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우도 프로젝트](하) “매장 다회용컵 도입, 플라스틱 쓰레기 85%↓ 줄어”
매장 점주들 환경보전 효과 체감 ‘톡톡’…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위한 동행

제주시 우도면 휴예그리나 카페에 설치된 다회용컵 반납기를 살펴보고 주문 중인 관광객들. ⓒ제주의소리
제주시 우도면 휴예그리나 카페에 설치된 다회용컵 반납기를 살펴보고 주문 중인 관광객들. ⓒ제주의소리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죠. 공해가 심각해져 청정지역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도만큼은 청정지역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제주도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섬 속의 섬 우도에서 다회용컵을 이용하는 ‘일회용컵 없는 청정 우도’ 실현 프로젝트. 다회용컵을 이용한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취재기자가 우도면을 찾아 직접 다회용컵을 체험해보니 조금의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충분히 이용할만했다. 일회용컵보다 깨끗할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세척센터를 살펴보고 난 뒤에는 그 생각이 뒤집혔다. 집에서 설거지하는 것과 똑같거나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다.

2024년 우도면에는 다회용컵 도입에 따른 ‘세척센터’가 들어섰다. 관광객들이 반납한 다회용컵을 수거, 세척 한 뒤 다시 매장으로 납품하는 역할은 더그리트(The GREET)가 맡고 있다.

현재 다회용컵을 도입한 우도 내 매장은 △밭318 △달그리안 △우도예쁘다카페 △검멀레슈퍼 △우도슈가탱크 △카페레겐탁 △훈데르트윈즈 △뽀요요 △하얀산호카페 △우도별이네편의점 △카페수평선문어빵굽는문빵구 △카페온누 △카페러움 △소소샵 △휴예그리나 △연이네카페 △카페뷰 △우도샌드 △블랑로쉐 △안녕육지사람 등이다. 

다회용컵 반납기는 각 매장과 천진항, 하우목동항에 설치돼 있어 카페에서 직접 반납하거나 우도를 떠날 때 대합실에서 반납할 수 있다. 보증금은 은행계좌나 ‘드림패스’ 앱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으며, 앱을 이용하면 탄소중립포인트 300원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반납한 다회용컵은 우도면 연평리에 있는 세척센터로 들어가 꼼꼼한 세척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세척센터 공정은 여러 단계로 나눠져 있었으며, 작업자는 위생을 위해 모두 앞치마와 마스크,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다회용컵이 세척센터에 도착하면 작업자들은 가장 먼저 큰 찌꺼기 등을 제거하는 1차 애벌세척 작업을 진행한다. 가정에서 하는 설거지와 다르지 않다. 이후 컵은 30분간 세제 물에서 기름기 제거를 위해 때를 불린 뒤 초음파세척기를 거쳐 내부 솔질을 받는다. 

솔질 이후 트레이에 정리된 컵들은 6단계에 걸친 헹굼 작업 이후 털기와 4단계 건조 작업을 마치고 검수를 받게 된다. 작업자는 조명 아래 컵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문제가 있는 컵은 빼고 다음 단계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컵 겉면에 이물질이 묻어있을 경우 걸러진다. 작업자는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 방수 화장품이나 썬크림 자국 등이 남아있어 더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했다. 혹시나 놓치더라도 QR코드 인식 및 포장 과정에서 검수가 한 차례 더 이뤄지기에 대부분 걸러진다.

우도면에서 이용 중인 다회용컵은 하단 QR코드를 반납기에 인식한 뒤 투입하면 된다. 보증금은 은행계좌나 드림패스 앱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제주의소리
우도면에서 이용 중인 다회용컵은 하단 QR코드를 반납기에 인식한 뒤 투입하면 된다. 보증금은 은행계좌나 드림패스 앱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제주의소리
현재 우도면에서 사용 중인 다회용컵은 음료용과 아이스크림용 두 가지다. 세척센터에서는 애벌세척부터 초음파세척, 6단계 헹굼, 4단계 건조, 검수 등 과정을 통해 다회용컵을 카페에 납품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현재 우도면에서 사용 중인 다회용컵은 음료용과 아이스크림용 두 가지다. 세척센터에서는 애벌세척부터 초음파세척, 6단계 헹굼, 4단계 건조, 검수 등 과정을 통해 다회용컵을 카페에 납품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사라지는 청정 지역 “우도만이라도 지켜주세요” 관광객 외침이 주는 ‘울림’

우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데 있어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반납과 보증금 반환 등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내하겠다고 했다. 물론 불편하다며 책임을 업주에 떠미는 일부 관광객도 있었지만, 취지는 대부분 이해했다. 

관광차 우도를 방문한 최모란(52) 씨는 “공해가 심각한 지금 우도만큼이라도 청정지역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며 “깨끗한 자연에서 사람들이 숨 쉴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위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만난 박석전(53) 씨는 “재활용, 자원순환은 당연한 일이 됐는데 우도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어 아주 좋다”며 “제주의 환경, 더 큰 가치를 위해 작은 희생은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우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환경보전분담금까지도 낼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회용컵을 반납한 제주도민 김민수(30대, 가명) 씨는 “기계에 컵을 반납하고 계좌로 1000원을 받아보니 불편한 건 잘 모르겠다”며 “요즘 현금을 잘 쓰지 않는데 계좌로 받으니 오히려 좋다. 또 환경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 매출 영향 있을까 노심초사, 하지만 ‘청정 우도’ 위해 결심한 사장님들

손님이 들어서자 다회용컵 책자를 나눠주는 등 제도에 진심을 보인 카페 ‘휴예그리나’ 김찬희(58) 대표는 다회용컵 사용이 당연한 일이 되길 바란다면서도 궁극적으로 ‘텀블러’를 이용하는 문화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 대표는 “다회용컵을 도입하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80L 봉투 4개를 버려야 했다면, 요즘은 봉투 하나로 이틀 치를 담을 수 있다”며 “다회용컵이나 텀블러 이용이 확대된다면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카페 ‘연이네’ 채규만(58) 대표는 “다회용컵을 사용하면서 쓰레기가 줄어들고 손님 인식도 조금씩 좋아지는 편”이라며 “플라스틱을 아무리 줄이자고 이야기해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제도를 도입하니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 제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납 절차가 까다로워 대신 반납하고 현금을 내어드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지만, 계속 알려 나가면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회용컵을 도입하는 업체의 부담을 줄여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행.재정적 지원과 외국인 홍보가 필요하겠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채 대표의 말처럼 현재 우도 내 다회용컵을 도입할 수 있는 식음료 매장은 40곳이 넘지만 참여 업체는 19곳으로 절반가량이다. 상대적으로 경영 상태가 열악한 매장은 일회용컵보다 비싼 다회용컵 도입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다회용컵 반납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 홍보도 과제다. 취재기자가 우도를 찾은 평일에도 카페 손님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많았다.

우도봉 입구 근처 ‘밭318’ 카페를 운영 중인 오경은(26) 대표도 우도에서 플라스틱을 없애는 다회용컵 도입 취지가 좋아 제도에 참여하게 됐다. 손님들이 번거로워할 때도 있지만, 큰 불편함은 못 느낀다고 부연했다.

오 대표는 “처음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뜨거운 음료도 담을 수 있고 또 플라스틱을 직접 버리지 않아도 되니 되려 편하다”며 “다회용컵의 좋은 점을 많이 홍보해주셨으면 좋겠다. 플라스틱을 줄이고 환경을 지키는 데 한뜻 한마음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도면 다회용컵 세척센터에서 작업자가 기계를 통해 내부 솔질 중인 모습. ⓒ제주의소리
우도면 다회용컵 세척센터에서 작업자가 기계를 통해 내부 솔질 중인 모습. ⓒ제주의소리
다회용컵을 검수 중인 세척센터 작업자. ⓒ제주의소리
다회용컵을 검수 중인 세척센터 작업자. ⓒ제주의소리

# 제주 넘어 전국 확산 꿈꾸는 우도 주민들 “청정 우도 만들어갑니다”

과잉관광에 따른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우도 주민들은 지속가능한 우도를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 다회용컵 도입 초기인 2022년부터 ‘플라스틱 제로 청정우도’ 실천 약속을 통해 의지를 보인 주민들이다. 

강계헌 우도면주민자치위원장은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청정 우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며 “지금은 작은 우도에서 시작했지만, 제주섬과 나아가 전국 단위로 확산시킨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감대를 형성, 관광객들의 참여와 호응을 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며 “주민들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번 소라축제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는 만큼 파생되는 문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고 이를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많이 따른다”며 “인프라를 확충해나가는 일도 필요하지만, 다회용컵을 통해 힘을 보탤 수 있기에 이런 정책은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주민 모두가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제로 운동에 동참하게 된다면 우도의 자랑이 되고 이런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작지만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에 대해서는 “강요할 수는 없기에 소통과 공감을 통해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개인 영리를 위한 활동이지만,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우도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줬으면 한다. 제주도 역시 지원을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광객을 향해서는 “의미 있는 소비,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도에 와서 다회용컵을 이용해보고 우도의 환경을 가꾸는 일에 힘을 보탰다는 보람을 안고 가길 바란다. 서로서로 양보하며 한 발자국 너머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민-관 협력 통한 청정 우도 만들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

다회용컵 세척센터를 운영 중인 더그리트(The GREET) 방인환 제주총괄은 일회용컵이 아닌 다회용컵을 70회 이상 세척, 사용한다면 소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환경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용자의 관심과 노력을 진심으로 부탁했다.

방 총괄은 “일 평균 400개의 다회용컵을 세척, 운반, 납품하고 매장을 지원하고 있지만, 도입을 꺼리는 점주들도 있다”며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철회한 데 따른 정책 불확실성, 제품 가격에 포함되는 컵 보증금 부담, 관광객 감소 등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날이 일회용 폐기물은 늘어가고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 해저에서는 인간이 만든 수천 개의 쓰레기가 발견되며, 그중 1/3은 대부분 일회용 플라스틱”이라며 “바닷새와 거북이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일회용품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버리는 것보다 불편하겠지만, 다회용컵을 사용해 아름다운 우도를 만들고 나아가 제주, 대한민국, 전 세계가 동참하는 날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과 관심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강애숙 기후환경국장은 “제주도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0으로 만드는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기본계획을 수립, 세부과제 30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는 도민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청정우도 프로젝트는 제1호 주민주도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음료 1000원 할인 행사를 통해 우도 내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매장과 관광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청정우도 프로젝트’ 기획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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