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안 가결 후 첫 도민대회...사랑방처럼 서로 경청

‘12.3 내란 사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처음 열린 제주도민대회는 주부와 청년, 청소년까지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랑방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제주행동)은 17일 오후 7시부터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제11차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내란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제주도민대회’를 가졌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가결,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지난 14일처럼 대규모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지만 수가 적은 만큼 더욱 서로 소통했다.

이전까지 계속된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는 이날 11차 도민대회부터 ‘윤석열을 파면하라’로 바뀌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발동한 윤석열에 대한 조속한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제주행동 측은 “국회에서 의결된 각종 법안을 정부가 거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윤석열과 따라한다면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지속적인 도민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이어 “윤석열 탄핵안 첫 표결에 국민의힘이 불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항의 문자 보내기 운동이 진행된 바 있다. 이로인해 민주노총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연락처를 알려줘 스토킹처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라고 밝히자, 참가자들 모두 헛웃음을 지었다.
제주행동 측은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해 헌법을 유린하고, 이를 방관하면서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은 반성이 없다. 우리가 거리에 계속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티라노사우르스 치킨연구회라는 깃발을 들고 나타난 한 여고생은 ‘광장에서 세상을 말하다’ 순서 때 발언권을 얻어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에게 같은 법조인들이 있는 헌법재판소는 ‘안방’ 같을 수 있다. 우리가 계속 거리에 나와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해야 한다”고 외쳤다.
티라노사우르스 치킨연구회 등 다소 엉뚱한 종류의 깃발과 단체 이름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취지다. 탄핵소추 전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특정 세력이 촛불집회를 주도해 국민의 여론을 조작한다는 취지로 발언,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아무곳에도 속한 곳 없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왔다는 항의 의사 표현이다.
그러면서 여고생은 “윤석열이 없는 청정 제주에서 맛있는 치킨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곳”이라고 말해 도민대회 참가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아들 1명을 둔 중년여성은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은 군대를 가지 못한 미필이다. 그럼에도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에 가라고 말했고, 아들은 국회에서 장갑차나 경찰차 번호 등을 모두 촬영했다. 혹시 나중에 사용할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찍었다고 하더라. ‘죽을 각오로 갔다’고 말한 아들에게 너는 군대를 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창피해하지 않아도 되는 자랑스러운 국민이라고 말했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영주고등학교에 다닌다고 밝힌 남학생은 “처음에는 계엄이 무엇인지 잘 몰라 아버지에게 물어봤다. 아버지가 설명해준 계엄은 정말 무서웠다. 정치에 하나도 관심 없던 제가 관심을 갖게 돼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저랑 비슷한 청소년들이 많을 텐데, 대통령의 행위로 이렇게까지 될 수 있나 싶어 너무 놀랍다”고 고백했다.
제주행동은 제11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오는 19일(목), 21일(토)에도 같은 시간·장소에서 도민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제주촛불행동(촛불행동) 등 단체는 오는 18일(수)과 20일(금)에 ‘도민과 함께하는 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제주촛불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