입한 것도 좋지만,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산책 코스를 만들어 얼마든지 사람들 다니도록 만들어 준다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덕천공동목장은 자연 습지과 목장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길 코스 등을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생태환경 교육의 장으로 이용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가가 매입한 이후 활용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서 매입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됐다.

강 이장은 “습지 주변만 조금 정비해서 사람들이 둘러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좋겠다. 땅만 사들이고 그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라고 했다. 

덕천공동목장 안 넓게 펼쳐진 빌레에는 자연적으로 물이 고여 형성된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습지가 형성돼 있다. ⓒ제주의소리
덕천공동목장 안 넓게 펼쳐진 빌레에는 자연적으로 물이 고여 형성된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습지가 형성돼 있다. ⓒ제주의소리
덕천공동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호진 구좌읍 덕천리장. ⓒ제주의소리
덕천공동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호진 구좌읍 덕천리장. ⓒ제주의소리

목장 곳곳에 있는 자연 습지는 과거 목축이 이뤄지던 때 소들이 목을 축이는 곳이기도 했다. 가뭄이 들 때면 일부가 메마르기도 했지만, 커다란 한 곳의 습지는 마른 적이 없어 주민들은 식수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덕천공동목장은 마을공동목장조합이 집중적으로 설립되던 시기인 1935년에 설립인가를 받아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동목장조합으로 결성되지 않아 조합원이 없고 마을 축산계도 운영되지 않았지만 집집마다 당번을 정해 소를 방목하기도 했다. 

목축환경의 변화에 따라 공동목축에 참여하는 주민이 줄어들면서 2000년대부터 공동목축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목장은 마을회 규약에 따라 마을재산으로 관리 중이다. 현재는 일부 축산농가에서 목장을 임대해 소를 방목 중이다. 

강 이장은 암반이 많은 지형 특성상 농사나 개발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축산 방목용으로는 최고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목축이 쇠퇴하며 활용 가치가 점차 사라지자 마을은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과거 덕천공동목장에서 방목이 이뤄질 당시 소 진드기를 구제하기 위해 설치했던 구제장 흔적. ⓒ제주의소리
과거 덕천공동목장에서 방목이 이뤄질 당시 소 진드기를 구제하기 위해 설치했던 구제장 흔적. ⓒ제주의소리

강 이장은 과거 마을총회에서 다른 목장과 마찬가지로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현지답사도 다녀올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이뤄지진 못했다. 또 7만여 평의 땅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목장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주민들의 고민은 ‘세금’ 문제에서 비롯됐다. 임대사업 등을 통해 목장에서 얻는 수입보다 지출하는 세금이 더 큰 탓이었다. 여느 목장과 마찬가지로 덕천공동목장 역시 세금 문제가 가장 큰 골칫덩이였다. 

강 이장은 “제일 민감한 문제가 세금이다. 동네 땅을 이용해서 100만원을 얻는다면 99만원을 세금으로 가져가도 좋을 정도”라며 “목장에서 경제활동을 해 소득을 얻는다면 세금을 내도 불만이 없겠지만, 활용하지도 못하는 땅에 과도한 세금만 물리니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도에서는 일단 세금을 내고 환원받으라는 입장인데 재정 상황이 나빠졌을 때도 환급이 이뤄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세금 환급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자연 습지에서 만난 물방개(사진 정가운데)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덕천공동목장 곳곳에서는 커다란 암반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덕천공동목장 곳곳에서는 커다란 암반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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