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32) /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
“목장 관리 어려움에 주민 의욕 없어져, 이대로면 공동목장은 사라질 것”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보고(寶庫) ‘마을공동목장’과 그 역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목장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자 마을 주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시작, 마땅한 활용방안도 내놓을 수 없어 결국 개인이나 기업에 넘어가게 된다는 주장이다. 마을공동목장의 사유화는 즉각 난개발로 이어지고 다시는 공동체 자산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1940년대 120여 곳이었던 마을 공동목장은 목장의 해체와 매각 등으로 현재 40~50여 곳만 남게 됐으며 나머지 목장 역시 언제 개발업자의 손에 넘겨질지 모르는 운명을 앞두고 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교래리공동목장은 지목상 목장용지와 임야로 구성돼 있으며, 제주도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교래리공동목장조합이 임차해 공동방목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과거 조천면 주민들은 조천면공동목장조합에 가입해 공동목축에 참여하고 면유지를 이용해온 것으로 조사된다. 이에 마을마다 목장조합이 구성되지 않고 조합 소유 목장용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조천면공동목장조합은 해방과 4.3을 겪으며 해체됐다가 공동목축에 뜻이 있는 마을 사람들이 각자 목장조합을 조직하면서 국가 소유 교래리 목장용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목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김상범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 조합장. ⓒ제주의소리

교래리공동목장조합이 결성된 1977년 이전부터 교래리에서는 소 방목이 이뤄졌다. 집집마다 키우는 소를 목장에 올려 키우는 방식이다. 당시 소를 가진 주민들은 조합원이 돼 돌아가면서 소를 돌봤다. 과거 30여 가구가 살았던 마을의 조합원은 20여 명에 달했다. 대부분이 조합원이었던 시절이다.

현재 소 방목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30만 평에 달하는 목장부지는 모두 말 방목용으로 사용 중이다. 조합원 수는 13명으로 이 가운데 일부가 말을 키우는 중이다. 키우고 있는 말은 경주용 수입마와 제주마다. 

말을 방목하는 조합원들이 임대료를 나눠 내며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이긴 하지만 법인이 아닌 탓에 보조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 시설을 정비하는 식이다.

왜 법인으로 전환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김상범 교래리공동목장조합장은 “과거부터 그렇게 해오다 보니 법인을 만들지 못했다”며 “이제 와 만들려고 해도 조합 어르신들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만드는 절차가 까다로워 그냥 그대로 유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교래리공동목장조합은 과거 북제주군 시절 땅을 매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금이 없어 그냥 도유지로 둬야만 했다. 일일이 돌을 골라내고 평평하게 만든 소중한 공동체 자산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도유지로 남게 된 목장은 돌문화공원 조성 당시 일부가 편입되기도 했다. 도유지였기 때문에 쉽게 가능했던 일이다. 그나마 나머지 땅은 잘 지켜오고 있다. 예전부터 관리해 온 기록들을 꾸준히 남겨두며 함부로 못 하게 한 것.

김 조합장은 “목장 조합원들이 일일이 돌을 주워 치우면서 땀 흘린 만큼 행정에서도 자기네 땅이지만 손쉽게 건들 수는 없다”며 “예전부터 조합원들이 돈을 내고 관리했던 장부들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교래리공동목장조합에 오래 몸담아 온 고동규 조합원.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교래리공동목장 맞은편 까끄래기 오름에서 바라본 목장 전경. 초지와 맞닿은 오름은 산굼부리다. 산굼부리 뒤쪽으로 한라산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까끄래기 오름은 말과 소를 들에 놓아 살피면서 먹인다는 뜻의 제주어 '꼬끄레'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방목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앞선 회천공동목장과 교래리공동목장은 지금까지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이 현장 탐방한 다른 목장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마을회나 조합이 소유한 목장이 아니라 온전히 도유지를 임대해서 사용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 목장과 온도 차가 명확하다. 

기존 목장들의 경우 세금 부담과 각종 규제에 따른 활용 제한을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면, 회천과 교래리공동목장은 임대료 부담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도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목축을 계속하지 않으면 5년마다 임대 계약이 이뤄지는 특성상 기업목장에 넘어가거나 아예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렇기때문에 조합은 무조건 목축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김 조합장과 오래 조합원 생활을 해온 고동규 씨는 과거 한 기업이 관광형 목장을 만들기 위해 접근해온 적 있었다고 했다. 산굼부리와 맞닿은 기막힌 위치에 있는 교래리공동목장에 관광휴양시설이 설치될 뻔한 것. 그는 “넘어갈 뻔했는데 다행히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목장 관리 어려움이 커지니까 주민들도 의욕이 없어진다. 돈이 없어 목장을 살 수도 없는 입장이니 특별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어떻게 대책을 세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마을에서 누가 조합을 맡아 이어갈지 모르겠다. 목장을 운영할 주민이 나오지 않으면 나중에는 개인업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마을공동체가 관리해 온 목장과 그 역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조합장은 임대료 부담도 언급했다. 과거에 비해 지가가 올라도 너무 오르면서 임대료가 비싸졌다는 것이다. 그는 “오를 필요도 없는 곳의 땅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부동산 업자들이 막 올려놨다”고 말했다. 

또 지하수 고갈 문제도 지적했다. 과거 목장 용수를 사용하기 위해 땅을 파면 150m만 파도 됐는데, 지금은 300m 이상 들어가야 한다며 물이 없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삼다수가 많이 팔릴수록 물이 사라진다며 생산량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의 숲은 산굼부리 일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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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9일 제주시 교래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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